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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꽃’
서지문   |  2005-10-14 13:10:53  |  조회 2076 인쇄하기
태어나서 아무 언어도 못 배운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그런 사람은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나는 상상을 못하겠다. 언어는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의 필요에서 탄생했지만 이제는 의사소통의 도구이기 이전에 사고의 도구다. 언어를 모르면 ‘의사’가 생성될 수 없다. 의사가 없는 존재는 인간이라고 할 수 없다.

인간에게는 언어가 있었기에 사회를 조직하고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고 사고의 힘으로 끊임없이 새 시대를 열 수 있었다. 개인은 언어를 통해 동료 인간과 사상적·감정적 교류를 할 수 있고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할 수 있다.

언어는 우리의 의식을 절대적으로 지배하기 때문에 인간의 행불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벼운 칭찬 한마디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용감한 사람이 되게 한다. 거짓말, 모함, 비정한 말은 우리를 비탄에 몰아넣고 적개심에 불타게 하기도 한다. 내가 한 말이 이치가 맞고 힘 있게 표현됐고 나를 제대로 드러내 주었다고 생각될 때의 만족감은 ‘대박’을 맞았을 때보다 훨씬 큰 것이다.

반대로 내 말이 빗나가 상대편의 기분을 상하게 했거나 나를 치졸한 인간으로 보이게 했다고 생각했을 때의 낭패감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언어는 이렇게 소중하고도 위험한 도구인데 우리는 모국어는 ‘공짜’로 배웠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 교과서 왜곡과 독도 문제로 한·일 간에 외교전이 불붙었는데 외교전은 언어로 수행되는 것이다. 언어 도발의 수위가 계속 높아지면 두 나라가 영원한 원수가 될 수도 있고 심지어 전쟁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나의 언어를 나의 약점이 아니고 나의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 언어를 수련해야 한다. 오늘의 한국인의 언어가 너무 황폐화돼 인간관계가 거칠어졌고 국력도 저하되고 있다고 생각돼 이 칼럼에서 우리의 언어 습관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우선 언어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현대 한국인의 심정을 절절히 대변해 주고 있는 안도현님에게 들어 보기로 하자.

‘꽃’

바깥으로 뱉어 내지 않으면
고통스러운 것이
몸속에 있기 때문에
꽃은, 핀다
솔직히 꽃나무는
꽃을 피워야 한다는 게 괴로운 것이다

내가 너를 그리워하는 것,
이것은 터뜨리지 않으면
곪아 썩는 못난 상처를
바로 너에게 보내는 일이다
꽃이 허공으로 꽃대를 밀어 올리듯이

그렇다 꽃대는
꽃을 피우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자기 몸을 세차게 흔든다
사랑이여, 나는 왜 이렇게
아프지도 않는 것이냐

몸속의 아픔이 다 말라 버리고 나면
내 그리움도 향기 나지 않을 것 같아
두렵다

살아남으려고 밤새 발버둥을 치다가
입안에 가득 고인 피,
뱉을 수도 없고 뱉지 않을 수도 없을 때
꽃은, 핀다

우리 젊은이들이 우리 영혼의 꽃인 우리의 말을 제대로 가꾸기 위한 정성과 노력에 인색하지 않기 바란다.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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