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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원로의 삶, 마리오 소아레스
진덕규   |  2005-10-14 13:47:08  |  조회 2358 인쇄하기
마리오 소아레스는 올해 80세.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우리 시대의 어른이다. 그는 포르투칼이나 유럽만이 아니라 세계사에서 큰 자취를 만들고 있다. 그는 젊은 시절을 지성과 실천 사이의 번뇌로 지새웠다. 대학 시절에는 “책 읽는 운동권”, 청년 시절에는 “낭만적인 망명객”, 장년기에는 “참 개혁의 정치인”으로 불렸고, 지금은 “인류의 양심”으로 불린다. 1986-96년에는 포르투칼의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변혁의 정치”를 향해 달려갔다. 현재 그는 자신의 이름을 붙인 ‘마리오 소아레스 재단’의 이사장도 맡고 있다. 유럽, 유엔,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 여러 곳에서는 여전히 그의 방문을 기다린다. 정의와 평화가 필요한 곳에는 의당 그가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오랜 반독재 투쟁

그는 빈곤한 사람들과 권위주의에 대항한 투쟁에 진력했다. 포르투칼의 살라자르(Antonio Salazar)독재는 1974년, 그의 결연한 투쟁이 한 몫을 담당한 “카네이션 혁명(Carnation Revolution)”으로 붕괴됐다. 그는 1986년 포르투칼 최초의 민선 대통령이 되기까지 거의 30여 년간 투쟁의 길을 걸어야 했다. 그의 아버지도 공화주의자로 살라자르의 독재에 항거했으며 몇 차례 투옥 됐다. 그는 리스본 대학에서 역사학-철학-법학을 전공했다. 파리의 소르본느에서는 법학을 수학했다. 그는 리스본 대학 재학시절부터 자유 시민사회를 위한 투쟁에 앞장섰다. 1964년, 청년 비밀 조직체인 ‘사회주의 행동 연대’를 만들었으며, 이 조직체는 1974년에는 오늘의 ‘포르투칼 사회당’으로 발전하는 모체가 되었다. 반독재 투쟁으로 12번의 투옥과 2번의 망명을 겪었다. 카네이션 혁명이 일어나자 그는 포르투칼로 다시 귀국했으며, 새 정부의 외무장관이 되었다. 1976년에는 수상으로, 1986년과 1991년에는 대통령으로 연이어 당선됐다.

소아레스의 신념

그는 사회주의자다. 그러나 그의 사회주의는 공산주의와 적대적이다. 그의 신념은 인간주의적 진보-좌파이다. 그는 한때 자신의 신념을 이렇게 밝혀 놓았다. “나는 강대국의 헤게모니가 주도하는 ‘평화’를 반대한다. 나는 자본가의 독점으로 이루어지는 ‘경제 발전’을 반대한다. 나는 선동적인 세력이 주창하는 ‘자유’를 반대한다. 나는 모두에 대한 산술적 ‘평등’ 개념에도 반대한다 … 나는 다원성이 전제되는 평화만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긴다. 나는 참여와 공정한 경쟁에 입각한 ‘경제 발전’을 주장한다. 나는 책임질 수 있는 민주 시민의 ‘자유’를 강조한다. 나는 개별적 특이성이 인정받는 ‘평등’이 이루어 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그는 미국의 중동 정책을, 신자유주의적 글로벌리제이션을, 민족국가 중심의 편협한 정치 엘리트를 극단적으로 비판한다.

원로의 헌신적인 삶

그의 신념은 곧장 행동으로 이어진다. 때로는 급진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그러나 그는 원칙과 행동을 동일선상에 놓으려 한다. 그가 스스로 밝혔듯, 그는 아더 쾨슬러(Arthur Koestler),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조지 오웰(George Owell)로 이어지는 지적 계보 위에 서 있다. 때문에 그는 다보스가 아니라 뽀르또 알레그레로 달려가 ‘세계사회포럼’ 개막 연설을 맡는다. 소아레스는 성매매, 마약 거래,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의 시정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그는 놀랄 정도로 낙관적이다.

그는 사회주의자로서, 소비에티즘이 보여주는 반인간적 전제, 폭력적인 통치세력, 냉혹한 시장주의는 결국파시스트의 또 다른 모습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그를 두고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파시즘적 속성을 걷어내기 위해 투쟁하는 가장 인간주의적인 지성인”이라고 평했던 런던대학의 프래드 할리데이(Fred halliday) 교수의 주장은 한층 더 무게를 지닌다. 그에게는 노벨상을 받으려는 속물성도, 주변 인사들의 권력형 부정에서 빚어지는 천민성도, 심지어 스스로 원로로 자칭하는 위선도 찾을 수가 없다. 이 점에서 그는 우리 시대의 세계적 원로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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