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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예속된 방송
유재천   |  2005-10-14 13:26:09  |  조회 2209 인쇄하기
탄핵방송의 공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은 지난 7월 22일 방송위원회가 시청자 민원이 제기된 9개 프로그램에 대해 모두 문제가 없다고 결정함으로써 종결되었다. 그렇다고 탄핵방송의 공정성 시비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그 까닭은 방송위원회의 결정 자체가 과연 공정했는가의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방송위원회의 위탁을 받아 언론학회가 관련 프로그램들의 공정성 여부를 분석한 「대통령 탄핵 관련 TV방송 내용 분석」 보고서를 역사의식도 없고 시대정신도 도외시한 가치 없는 지적 유희쯤으로 매도해 버린 일은 접어두더라도 방송위원회는 심의결정에서 적어도 두 가지 잘못을 범했다.

하나는 공정성 심의대상 프로그램을 라디오방송 프로그램 3편을 포함한 9개로 한정했다는 것이 그러하다. 방송위원회는 시청자의 민원이 제기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했다고 합리화 시켰지만 공정성이 문제될만한 프로그램들을 자체 심의했어야 옳았다. 예를 들면 언론학회의 분석결과 편향성이 지적된 KBS의 특별기획 <탄핵정국 국민에게 듣는다>, 특집 <대통령탄핵 - 대한민국 어디로 가나> 등은 심의대상에 당연히 포함되어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방송위원회가 공정성 심의대상을 의도적으로 축소시켰다는 의혹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나머지 하나는 불공정방송임이 명백한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문제없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예컨대 MBC의 <신강균의 뉴스 서비스 사실은>이 그러하다. 언론학회 보고서는 이 프로그램을 극단적인 편향성을 드러낸 ‘파괴적 편향’의 범주로 분류하고, 방송사가 스스로 만든 공정성 규범의 토대마저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평가했다. 이런 프로그램의 공정성이 문제될 것이 없다고 결정한 방송위원회의 심의 자체가 얼마나 편파적이었는지는 다시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렇다면 방송위원회는 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일까? 그 까닭은 한마디로 말해서 방송위원회가 정파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이 추천한 방송위원들이 대통령탄핵정국을 의회쿠데타로 규정하고 탄핵관련 보도를 일탈영역으로 보는 시각에서 공정성 여부를 재단하려 한 결과이다. 그같은 발상은 대의제 민주주의의 토대인 절차적 민주주의를 부정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한 전제에서 보면 보도의 공정성 문제는 애당초 제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언론학회가 탄핵사태를 합법적 논쟁영역으로 보고 방송의 공정성 여부를 가리려한 관점이 옳고 그른지는 합리적인 사고능력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다.

방송법 제20조는 “방송의 공적 책임, 공정성, 공익성을 실현하고, 방송내용의 질적 향상 및 방송사업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도모하기 위하여 방송위원회를 둔다”고 하고, 제33조 제1항은 “위원회는 방송의 공정성 및 공공성을 심의하기 위하여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제정 공표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같은 방송법 조항들은 방송위원회의 주된 직무의 하나가 방송의 공정성을 실현하는 데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따라서 그같은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은 방송위원회가 어떠한 정파적 이해관계나 이익집단들의 영향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게 독립성을 지녀야 된다는 것이다. 정당의 추천을 받는다는 것이 정파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비록 정당의 추천을 받았다 할지라도 한국방송이 공공성, 공정성 및 공익을 실현하도록 독립적인 위치에서 직무를 수행하라는 엄숙한 책임을 위임받았다는 인식을 투철하게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방송위원회는 이번 탄핵방송의 공정성 심의과정에서 스스로 독립성을 저버렸다. 이것이야말로 두고두고 심판 받아야할 업보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방송의 공정성 실현은 끝내 기대하기 어려운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다음과 같은 언론학회 보고서의 논평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즉 분석대상이 되었던 대다수 기사와 프로그램은 중립적인 의견과 정보로 채워졌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우리는 이 대목에서 한국 TV방송의 미래에 희망을 발견한다. 저널리즘의 원칙과 규범을 지키기 위해 불리한 여건과 분위기 속에서도 끈질기게 노력하는 기자와 PD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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