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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되는 언론의 자유
유재천   |  2005-10-14 13:24:41  |  조회 2373 인쇄하기
40년 전인 1964년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 한국의 언론자유가 최초로 큰 시련에 직면했던 해였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한·일 국교정상화를 위한 협상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데모가 격렬해지자 그 해 6월3일 서울 일원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가운데 이른바 안전판 입법으로 ‘공안보장법안’과 ‘학원보호법안’의 입법을 추진했다. 공안보장법안에는 매우 포괄적으로 ‘파괴행위의 선동’을 규정해놓고 언론이 그 같은 행위를 선동한 경우 그 기사의 제공, 기재 또는 편성한 자와 발행 또는 방송한 자를 아울러 처벌하되 그 형량은 5년으로 하는 등의 독소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언론통제조항에 대해 한국신문편집인협회를 중심으로 반대투쟁이 전개되고 야당도 반대에 가세하자 당시 여당인 공화당은 여야 협상 끝에 대안으로 언론윤리위원회법을 성안해 국회에 상정했다. 이 법안은 야당들과의 묵계로 1964년 8월2일 심야에 국회에서 통과되고,8월5일 임시국무회에서의 의결 후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공포되었다. 이 법의 폐지를 위한 투쟁이 윤리위원회법 파동이다.

언론윤리위원회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한국신문편집인협회,한국신문발행인협회,한국통신협회,한국신문윤리위원회, IPI한국위원회 등 5개 언론단체가 주축이 되어 주간신문협회, 잡지협회, 방송관계 단체들과 각 신문·통신사의 편집국장과 기자대표들로 언론윤리위원회법 철폐투쟁위원회를 조직하고 본격적인 악법철폐투쟁을 전개했다. 그런 가운데 중앙의 19개 신문·방송·통신사 기자들을 회원으로 한 한국기자협회가 8월17일 창립된다. 기자협회는 창립선언에서 첫 과업으로 비민주적인 언론윤리위원회법 철폐투쟁을 천명했다. 이 때만큼 전체 언론계가 한 마음,한 뜻으로 단합해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했던 사례는 일찍이 없었다.

이상과 같은 언론계의 반대투쟁이 격렬하게 일어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는 언론윤리위원회 발족을 강행했다. 정부의 온갖 압력에 굴복해 거의 대부분의 신문사 발행인들이 윤리위원회 구성에 찬성하게 된다. 조선·동아·경향·매일 등 4개 신문사만 끝까지 윤리위원회 구성에 반대했다. 정부는 이들 신문사에 대해 정부기관에서 4개 신문의 구독금지, 신문용지 가격의 차별대우, 광고의뢰 금지압력 행사, 은행융자의 제한 및 대출금의 회수, 취재의 제한조치 등의 보복조치를 했다.

사태가 이렇게 전개되자 언론계의 악법철폐투쟁과 병행하여 각 정당,사회단체 대표들은 9월2일 언론자유수호 국민대회 발기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윤리위원회 소집에 찬성한 신문 안보기 운동, 언론자유수호를 위한 서명운동 전개, 윤리위원회 소집에 반대한 신문사에 대한 의연금모집운동 등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언론계 원로와 각 언론단체 대표들이 박 대통령을 만나 언론계가 자율적으로 언론의 직업윤리를 준수할 것임을 약속하고 관제 언론윤리위원회법의 시행을 유보해줄 것을 요청하게 된다. 박 대통령은 언론계의 그 같은 요청을 받아들여 9월9일에 언론윤리위원회법의 시행을 전면 보류키로 결정함에 따라 윤리위원회법 파동은 일단락지어졌다.

여기서 1964년에 있었던 윤리위원회법 파동의 전말을 장황하게 다시 밝혀본 까닭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열린우리당이 국회에 제출한 언론개혁을 위한 신문법의 제정에 대한 언론계 내부의 대응 자세 때문이다. 여당이 제출한 신문법의 여러 조항은 명백히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 법이 세칭 조·중·동을 견제하기 위한 표적입법이라 해서 여타의 신문들이 방관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은 큰 잘못이다. 이 법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항을 담고 있는 한 전체 언론계가 합심해서 반대투쟁에 나서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신문들이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누리기를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1964년의 윤리위원회법 파동에서 전체 언론계가 왜 격렬한 반대투쟁을 전개했는지를 되씹어보아야 한다. 언론의 자유는 반드시 옹호되어야 하고,또 그렇게 결심하면 수호될 수 있다는 교훈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일부 신문들이 언론에 대해 국가의 작위(作爲)를 요청하는 행태마저 보이니 한탄할 일이다.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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