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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7/7 테러의 만행
진덕규   |  2005-10-14 13:45:30  |  조회 2383 인쇄하기
런던 테러를 보는 눈

지난 7월 7일의 런던 테러는 반인간적인 만행이었다. 뉴욕의 9/11 테러로부터 4년, 마드리드 통근 기차 폭파로부터 16개월만의 참극이었다. 테러는 더 이상 미 “제국”에 대한 전쟁도, 글로벌 자본주의에 대한 투쟁도 아니다. 더더구나 서방에 대한 동방의 대결도, 이슬람교도의 절규로도 이해될 수 없다. 그것은 이 세상 선한 사람들에 대한 살육이다.

그런데도 런던 7/7 테러를 보는 사람들의 시각은 여러 갈래로 나누어진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중동 정치에 대한 반영이며, 테러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팔레스타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2. 세계 석유 에너지 지배체제 때문이다. 이를 고쳐 중동인에게도 도움을 주어야 한다.
3. 극심한 사회 불평등 때문이며, 빈곤한 사람들을 적극 지원해야만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4. 이라크 전에 참전한 영국에 대한 중동인들의 불만 때문이다. 이라크에서 철군해야 한다.
5. 동서간의 “문명의 충돌”이 빚어놓은 필연으로 이해할 수 있다.
6. 무슬림에 대한 세계인의 잘못된 시각 때문이다. 이들도 우리와 함께 살 수 있어야 한다.

테러의 범죄자들

런던 경시청은 자폭 테러의 범인들은 파키스탄계 영국인 하시브 후세인(Hasib Hussain, 18), 세자드 탄위르(Shehzad Tanweer,22), 모하마드 시디크 칸(Mohammad Sidique Khan,30), 자마이카 출생의 린지 저메인(Lindsey Germaine) 등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배후에는 알 카에다(al-Qaeda)가 있고, 그 조직원은 테러 2주 전에 영국에 왔다가 테러 직전에 영국을 떠났다고 발표했다.

7월 7일 오전 8시 30분 런던 지하철 킹스 크로스(King's Cross)역의 CCTV에는 폭탄이 든 배낭을 맨 이들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이들 중 연장자인 시디크 칸은 예쁜 딸을 가진 성실한 아버지로 2002년부터 초등학교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다. “그가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했다고 말했을 때 내 딸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라면서 울었습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학부모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었던 사람이었다.

18살의 후세인은 한 때는 말썽을 부리기도 했지만 2003년 파키스탄을 방문한 후에는 메카를 순례하는 등 이슬람에 기울어져서 수염도 기르고 이슬람 복장도 즐겨 입게 되었다.

22살의 탄위르는 후세인의 친구로 고등학교 시절에는 크리켓 선수였다. 그는 “영국을 사랑한다!”라고 공언할 만큼 영국적이었으며, 올해 파키스탄의 이슬람 캠프에 다녀왔다. 그러나 저메인에 대해서는 경찰도 별로 아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죄없이 죽은 사람들

이들이 저질러 놓은 테러의 결과는 참담했다. 사망자 50명, 부상자 700여명! 사망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은 모든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건축가인 리 해리스(Lee Harris,30)와 그의 동업자 사만다 바담(Samantha Badham,36)은 어릴 때부터 연인이었다. 그들은 금년에 정식으로 결혼할 계획이었으며, 그날도 런던의 꽤 괜찮은 식당에서 저녁 식사을 함께 하기로 예약해 놓았었다.

필립 럿셀(Philip Russell, 28)은 그날 아침 늦잠을 잔 탓에 택시로 다른 지하철역에서 전철을 탔다가 자폭 테러를 당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시신을 안고 “잘못된 시대, 잘못된 사람들 때문에 아름다운 청년이 죽어야 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고 눈물을 흘렸다.

올해 37살의 아드리안 존슨(Adrian Johnson)은 온 가족이 함께 피카딜리로 나들이를 갔다가 참변을 당했는데, 다행히 아내와 두 아들은 생명을 건졌다. 존슨은 축구 클럽의 회원으로 버블리 회사 분점의 지배인이었다. 죽은 사람들의 사연을 읽으면 가슴이 아프다. 그들은 이슬람도, 알 카에다도 잘 몰랐으며, 중동의 어느 나라를 비난하거나 총질을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그들은 그렇게 죽어야 했다.

"사악한 이데올로기의 만행"

토니 블레어는 이번 런던 테러를 “사악한 이데올로기의 만행”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이 세상에서 생명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다른 사람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짓은 악마의 짓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목요일 12시에 런던 테러의 현장에서는 추모 집회가 열렸다. 2분간의 묵념과 함께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할 말을 잃어버렸다.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지만 흐느낌은 없었다. 그들은 지하철 터널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이 바로 자신일수도 있다는 그 사실에 숙연했다.

타비스톡 스퀘어의 추도 모임을 주관했던 어느 목사는 이렇게 기도했다. “죽음의 골짜기로부터 삶의 길로 인도하소서. 거짓의 세상으로부터 진리의 나라로 나아가게 하소서. 절망의 시대로부터 희망의 세기로 이끌어 주옵소서!” 그것은 테러는 온 세상 사람 모두를 상대로 하는 테러임을 말해 주는 기도였다. 그 기도는 테러는 가장 사악하고 어리석은 행동이며, 반문명적이라는 것을 절절하게 증언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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