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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인도가 손잡다: 달라지는 세계의 지형도
진덕규   |  2005-10-14 13:49:37  |  조회 2426 인쇄하기
중국과 인도의 급성장이 눈부시다. 중국은 “중화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지난 주에는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가 인도를 방문했다. 인도와 중국은 오랫동안 숙적 관계였다. 그동안 국경 분쟁으로 긴장도 높았었지만 최근에 이루어진 양국의 화해는 눈부시다. 이번에 열린 수뇌 회담에서 인도의 만모한 싱(Manmohan Singh) 수상은 “인도와 중국 두 나라는 서로 손을 잡고 세계 질서를 재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협정을 맺었다.

첫째 양국의 국경 분쟁을 해결하고, 둘째 중국은 인도의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원하며, 셋째 양국은 경제 협력 체제를 강화하고, 넷째 중국의 하드웨어와 인도의 소프트웨어를 결합시켜 세계의 정보 기술 산업을 주도하기로 했다. 이제는 인도와 중국이 글로벌리제이션 시대에 걸맞는 새 협력 파트너가 되어 서구의 헤게모니를 넘어서려고 한다.

두 나라의 협력은 세계사를 되돌아 보게 한다. 600여년 전만 해도 중국과 인도는 전 세계 GDP의 75%를 차지했을 만큼 세계적인 강대국이었다. 그 시대에 유럽은 미미한 존재였으며, 미국은 “미발견의 대륙”일 뿐이었다. 포르투갈 선단만이 세계 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정도였다. 1497년에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가 칼리커트(Calicut) 도착한 데에서 비롯된 역사상 최초의 글로벌리제이션은 유럽으로 하여금 거대 제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중국은 이보다 앞선 15세기 초에 이미 인도와 페르시아, 서남 아시아에 대함대를 파견했지만 영토를 확보한다거나 경제적으로 침탈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500년이 지나 20세기로 접어들면서 유럽과 미국은 세계 GDP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으며, 아시아 국가들을 침탈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유럽에 의해 주도되었던 제1차 글로벌리제이션은 1차 대전과 대공황, 2차 대전 등으로 인해 무너져 버렸다. 이어 1950년대를 전후해서는 유럽과 일본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 마샬 계획(Marshall Plan)과 닷지 계획(Dodge Plan)이 실시되었으며,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과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WTO) 등을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제2의 글로벌리제이션이 등장하였다. 이때부터 세계 시장 체제와 다국적 기업은 미국 헤게모니를 대두시키기 시작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세계를 지구촌 시대로 몰아넣었고. 코카콜라, 맥도날드 햄버거, 소니 워크맨 같은 것이 글로벌 상품으로 유행했다. 그 결과 지난 50여년 동안에는 국내 GDP보다 국제 교역량이 급증하게 되었으며, 세계 무역이 글로벌 성장의 견인차로 작용했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제2 글로벌리제이션은 “세계의 미국화”였다. 달러는 세계 화폐가 되었고, 대부분의 외국 투자는 미국이 도맡았다. PC에 작동하는 원도우 작동 기술도 미국의 기준을 따랐으며,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음반이나 대중 예술도 대부분 미국에서 나왔다. 이렇게 해서 미국은 글로벌리제이션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도 1980년대에 이르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마치 제3의 글로벌리제이션을 예비하는 것 같다. 가령 중국만 해도 “부자가 되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라는 덩샤오핑의 주장에 고무되어 13억에 이르는 인구가 자본주의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또한 1989년에는 동유럽이 붕괴되자 그동안 “사회주의 파라다이스”에 산다고 믿어 왔던 5억에 가까운 사람들이 자본주의로 옮겨 왔다. 그런데 이런 변화가 이제는 인도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전까지만 해도 인도는 소련과 밀접했으며 사회주의적인 지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결과 인도 경제는 파산 상태에 직면했었다. 그랬던 인도가 이제 자본주의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인도는 자신들의 살 길은 국제 무역 뿐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중국, 동유럽, 인도의 전환은 30억 인구를 자본주의로 옮겨 놓았다. 그런데도 이들은 여전히 가난하다. 높은 기술을 가졌지만 열악한 노동 조건과 저 임금 상태는 마찬가지다. 이제는 인터넷의 발전과 FedEx, USP 등 특급 배달 체계로 인해 지구촌 다른 지역과의 거리감도 사라져 버렸다. 세계 사람들이 모두 동일 시간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중국은 글로벌 제조업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인도는 소프트웨어와 아웃 소싱의 유망주로 떠오르게 되었다. 급기야는 국제정치경제학의 고전적 주장, 즉 기술, 자본, 노동은 비유동적이기 때문에 저임금 국가는 노동 집약적인 생산 체제로 남게 될 것이며, 선진국은 자본 집약적인 생산 체제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마저도 무너지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기술, 자본, 노동 등 모든 것이 유동적이다. 더 이상 미국 주도의 글로벌리제이션이 주장될 수 없을 만큼 세계는 여러 갈래의 글로벌리제이션으로 달려가고 있다. 인도와 중국의 급속 성장으로 그동안 패권 체제를 유지해 왔던 미국-일본의 연대가 이제는 위협받게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의 와중에서 한국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다. 인도 등 서남부와 손을 잡고, 러시아를 잠재우면서 타이완 해협의 평정을 시도하며, 더 나아가 일본과 미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동북아로 밀고 내려오는 중국의 거대한 야망을 바라보면서 한국 정부가 내놓은 “동북아 균형자론”이나 “동북아 중심 국가론”이 과연 얼마나 효과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을지를 되짚어 볼 수 밖에 없는 시점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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