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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대통령 당선자 아흐마디네자드의 과거사
진덕규   |  2005-10-14 13:48:48  |  조회 2318 인쇄하기
극적인 반전

이란의 대통령 선거는 “극적인 반전”으로 끝났다. 지난 6월 24일에 있었던 결선 투표에서 올해 49세인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Mohmoud Ahmadinejad)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란의 대통령 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결선 투표를 하게 되어 있다. 1차 투표에서는 전직 대통령이었던 알리 하셰미 라프산자니(Akbar Hashemi Rafsanjani)가 21%를 득표하여 1위를 차지했고, 아흐마디네자드는 19.4%로 2위였다. 그러나 결선 투표에서는 그 순위가 뒤바뀌어 아흐마디네자드는 61.69%로 당선되었고, 라프산자니는 35.93%로 낙선했다. 1차 투표 때 3위 이하였던 득표자들이 결선 투표에서 아흐마디네자드에게 표를 몰아주었기 때문이었다. 대통령 선거에서의 결선 투표제는 이와같이 돌발 상황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정치가들의 뒷거래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아흐마디네자드

아흐마디네자드의 선거 구호는 “우리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였다. 그 만큼 그는 혁명적이다. 종교적으로는 보수적이고, 경제적으로는 변혁적이며, 사회적으로는 반서구적이다. 그는 “이슬람 혁명의 원칙주의자”로 자처한다. 그의 정치 공약은 “석유로 번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도!”였다. 이란의 석유가 몇몇 유력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대신 가난한 민중들에게도 배분해 주자는 것이다.

그의 급진성은 그의 개인사를 반영하고 있다. 그는 테헤란 근처의 감사르(Garmsar)에서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한 살 때 테헤란으로 이주하였다. 줄곧 가난 속에서 살았으면서도 수재였던 그는 이란과학기술대학(IUST)에서 토목학을 전공하여 학위를 받았으며, 곧이어 그 대학 강사가 되었다. 1979년 이란 혁명이 일어났을 때에는 ‘이란 혁명수비대’에 참여하여 이슬람 근본주의를 옹호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2003년 테헤란 시장에 당선되기 전까지는 “무명의 젊은 정치 신인”에 불과했던 그가 이제는 “세계를 놀라게 하는 정치인”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잔인한 주모자'

아흐마디네자드의 당선이 알려지자 서방 언론들은 그에 대한 ‘심각한 혐의 사실’들을 보도하고 있다. 1979년 이란 혁명 당시 미국 대사관 난입과 미국인 납치, 오스트리아에서의 커드족 정치인 암살 및 테헤란 교도소에서의 정치범 처형 혐의 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보도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부인한다. 그것은 ‘시온주의자들의 악랄한 행위’일 뿐이라고 맞대응하면서. 한편, 1979년 11월 4일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에 납치당했던 55명의 미국인 생존자들 중 대다수는 그가 ‘그 일의 주모자’였음을 증언하고 있다. 그 때의 일을 떠올린 한 미국인은 자신들을 향해 ‘이 돼지XX들을 꼼짝 못하게 가둬!’라고 명령했던 사람이 바로 그였다고 지목하면서 ‘최고로 잔인했던 주모자’였다고 덧붙이고 있다. 그는 테헤란 시장으로 당선되자 곧바로 패스트 푸드점을 폐업시켰으며, 남자 공무원들에게는 긴 소매가 달린 옷을 입고 수염을 기를 것을 명령할 정도로 급진적이었다. 또 세계적 축구 선수인 데이비드 베컴의 광고판을 테헤란 거리에서 모두 철거시키는 등 철저한 반서구주의적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검소한 생활과 반부패를 추구하면서 자신은 ‘가난한 사람들의 영원한 친구’라고 자처한다.

예측할 수 없는 앞날

그의 앞날이나 이란의 미래는 예측할 수 없을 만큼 혼미 상태를 보여줄 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흐마디네자드는 지금 이란의 대통령이고, 대서방 강경파라는 사실이다. 대통령에 당선되던 날 그는 미국이 이슬람 세계를 봉쇄하고 있다면서 미국을 맹비난했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야말로 무슬림 세계를 위축시키는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이란은 당장 핵을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가난한 민중을 내세우고, 보수적인 신앙을 강조하며, 반서구적인 그의 정치 행보의 기반에는 포퓰리즘이 깔려 있다. 비록 포퓰리즘의 강한 기류가 그를 대통령으로 끌어올려 주기는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못하고 오히려 혼돈만 안겨 주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아흐마디네자드나 이란의 민중이 깨닫기에는 지금 그들의 분노가 너무 큰 것 같다. 정치는 분노를 발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화해의 텃밭인데 그가 그것을 알기에는 아직 나이가 젊고, 이란 민중들의 분노도 너무 깊은 것이 문제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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