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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8]과 [G8]의 엇갈린 명암
진덕규   |  2005-10-14 13:50:01  |  조회 1881 인쇄하기
하이드 파크의 대함성

지난 주말 세계 10대 도시에서는 세계적인 스타들의 콘서트 [Live 8]이 열렸다. G8 지도자들에게 아프리카의 빈곤을 당장 해결하라면서 런던, 필라델피아, 파리, 베를린, 요하네스버그, 로마, 모스코바, 도쿄 등에서 열린 이날의 콘서트는 감격으로 가득 찼다. 런던의 하이드 파크(Hyde Park) 콘서트에는 마돈나, U2, 콜도플레이, 엘튼 존 등이 출연했다. 마돈나는 무대 위에서 청중들에게 “지금 당장이라 혁명을 일으킵시다! 그리고 역사도 바꿉시다!”라고 외쳤다. 하이드 파크에 모인 청중은 20여만 명. 이 콘서트의 클라이맥스는 폴 메카트니와 출연자들이 비틀즈의 ‘헤이 주드(Hey Jude)’를 함께 부를 때였다. 메카트니의 “우리는 자선을 바라지 않습니다. 오직 정의만을 추구할 뿐입니다!”라는 말은 긴 여운을 남겼다. 이 콘서트를 주관한 윌 스미스(Will Smith)는 “200여년 전 미국은 독립(independence)을 선언했지만 우리는 오늘 연대(interdependence)를 선언한다!”라고 말했다. “독립”에서 “연대”로의 전환, 그것이 곧 우리 시대의 정신임이 입증되고 있었다.

코피 아난의 주장

이번 콘서트의 표적은 ‘G8 스코틀랜드 정상 회의’였다. 오는 7월 6일 스코틀랜드의 퍼스(Perth)에서는 부시 등 8개국 정상이 회합을 가질 예정이다.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은 이번 모임에 참석할 지도자들에게 세계의 빈곤 퇴치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지금 당장 세계의 극빈자들을 구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큰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면서 “가난한 사람들은 여러분들만 쳐다보고 있을 뿐입니다. 제발 그들을 잊지 마시기를!”이라고 말했다. 또한 G8 정상 회의가 열리는 날에는 빈곤 퇴치를 요구하기 위해 스코틀랜드에서 대규모 시위가 계획되고 있는데 여기에 참여할 사람들은 대략 25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스코틀랜드를 ‘세계 빈곤 퇴치의 성지’로 만들겠다는 열기가 벌써부터 그 곳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아프리카의 외채 부담

G8의 초점은 아프리카의 외채를 탕감해 주는 것이다. 지난 달 11일 런던에서 열린 G8의 재무장관 회의는 세계 18개 가난한 나라의 외채 총액이 약 $400억이며, 그 대부분은 사하라 이남의 국가들이 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외채 탕감만이 아프리카를 살릴 수 있다는 여론이 들끓게 되었다. 이번 G8 정상 회의의 호스트인 영국 수상 토니 블레어는 다음 3가지가 이번 회의의 목표라고 말했다. 첫째는 가난한 나라의 외채를 완전히 탕감해 주는 것이며, 둘째는 아프리카에 대한 경제 지원금을 증가시키는 것이고, 셋째는 아프리카의 경제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국제 교역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들의 외채는 주로 IMF를 비롯해 세계은행과 아프리카 개발은행에서 빌려 준 돈이다. 만일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들이 외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 돈은 당장 필요한 보건 후생과 초등 교육 확대 및 도로 건설 등으로 전용될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한 글렌이글즈 호텔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번 G8 정상 회의는 스코틀랜드 퍼스(Perth)의 최고급 호텔인 글렌이글즈(Gleneagles)에서 열린다. 퍼스는 하이랜드의 수려한 풍광과 함께 “시원한 여름, 즐거운 골프, 전통으로의 여정”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 호텔은 80여 년 전에 프랑스의 고성을 본따 지었다. G8의 정상들은 이 곳에서 “세계 경제 협력 강화, 국제 교역 증진, 평화와 민주주의의 확대, 분쟁 예방과 갈등 극복”에 대한 문제를 심사숙고하게 된다. 1975년 G6에서 시작된 G8의 회원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러시아 등이다. 이 회합은 공식적인 외교 협상과는 달리 자유로운 담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이 모임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급성장 국가인 중국과 인도가 회원이 아니라는 점과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대표가 참석하지 않는다는 점 등도 지적되고 있다. 사람들은 G8 정상 회의는 “지구 온난화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으며 “오직 그들만의 요란한 잔치”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웃고 있다. 일부에서는“ G8의 수뇌들이 아프리카의 가난한 농가에서 모임을 가질 때 비로소 빈곤 해방에 대한 처방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가난을 팔고, 민중을 팔고, 역사를 팔아 지도자가 되는 그 즉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국제 회합의 화려함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지도자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여름은 한층 더 무더울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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