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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리아 선언’이 의미하는 것
진덕규   |  2005-10-14 13:44:42  |  조회 2353 인쇄하기
‘외면된 뉴스’

지난 5월 10-11일 이틀 동안 브라질에서 열린 ‘중남미-아랍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브라질리아 선언’은 ‘외면된 뉴스’였다.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 등 유럽 언론들도 고작 한 줄 정도로만 다루었을 뿐이다. 그것도 “이 회의는 그들 사이끼리도 의견 조율이 어렵다는 사실을 드러냈다.”거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것과 같은 회의였다.”고 평가했을 뿐이다. 이 회의에 대한 뉴스가 외면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것이 기존 국제 질서에 맞서려는 시도였기 때문이다. 이 회의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의 것은 아니었다. 어떤 면에서 그것은 국제 정치의 또 다른 강한 흐름을 말해 주는 구체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회의의 시말

이 회의의 호스트는 브라질의 룰라(Lula da Silva) 대통령이었다. 그는 미국과 같은 부유한 국가가 세계를 일방적으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다. 또한 부유한 국가에 의한 세계 지배는 결국 2:8의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로 세상을 양분시켰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는 “갖지 못한 자”의 요구는 당장은 실현될 수 없겠지만 끊임없는 도전은 언젠가는 그것을 관철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정의로운 세계와 공평한 세상을 위해서라도 “갖지 못한 자”의 소리는 울려 퍼져야 한다는 것이다. 룰라는 대통령에 입후보했을 때부터 “갖지 못한 자”들이 함께 연대하여 “가진 자”가 주도하는 세계에 맞서자고 주장해 왔다. 그는 이 일을 위해 지난 3년 동안 노력했는데 그 결실이 이번에 브라질리아에서 개막된 "중남미와 아랍권 34개국 정상회의"였다. 그러나 막상 회의에 참가한 국가는 그 절반도 안 되는 15개국 뿐이었다.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라크 전쟁에 대한 이 회의의 비판 기류에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에 회의의 흐름도 긴장감으로 가득 찰 수밖에 없었다.

‘브라질리아 선언’

여기서 채택된 ‘브라질리아 선언’은 역사적인 문건이다. 이 선언은 “오늘 우리는 중남미와 아랍 국가들의 협력을 이뤄 낼 수 있는 교량 건설의 역사적인 기회를 맞았다.”는 룰라의 개회사에서도 그 의미를 읽게 된다.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대한 반감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 미국의 패권주의 때문에 피해를 보는 중남미 국가와 아랍 국가가 연대하여 미국적 세계를 차단하자는 의도가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성격을 담은 ‘브라질리아 선언’의 주요 내용은 6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1. 중남미 국가와 아랍 국가 사이의 정치 경제적인 협력 강화
2. 동부 예루살렘과 가자 지구,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점령군 철수
3.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 전면 해제
4. 테러와 강대국의 침략 반대 및 강대국의 침략에 대항하는 약소국의
저항권 인정
5. 미국-유엔-EU-러시아의 중동 평화 로드맵에 대한 지지 표명.
6. 이라크 주민의 단합 및 이라크 주권과 독립 존중, 타국의 내정 간섭 반대

전반적인 기조

이번 회의의 주요 기조 중 하나는 현재의 세계화(globalization)에 대한 반감이다. 지금의 세계화는 미국 주도의 세계화일 뿐이며, 가난한 나라를 더 가난하게 만든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 점에서 “IMF와 WTO 체제는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게 되었다. 한편, 이 모임에 참가한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데 초점을 모았다. 그들은 “팔레스타인의 주권”을 유달리 강조하고 있다. 아랍의 현실적인 고통이나 9.11 테러도 모두 이스라엘 때문에 빚어졌다는 것이다. 아랍 연맹 사무총장인 아무르 무사(Amr Moussa)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무시하면 국제적 폭력과 무질서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제국(empire)’으로의 미국 헤게모니에 맞서려는 ‘룰라 동조자(Lula-Supporters)’들의 다짐이 ‘브라질리아 선언’으로 결집된 셈이다. 이것은 미국적 헤게모니에 대한 또 다른 도덕성의 도전이며, 이제까지 지하로만 흘렀던 도전의 물줄기가 지상으로 분출된 구체적인 표징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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