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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해의 덕담
신봉승   |  2005-10-14 13:19:03  |  조회 2289 인쇄하기
새 해를 맞았습니다.
예로부터 새 해를 맞으면 아름답고 진솔한 덕담을 나누면서 새롭게 맞은 한 해를 더 뜻 깊게 보내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올해는 을유(乙酉)년이라, 일제의 속박에서 벗어나면서 ‘해방’을 외치던 날이 회갑(還曆)을 맞는 해이기에 더 요긴한 덕담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지난 60년 동안 우리는 해방된 일에만 들떠있었고, 서양의 문물을 받아드리는 데만 공을 들였던 탓으로 정작 우리를 뒤돌아 볼 겨를이 없었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덕담은 꼭 정초가 아니더라도 많이 듣게 됩니다만, 그래도 세배를 마치고 어른들에게 듣는 것이 제격입니다. 오늘은 그런 생각으로 명나라의 말기에서 청나라가 세워질 무렵에 살았던 유학자 주용순(朱用純)이 쓴 [치가격언(治家格言)]이라는 아주 좋은 글을 읽어보기로 하겠습니다. 물론 ‘치가격언’이라는 말은 ‘가정을 다스리는 귀한 말’이라는 뜻입니다.
격언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새벽에 잠자리에서 즉시 일어나서 물을 뿌려 먼지를 쓸고는 집 안팎을 정돈하여 깨끗이 하고, 해가 지면 대문과 방문을 걸어 잠그고 몸소 낱낱이 살펴보아야 한다.”

너무도 쉽고 상식적인 글을 왜 새삼스럽게 읽어야 되는지 의구심이 생기면 안 됩니다. 우리가 살면서 집안의 재앙을 부르고, 자신의 전도를 망치는 일이 정말 허다하게 많지만 따지고 보면 큰일을 잘못한 것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일을 소홀이 한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성왕이나 성군으로 높여서 부르는 세종대왕도 자녀들에게 귀가 따갑도록 가르쳤습니다. 한 톨의 밥알을 씹을 때는 농부들이 흘린 땀을 생각해야 할 것이며, 한 올의 면포(옷)를 걸치면서는 길쌈 하는 아낙의 노고를 잊어서는 안 된다. 정말로 평범한 가르침입니다만, 우리는 그걸 알면서도 무심이 지내오고 있질 않았습니까.
일상(日常)이라는 것은 극히 사소한 일들의 반복이라고 생각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실상은 일상의 작은 일이 단초가 되어 큰 낭패를 부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또 일상의 마음가짐이 더 큰 앞날과 아주 긴요하게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지 않으면 안 됩니다.

“형제와 숙질 사이에는 모름지기 재물의 많은 것을 궁핍한 이에게 나누어 보태어 주어야 하고, 장유(長幼)와 내외 사이에는 마땅히 예법을 공경하고 말을 엄숙해야만 할 것이다. 아내의 말만 듣고 형제 사이가 나빠진다면 어찌 이것이 장부의 행위가 되겠으며, 재물만 소중히 여기고 부모를 박대한다면 자식이라고 할 수가 없다.”

너무나 상식적인 글이라 좀 싱겁다는 생각이 들 것으로 압니다만,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일을 깨닫게 하는 좋은 가르침입니다. 이 글은 약 3백여 년 전에 씌어진 것입니다만, 지금 읽어도 고개가 끄덕여 지는 것은 사람이 사는 도리를 적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은 사람을 보고서 아첨하는 얼굴을 가지는 것을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고, 가난하고 고생하는 사람을 보고서 교만한 태도를 지으면 더 없이 비천한 존재가 될 것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누군가가 숨어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두려운 생각이 들기도 하고, 사람이 사는 일에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남에게 경사스럽고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시샘하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되고, 남에게 재난이 생긴 때에는 기뻐하고 다행하게 여기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당연히 그리해야 하는 것이지만,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우리의 속담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모두 한결같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가 책을 읽고 글공부에 임하는 것은 최고의 지성과 덕망을 갖춘 인격자가 되기 위한 것이지 결단코 고시에 합격하는 일에만 뜻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도 있습니다.
독자들이여, 자기의 본분을 지킬 줄 알고, 하늘의 뜻을 공손히 받아들여서 자신이 처한 처지에 가장 적절한 도리를 찾아 순리에 적응하면서 살 수가 있다면 비단 권세가 없고, 재물이 없다고 하더라도 아름다운 삶이라고 할 것입니다.
새 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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