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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생존과 이익을 극대화하는 외교
우창록   |  2014-07-22 18:27:09  |  조회 2788 인쇄하기

우리의 생존과 이익을 극대화하는 외교



우창록 <(재)굿소사이어티 이사장>

 

 

동북아 지역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최근 이웃나라 중국과 아주 가까워졌습니다. 두 나라 관계는 밀월(蜜月)이란 표현까지 등장할 만큼 최근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으로 분위기가 더 고조됐다는 걸 요즘 우리는 체감합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이들이 미국•일본•중국•러시아 사이에 한반도를 둘러싼 패권경쟁이 재현되는 게 아닌가 우려합니다. 지정학적 관점에서 이들 네 나라가 각기 한반도에 갖는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고 때로는 충돌해온 게 사실이므로 결코 기우는 아닙니다.


최근 들어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과 일본 사이에 존재하는 역사갈등이 더욱 심각해지는 가운데 일본의 돌출적인 북한 외교 행보가 북한의 핵위협에 대처하는 한-미-일 공조를 약화시키는 등 한반도 주변 국가간 상호 관계가 묘하게 틀어지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이 각기 펼치는 전략구도가 한반도에서의 패권경쟁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이 아시아 중시정책(Pivot to Asia)을 펼치자 중국은 이를 자신에 대한 봉쇄전략으로 보고 군사력 증강을 꾀하면서 미국과의 대등한 지위, 소위 ‘신형 대국관계’를 주장합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아베 정부가 내세운 집단적 자위권 개념을 미국이 지지하면서 상황이 좀더 미묘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구한말 우리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외교안보 환경


앞서 지적한 우려와 같이, 한반도를 둘러싼 작금의 외교안보 환경은 마치 바람 앞의 등불 같았던 구한말 우리 상황을 떠올리게 합니다.이럴 때일수록 전략적 사고를 갖고 우리의 생존과 안보를 극대화할 길을 모색할 시점인데, 해법은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여기에 우리사회의 좌우 이념 갈등이 친중국이냐, 친미국이냐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고, 민족감정이란 것도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임이 분명합니다. 한가지 일반론으로서, 사회지도층이 항상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이 국익을 극대화하고 보다 안정적인 외교안보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길일까 하는 점입니다.


당장은 ‘불편한 이웃’인 일본과 대승적 관계개선을 도모해야 하고, 맹방 미국, 대국 중국, 군사대국 러시아와도 전략적 이해를 함께 하며,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조정하는 능력이 핵심일 것입니다. 이 기회에 환기시켜드릴 것이 하나 있는데, 이를테면 올해 초 중국은 박근혜 대통령의 부탁을 받아들여 하얼빈 역사에 200제곱미터에 이르는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세웠습니다. 그건 ‘안중근 의사의 의거 현장에 표지석을 설치해달라.’는 본래의 부탁을 뛰어넘는 응답이었습니다.


중국이 그렇게 우호적으로 나오는 배경에는 대일 공동전선에 한국을 묶어 두려는 것입니다. 시 주석은 이번 방한에서 서울대 강연을 통해 한국이 중국과 함께 대일본 공동전선에 나서달라고 주문하는 걸 잊지 않았던 것도 그런 배경입니다. 그렇다면 함께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2006년 중국 당국이 하얼빈 중심가의 안중근 동상을 철거한 적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당시는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양호했던 시점이었습니다.


2014년 현재 극우파로 비난 받고 있는 같은 인물인 아베 총리가 2006년 전후 수년간 중국과 관계를 양호하게 바꾸어 놓았던 인물이었으니 참 아이러니입니다. 그 결과 2007년 봄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일본을 답방, 일본 정치가들과 국민들의 역사에 대한 ‘진정한 사죄’에 감사한다고 말한 바 있었습니다.  불과 10년도 채 안 되는 당시 중국 사람들은 안중근 동상이 일본과의 관계에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는 것이죠.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는, 너무도 변덕스러운 국제정치


이처럼 불과 수 년 만에도 정반대로 바뀔 수 있을 정도로 변덕스러운 게 국제정치일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번 적이면 거의 영원한 적, 혹은 미운 나라로 간주하는 습성이 있지만, 국제정치는 그런 고정관념을 거부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에게 일본은 ‘영원한 적’일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는 국제정치를 감정적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국익과 미래를 앞세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반일(反日)은 거의 고정관념이자 체질 되어 버렸지만, 그게 과연 바람직한가를 조심스럽게 되물어야 할 시점이 지금입니다. 사실 중국과의 관계도 그렇데, 한때는 ‘중공 오랑캐’라며 적대시했지만, 넘치는 경제교류와 국제관계 전환이 한때의 적을 친구로 만들었습니다. 분명한 점은 과도한 반일감정을 줄이고 전략적이고 보다 슬기로운 우호친선을 모색할 시점이 되었다고 봅니다.


한국 현대사의 성공은 친미(親美), 용일(用日) 외교의 승리 때문


조금 전 언급했듯이 동북아 정세가 100여 년 전과 닮은꼴이라고 하지만 뚜렷하게 달라진 것도 있습니다. 이 블록 국가들 사이의 긴밀한 경제 교류와 높아진 상호의존도가 그것 아니겠습니까? 그만큼 동북아 블록은 위험도가 높은 만큼 서로 윈윈할 소지가 많다는 뜻입니다. 한국으로서는 결정적으로 100여 년 전과 달리 미국이라는 좋은 친구, 훌륭한 동반자가 있습니다.


맞습니다. 한미 동맹이야말로 우리의 번영을 가져왔던 결정적 요소였고, 외교 안보는 물론 사회안정의 버팀목이었습니다. 그게 지금 친중국 분위기 속에 조금 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한미동맹이야말로 한반도 안정의 기축임에는 변함이 있을 수 없습니다. 중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과 러시아는 선택과 배제의 대상이 결코 아닙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조건 때문에 우리는 이웃 대국들과 주도면밀한 관계개선과 전략적 이해를 나눠야 할 숙명을 타고 났는지 모르지만, 19세기 말 뼈아픈 역사를 되풀이 해서는 안됩니다.


한국 현대사의 성공은 친미(親美), 용일(用日) 외교가 바탕이었습니다. 동서냉전 구도의 블록외교는 끝나고 도도한 세계화 물결 속에 무한경쟁의 국제외교에서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냉철한 인식, 주변 환경을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적 사고, 그리고 이걸 구현해내는 전술의 구사야말로 우리의 활로일 것입니다. 이번 달 이슈레터는 그걸 짚어봅니다. 서로의 견해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관심과 의견을 고대하는 건 이 사안은 이 사회, 이 민족의 명운이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무더운 날씨도 다음 달 중순이면 한 고비를 넘깁니다. 회원 여러분의 댁에 행운이 가득하시길 비는 마음입니다.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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