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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의 날
신봉승   |  2005-10-14 13:19:29  |  조회 2314 인쇄하기
관혼상제(冠婚喪祭)라는 말이 있습니다. 관례, 혼례, 상례, 제례의 준 말입니다. 결국 사람이 한 평생 동안 살아가면서 이 네 가지 예(禮)를 모두 겪으면 태어난 소임을 다하는 것이 되고, 또 다음대로 이어지는 것으로 변함없이 순환됩니다. 그 많은 생명체 가운데 유독 사람에게만 ‘예’가 있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조선조의 우리 가정에서는 자식이 스무 살을 맞으면 관례(冠禮)를 올려서 어른이 되었음을 일깨워주는 엄숙한 행사가 있었습니다. 당사자에게는 긴 머리를 틀어서 상투를 올리게 하고, 어른들은 도포와 갓을 마련하여 성인의 외양을 갖추게 합니다. 그리고 스무 살이 되는 생일날에는 가까운 친척들이 모여서 어제까지 어린아이였던 아무개가 성년이 되어 관례를 올리게 되었음을 선조의 사당(祠堂)에 고하는 것으로 공식행사를 마치게 됩니다.
고제가 끝나면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친척중의 어른은 당사에게 자(字 : 號와 같은 것)를 지어주면서 덕담을 내리게 됩니다.

“아무개야, 어느새 네가 관례를 올리고 어른이 되었구나. 이젠 네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가 없어 이 할아비가 자를 하나 지어왔는데, 마음에 들는지 모르겠다. 초당(艸堂)이 어떻겠느냐.”

이 순간부터 당사자는 이름이 아닌 초당으로 불리어집니다. 어른이 되었으므로 아명을 부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계기로 집안의 내력을 더욱 세세히 알게 되고, 따라서 가문을 내력을 이어가겠다는 자부심을 키우게 되는 것은 당연하지를 않겠습니까. 이렇듯 값지고 흥겨운 아침식사를 마치면 청년 초당은 온 이웃에 성년이 되었음을 알리는 인사를 다녀야 합니다. 이웃의 연배들은 따뜻한 축하와 함께 그 가문과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무한한 칭송과 희망을 심어줍니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청년 초당은 자신에게 주어진 소임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달으면서 어른이 되었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되고, 해야 할 도리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이같이 아름답고 뜻 깊은 우리네 전통적인 가정교육은 이제 눈 닦고 찾아보아도 없지만, 알량하게도 ‘성년의 날’은 있습니다. 그것도 행사가 많은 5월에 형식적으로 끼어있습니다.

독자들이여, ‘성년의 날’이 며칠인지 아십니까. 모르신다면 자제가 성년이 되었는데도 아무 덕담도 나누지 않았다는 뜻이 됩니다. 자식이 성년이 되었다면 당연히 뭔가 당부가 있어야 되고, 희망을 심어주어야 하는 데 그날이 언제인지도 모르면서 사는 것이 우리나라의 부모들이라면 그 자식에게 가정은 고사하고 사회를 이끌어 갈 책임감이 없는 것은 당연하지를 않겠습니까.
우리나라의 ‘성년의 날’은 5월 셋째 주 월요일입니다. 절말 웃기는 노릇입니다. 자녀들이 스무 살이 되어 성년이 되는 생일날에도 평시와 조금도 다름없이 야단이나 맞고, 그 알량한 ‘성년의 날’에도 보충수업이나 과외에 시달리면서 따뜻한 덕담한마디 들을 수가 없었는데, 과연 그들이 집안의 어른들을 고사하고 국가나 민족의 미래를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른들의 망상에 불과할 뿐입니다.

일본의 경우는 우리와 다릅니다. 그들의 ‘성년의 날’은 1월 10일입니다. 새해의 첫 달에 ‘성년의 날’을 두는 것은 결심을 다지기 안성맞춤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방학이니까 부모와의 진지한 대화가 가능해 집니다. 또 일본의 부모는 자식이 성년을 맞으면, 아들에게는 반드시 검정색 양복과 하얀 넥타이를 선물해야 합니다. 딸이라면 붉은 색 바탕에 꽃무늬가 든 기모노(일본의 고유의상)를 선물해야 합니다. 이건 의무이기 때문에 가난한 집안에서는 ‘성년의 날 적금’에 들게 됩니다. 이 같은 고가의 선물을 그냥 훌쩍 던져주기가 만무겠지요. 덕담과 다짐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질 않겠습니까.
새 옷으로 단장한 성년들은 시청으로 가서 시장님에게 성년이 되었음을 보고 해야 되고, 시장은 이들과 합께 사진을 찍으면서 이들에게 주어진 책임감을 다시 일깨워 줍니다. 이 같은 공식 행사를 마치고 마을로 돌아오면 공회당에서는 이들의 성년을 축하하는 소박한 공연(마을 어른들이 꾸민)이 있게 됩니다. 절말 아름답고 합리적입니다.

이 같은 두 나라의 ‘성년의 날’을 비교해 보면 우리 젊은이들의 역사인식이 무딘 원인이 어디에서 연유되는가를 깨닫게 됩니다.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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