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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軍을 신사집단으로 만들자
서지문   |  2005-10-14 13:11:26  |  조회 2118 인쇄하기
일요일 낮에 무심코 라디오를 틀었다가 너무도 충격적인 군부대 내에서의 수류탄 투척, 총기 난사의 소식을 들었다. 가슴이 철렁하면서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왔다. 군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국민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군복무를 하고 있는 장병들에게 얼마나 정신적인 충격과 비애가 클 것이며 아들을 군대에 보낸 어머니들의 분노와 불안이 얼마나 클 것인가.

우리나라는 광복과 정부수립 이후 약 반세기 남짓한 동안 각 방면에서 놀라운 민주화를 이루었고, 그래서 이제는 기본 인권을 짓밟히는 사람은 거의 없게 되었다. 구타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인권침해 행위는 예전에는 고용주가 고용인에게, 직장의 상사가 하사에게, 또는 연장자가 연소자에게 흔히 행사할 수 있는 일로 여겨져 왔으나 이제는 조폭이나 강도가 아니면 행사할 수도 없고 행사하면 법적인 제재를 피할 수가 없게 되었다.

오로지 군대와 학교만이 체벌과 신체적 폭력이 암암리에 묵인되고 있는 조직인 것 같다. 학교에서도 이제는 학생들이 체벌 교사를 고발하는 일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학부모의 항의도 거세어서 거의 사라졌고, 곧 완전히 사라질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군대에서는 아직도 ‘군기’를 잡기 위해서 필요한 방법으로 용인되고 있지 않나 싶다.

군대에 갔다 온 사람들은 대개 군대에 갔다 오지 않은 사람들을 상대로 일종의 우월감을 갖고 있다. 누구에게 일을 시킬 때, 군대에 갔다 오지 않은 사람이 하는 일은 어쩐지 마음에 차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들은 그 이유를 군대가 보통 사회와 완전히 다른 사회이고, 군대의 경험이라는 것이 그렇게 자존심을 완전히 포기하고 임무수행에 조금이라도 부실하면 어김없이 가혹한 처벌을 받는 곳이기 때문에 군대의 경험이 ‘정신을 차려야 할 때 똑바로 정신을 차리는’ 자세를 길러주기 때문에 인생의 자산이 된다고 말한다. 정신 통일과 극기 훈련 외에도 그런 극한 상황 속에서 싹트는 인간적 유대라든가 하는 것이 모두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고 또 남을 배려하고 감싸는 아량도 길러 줄 수 있어서 인생살이의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군대는 기합과 체벌로만 군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인가. 그것이 전시 같은 비상시나 군대 내의 여건이 아주 열악했던 상황에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비상시가 아니고, 독방구류라든가 다른 제재의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오늘날의 장병들은 체벌을 군대의 일상사로 간주했던, 그리고 남자라면 체벌 따위는 받은 즉시 잊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예전의 장병들과는 의식이 다르다. 오늘날의 장병들에게는 체벌은 인격모독이고, 체벌이 있는 군대는 국민의 기본권이 무시되는 곳이다.

우리 군대도 여러 면에서 괄목할만한 발전을 했다. 작년이던가, 어느 부대의 내무실에 침대가 설치되었고 앞으로는 전 군 내무실의 잠자리가 침대식으로 바뀔 것이라는 보도를 보고 몹시 기뻤다. 이제는 장병들도 휴대폰과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등 예전에는 생각할 수도 없던 여러 편리함을 누리고 있다. 군의 근대화를 위해서, 그리고 청년들이 즐겁게 복무할 수 있고 부모가 아들들을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군대를 만들기 위해서 국가와 군 지도부는 이렇게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 군은 체벌과 가혹한 인격모욕적 야유가 아니면 군기를 유지할 수 없는 전근대적 집단인가? 체벌의 위협이 아니면 상사의 영이 서지 않는 곳인가?

우리 군대는 수많은 부작용을 무시하면서 전근대적인, 역효과가 무성한 방식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고집해 온 것 같다. 오늘의 가슴 아픈 사고를 우리 군이 신사집단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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