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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회통합을 생각 한다
임희섭   |  2005-10-14 13:28:51  |  조회 2194 인쇄하기
2004년의 자유공론 신년호 칼럼에서 필자는 “갈등을 넘어 통합의 시대를 열자”는 제목으로 계층, 지역, 세대, 이념의 갈등을 극복해 나아갈 ‘통합’의 리더십을 정치권에 주문했었다. 그러나 2005년의 새해를 맞으며 필자는 더욱 절실해진 마음으로 다시 한번 사회통합의 과제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2004년의 갈등은 오히려 정치권에서 시작되었다. 3월 12일, 당시에는 제1당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던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 등 159명이 발의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193명의 찬성으로 전격적으로 가결된 것이다. 그로 인해 노무현 대통령의 직무수행이 즉시 정지되었고, 고건 총리에 의한 직무대행체제가 시작되어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기각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두 달간이나 계속되었다. 이와 같은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고 통과되게 된 배경에는 노무현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두 차례에 걸쳐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공개발언을 하였고, 그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가 대통령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지적하는 등의 과정이 있었지만, 탄핵 정국은 결국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야당인 민주당 및 한나라당 사이의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이 빚어낸 일종의 ‘정치적 사고’였었다고 말할 수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발의될 때만해도 탄핵안이 실제로 가결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들은 많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탄핵소추안의 국회통과는 한국사회에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켰고, 그 결과는 4월 15일에 실시된 총선에서의 여당의 승리와 야당의 패배였다.
2004년 후반의 정치권과 한국사회는 또 다시 신행정수도 건설안을 둘러싸고 대립과 갈등, 분열과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정부와 여당은 사실상의 천도에 가까운 행정수도 이전을 들고 나왔고, 그에 대해 야당과 일부 언론, 시민단체 등은 막대한 수도이전비용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의견을 주장하였다. 결국 온 나라가 들썩거리는 공방 끝에 정부와 여당의 행정수도 이전 안은 또 다시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제동이 걸리고 말았지만, 아직도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충청권 주민들의 반발도 남아 있는 것도 문제지만, 앞으로 신행정수도의 대안으로 추진될 행정도시의 형태와 규모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여론의 합의가 아직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행정수도 이전문제가 잠잠해 지자, 이번에는 여당이 과거사 정리를 위한 특별법을 비롯해서, 국가보안법 폐지안, 사립학교법 개정안, 언론개혁법안 등 이른바 4대 개혁입법을 추진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사회는 또 다시 심한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 들고 있다. 그와 같은 개혁 법안들은 나름대로 한국사회의 여러 개혁과제들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과 요구를 반영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한 개혁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좀 더 폭 넓은 국민 여론의 지지를 확보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찬성과 반대의 여론이 엇갈리는 쟁점들을 안고 있는 개혁 과제들인 것도 사실이다. 특히 국가보안법의 폐지는 많은 국민들에게 국가 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일으킬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현행 보안법의 인권침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일부 조항만을 개정할 것인지, 아니면 보안법을 폐지하고 대체 입법을 하거나 형법을 보완하거나 하는 등의 여러 대안을 놓고 국회와 언론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합의해서 국민을 안심시키고 설득시키면서 시간을 두고 추진해야 할 사안이지 급하게 서두르거나 힘으로 밀어붙일 사안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그와 같은 개혁과제들에 관한 입법을 너무 조급하게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하려 해 왔고, 야당은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국회에서 몸싸움이나 저지 투쟁만을 벌임으로서, 국민들의 눈에 17대 국회도 여전히 민생문제를 뒷전으로 한 채 당리당략을 위한 이전투구만을 벌이는 국회로 비치게 하고 있다. 또한 언론매체들도 이른바 4대 개혁입법과 관련해서는 찬성과 반대 주장으로 나뉘어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은 정치권과 언론의 분열과 대립은 한국사회 전체를 더욱 더 심한 갈등과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혼란한 상황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정부와 여당이 국회에서의 다수의석을 믿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려 하는 아집과 독선에 그 책임이 있다”고 하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들은 “개혁을 거부하는 기득권층의 반발과 발목잡기 때문에 꼭 필요한 개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상반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에 실시되었던 각종 여론조사에 나타난 국민들의 여론을 보면, 국민들은 개혁의 과제나 쟁점들에 대한 찬반이나 속도의 완급에 대해 비교적 현명하고 분명한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대다수 국민들은 16대 국회에서 정당법과 선거법 등 이른바 정치개혁관련 법안들이 통과되었을 때, 이들 법안들에 대한 여론의 지지는 압도적이었었다. 또한 국민들은 사실상의 천도에 가까운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었으며, 지금도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국민들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사립학교법 개정이나 언론개혁법안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예상되는 몇 가지 부작용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으로 정치권에 대한 대다수 국민들의 메시지는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른바 개혁세력의 아집과 독선이나 기득권세력의 개혁 발목잡기, 그리고 당리당략에 치우치는 정치권의 비생산적인 정쟁에 대해서는 다같이 경고의 ‘옐로우 카드’를 내 보이고 있다. 그리고 여러 개혁관련 입법들은 국민들을 충분히 설득하고 합의를 만들어가면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2005년의 새해는 끝없는 정쟁으로 인한 온갖 갈등과 혼란을 지양하고, 정치권과 경제계를 비롯한 온 국민이 경제회복과 국민복리를 위해 힘을 합쳐 노력해 나아가는 통합과 전진의 한 해가 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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