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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대와 신세대
신봉승   |  2005-10-14 13:15:18  |  조회 2671 인쇄하기
세상이 너무 어수선하다보니 생각도 말도 모두가 뒤범벅이 되어가고 있습 니다. 정치판에서는 보수와 진보로 편 가르기를 하더니 이젠 국론의 분열로까지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나이든 사람들의 눈에는 그런 모든 것이 ‘어처구니’ 없게 보일뿐입니다. 중앙일보의 논설위원인 정진홍 선생의 칼럼에 '맷돌의 교훈'이라는 아주 기막힌 글이 있습니다. 우리가 항용 쓰는 ‘어처구니’라는 말이 콩이나 팥을 가는 맷돌의 윗돌과 아랫돌의 연결 축을 말하는 것이라면서, 맷돌의 윗돌과 아랫돌이 제멋대로 돌아간다면 그게 바로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아니겠느냐는 지적이었습니다.
구세대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눈에는 신세대가 철없어 보입니다. 소크라테스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대현 율곡 이이 선생도 청소년들의 훈계를 위해서 쓴 <격몽요결>에서 신세대 젊은이들을 탄식하였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어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오래 앉아 있으려 하질 않는다.”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대체 율곡 이이선생 앞에서 무릎을 꿇고 오래 있으려고 하지 않은 젊은 선비가 정말 있었을까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그러나 율곡 이이 선생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구세대에 속한 사람들이 신세대를 바라보는 척도는 관습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관습에는 역사도 포함되고 문화도 포합됩니다. 지난번 헌법재판소에서 거론한 관습헌법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래전부터 관행이 법보다 중하다고 말해오지를 않았습니까.
나이든 구세대의 사람들에게도 새로워지려는 생각은 늘 있습니다. 젊은 신세대들이 선호하는 일들을 하고 싶어 하는 것도 인지상정입니다. 그러면서도 관습(체험)에 익숙한 눈으로 신세대를 바라보면 그들의 언행이 어리다 못해 치졸하고 때로는 난폭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시민들을 위해 한 시간만 더 연장근무(서비스)를 했으면 좋겠다는 시장님을‘개판’이라고 소리치며 시청 안팎을 ‘시장은 개판’이라는 뜻으로 개를 몰고 다니는 패러디를 자행하는 젊은 공무원들에게 호된 꾸지람을 내리고 싶은 것이 구세대의 모럴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 40여 명이 파출소로 달려가서 자신들의 선생님을 고발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는 그들의 선생님과 그들의 부모들을 호되게 나무라고 싶어집니다. 이와 같이 관습에서 울어나는 척도로 신세대를 바라보는 구세대의 시각을 낡을 생각이라도 매도한다면 정말 ‘어처구니’는 노릇이 아니겠습니까.
20대에서 30대의 여성들이 결혼한 지 3년 안쪽에 이혼하는 비율이 56퍼센트가 된다면 나이든 기성세대들은 누구나 혀를 차게 되고 때로는 분노하게 됩니다. 이런 기성세대를 향해 ‘꼰대’니 ‘보수꼴통’이니 하면서 달려든다면 나라의 미래를 가늠할 수 없게 됩니다.
자, 맷돌 얘기로 다시 돌아가야겠습니다. 맷돌은 윗돌과 아랫돌이 균형을 이루면서 돌아가야 콩이든 팥이든 잘 갈아집니다. ‘어처구니’ 없이 윗돌과 아랫돌이 따로따로 멋대로 놀면 맷돌의 소임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맷돌의 아랫돌이 지나간 역사라면 윗돌은 당연히 다가오는 미래가 됩니다. 지나 온 역사와 다가오는 새로운 미래는 따로따로 떨러진 별개의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아래서 돌아가는 아랫돌이 구세대가 되고 위에서 돌아가는 윗돌이 신세대가 되지를 않겠습니까.
기성세대와 신세대는 별개의 세대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두 세대가 조화를 이루면서 어우러지는 관습의 축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 축을 기성세대는 법도라고 하고, 신세대들은 룰rule이라고 합니다.
관습의 축이란 법도든 룰이든 꼭 지켜야하는 규범입니다. 구세대와 신세대는 서로가 맡은 구실을 철저하게 다함으로써 세상일을 사이좋게 살피는 좋은 맷돌이 될 것임은 말 할 나위도 없습니다.
독자들이여. 미래를 향해 눈을 크게 떠야합니다. 눈을 크게 뜨기 위해서는 법보다 관습이 중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부모님을 공경해야 하는 ‘효’의 개념은 여러 곳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만, 그것은 법으로 적지 않아도 관행으로 살아있기에 어른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일입니다.
우리 민족이 간직하고 있는 문화와 역사를 바탕으로 하는 관습의 축이 무너진다면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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