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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입법, 신중해야
유재천   |  2005-10-14 13:22:55  |  조회 2309 인쇄하기
제17대 첫 정기국회가 개원했다. 한국의 정치지형을 크게 바꾸어 놓은 젊고 참신한 정치엘리트들로 구성된 국회답게 새로운 의회의 모습을 보여주리라 기대하지만 전망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아무래도 각종 법안처리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조짐은 이미 나타났다. 열린우리당이 민생, 개혁입법 100대 과제를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기 위해 ‘6단계 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할 결의를 다진 것에서 그런 기미가 보인다.

무엇 때문에 그럴까? 한마디로 말해서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 민법(호주제폐지), 사립학교법, 언론개혁관련법, 선거법 등 당의 정체성과 직결된 이른바 개혁법안들의 처리를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철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법안들은 정략적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여야간의 이해상충으로 정파간의 충돌은 불가피 하다. 더욱이 열린우리당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할 의원들로 인해 과반수 의석 유지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혁법안들의 처리를 강행할 것으로 보여 국회가 파행으로 치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정기국회가 국가 이익과 국민의 복리를 위해 거듭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가의 여부는 개혁법안들을 다루는 열린우리당의 자세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이런 뜻에서 개혁법안들을 처리함에 있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에 유의해 주기를 열린우리당에 권고 하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부탁하고자 하는 것은 입법권의 한계에 대해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 달라는 것이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입법권은 합헌성의 원칙, 국제법상의 일반원칙, 입법재량권의 남용금지 등에 의해 제한을 받는다. 이 가운데서 개혁법안과 관련해 특히 합헌성의 원칙에 의한 입법권의 한계를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합헌성의 원칙에 의한 입법권의 제한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국회의 입법권, 특히 법률제정권은 헌법의 명문규정에 위배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13조 제2항에 위배되는 법률제정은 할 수 없다는 것이 그러하다. 가령 신문사 대주주의 소유지분 상한선을 다시 정하는 입법에서 이 헌법 조항의 위배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둘째, 헌법의 기본원리, 기본질서, 기본제도에 위배되거나 이를 부정하는 것이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사회적 시장경제질서 등을 존중하는 입법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신문시장의 점유율을 다른 상품의 경우와 달리 규정하려는 시도가 이 같은 입법권 제한의 원칙에 상충되는지를 검토해야 할 사례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셋째, 기본권 제한에 관한 일반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로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 헌법 제37조 제2항을 준수해야 함은 물론 ‘과잉금지의 원칙’ 등을 준수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신문사 대주주의 소유지분 제한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를 따져 보아야 하는 등 개혁법안들을 신중하게 검토해야만 한다.

이상과 같은 입법권의 한계와 함께 법률제정이나 개정에서 반드시 유의할 점 두 가지를 더 권고하고 싶다. 하나는 입법에서 규율하고자 하는 현실이나 실재의 보편성을 무시하고 특수성에 집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며, 나머지 하나는 입법에 따른 비의도적인 역기능의 파장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사립학교법 개정에서 이 같은 요청이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일부 사학의 족벌경영에 따른 비리를 근절하려는 동기는 좋지만 특수성을 들어 보편성을 무시하는 입법으로 인해 사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의도하지 않은 역기능을 초래해서는 안되겠기 때문이다.

이러한 권고사항들은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이미 숙지하고 있는 것들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또 열린우리당에는 원내 대표를 비롯해 빼어난 율사들도 많기 때문에 굳이 중언부언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새삼 그런 조건들을 강조하는 까닭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행여 과잉 개혁의지로 인해 입법권이 오용되거나 남용됨으로써 국가 기본질서와 제도가 왜곡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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