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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의 교훈
홍세표   |  2005-11-04 01:20:13  |  조회 2210 인쇄하기
몇 년전 일본에 갔을 때의 일이다.
그날 새벽에도 오래된 내 습관대로 조깅복을 입고 좀 뛰려고 묵고있던 호텔 문 밖으로 나가던 참이었다.
문간에 쭈그리고 앉았던 어떤 작은 그림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오하요고자이마스(안녕히 주무셨어요?)”라고 똑똑한 발음으로 인사를 하지 않겠는가?
그 이른 꼭두새벽에 언뜻 보기에 7살 정도 되는 아이가 나와 있는 것도 이상하였지만 등불에 비친 그의 얼굴이 눈물에 젖어 있어 더욱 야릇하게 느껴졌다.
잠시 서서 물끄러미 그를 쳐다보았으나 말을 건네는 것은 물론, 왜 우느냐고 물어볼 분위기는 더더욱 아닌 것 같아 간단히 “오하이요”라고 답례를 하고 호텔문밖으로 달음질쳐 나와 버렸다. 뛰면서도 내내 이 이른 시간에 울면서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조건반사적으로 일어나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는 그 아이의 모습을 좀처럼 뇌리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왜 울고 있었을까? 부모님께 야단을 맞고 뛰쳐나온 것일까? 밤새 동숙하던 집안의 누군가 몸이 불편하여 응급치료 받으러 나간 것을 기다리는 것일까? 어떠한 연유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 누나나 동생을 기다리는 것인가?
무슨 사유든지 있기는 하겠지만 내가 느낀 신선한 충격은 그 예의바른 인사태도였다. 어떠한 역경에서도 자세를 흐트러트리지 않고 정중하게 머리 숙여 인사하는 그 모습이었다.
19세기의 세계적 박물학자 「C. 다윈」은 생후 2살 반 된 어린애를 가진 어머니가 그에게 아이는 몇 살부터 교육시켜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당신은 이미 2년 반이 늦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는 일화가 있다.
내가 45년전 독일에 있을 때 집사람이 첫 딸을 낳았는데 밤새 울고 보채는 이 아이를 어쩔 수 없이 안고 얼리고 지내던중 옆집 독일 할머니가 찾아와서 아이가 일주일 지나면 이미 아기가 아니고 꾀가 멀쩡하니 시끄럽더라도 밤새울게 방치해두면 밤에 우는 못된 버릇을 고칠 수 있다고 일러주던 일도 연상되었다.
즉 교육은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바로 시작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그러고 보니 교육은 사람이 세상에 나온 그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시작된다는 말을 「그리스」의 철학자 「프로타고라스」가 이미 한 것 같다. 즉 “교육은 천성과 훈련을 필요로 하며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배우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프랑스」의 「몽떼뉴」는 “우리들의 최악의 부덕은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의 나쁜 버릇에 연유한다”고 그의 수상록에 쓰고 있는 것이 기억되었다. 아이들이란 태어날 때부터 무엇인가 배우고 공부한다는 의식을 주변 사람들이 심어주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닌가?
“아이들에게는 비판보다 모범, 즉 본보기가 필요하다”고 한 「쥬­벨」의 말도 떠오른다. 이 어린 일본 아이는 설사 아무리 어려운 환경하에서라도 사람에게 정중하게 예의를 갖추어 대해야 한다고 배웠고 인사하는 좋은 습관을 어려서부터 익힌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아이들은 이럴 경우 과연 어떻게 행동할까 생각하고 언짢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내가 몸소 시행하여 보여줌으로써 이 인사하는 좋은 습관을 터득시켜주어야 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하였다.
어찌 간단한 인사뿐이랴?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정중하게 대하고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간단한 우스개 소리라도 해줄 수 있다면 이 사회, 이 세상은 얼마나 밝아질까 생각해본다. 남을 위해서 그리고 나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인사에서 비롯하여 갖추어지는 바른 예의는 인정으로 승화하고 이것이 바로 인간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행위가 아니겠는가?
어쨌든 그 날 새벽에는 뜻밖에도 어린 아이에게서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다정하게 인사를 하던 그 아이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그 눈물 젖은 얼굴이 선의의 웃는 낯으로 떠올려지는 것이다.<법무법인 태평양 상임고문/전 외환은행장>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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