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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명성이 자자한 여자고등학교의 동창회에 초청되어 강연을 하게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물론 조선시대의 여성과 현대여성을 비교하면서 아내의 덕목, 어머니의 자애를 살펴보는 내용이었습니다. 강단 위에서 이 나라의 내로라하는 여성지도자들의 반응을 주시하면서 내가 하는 말이 잘 먹혀 들어가는지를 가늠하다가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되면 진행하던 화두를 슬며시 바꾸어 볼 생각이었습니다만, 그날의 강연 내용은 현대 여성들의 여러 행태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조선 시대 여성들의 관리 능력을 상찬하는 내용이었는데도 대체로 수용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두 시간 동안이나 이어진 강연이 끝나면서 질문을 받는 시간으로 이어졌는데 정말 뜻밖의 질문을 받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경험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은 누구입니까?”
장내에서는 재미있는 질문이라는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만 단상의 저에게는 조금 황당한 느낌이었습니다. 아시다 시피 저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청춘을 보냈고, 텔레비전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인생의 황금기를 보냈던 탓으로 제 주위는 정말로 아름다운 여성들로 에워싸여져 있었습니다. 미모뿐만이 아니라 세계의 빈민구호에 앞장선 김혜자 씨와 같은 분도 있고, 자신의 모든 것을 사회에 환원하려고 애쓰는 고두심 씨와 같은 아름다운 분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그래도 사회에 기여한 공헌을 따져서 더 아름다운 여성이 없을까를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유관순 열사와 같이 나라를 위하는 일에 목숨을 버린 여성, 평생을 여성운동에 몸을 던진 선각의 여성, 문화와 예술계에서도 개인의 이해를 뛰어 넘는 아름답고 훌륭한 업적을 남긴 여성들이 많이 있었습니다만, 또 다른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스물네 살에 제 곁으로 와서 시부모 공경과 참으로 긴 세월동안 그분들의 병구완에 시달렸고, 어린 삼남매를 훌륭하게 키워내면서 칠십대로 접어 든 아내도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만…, ‘제 눈의 안경’이라는 말이 떠올라서 더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더 감동적인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보여 준 여성은 누구일까, 그 순간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전해 주었던 정말로 아름다운 여성 한 분을 떠 올리게 되었습니다.
지난 1990년, 평생 김밥장사를 하면서 꼬깃꼬깃 모은 50억 원대의 전 재산을 충남대에 기증한 이복순 할머니의 선행은 이미 선행의 차원이 아니라 사람이 참되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실천해 보인 귀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그분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느냐고요. 대답은 아주 간단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서….”
지금은 고인이 되셨습니다만, 김밥장수 이복순 할머니의 결단력은 이 땅에서 사는 수많은 지식인들에게 사람이 왜 사는가, 돈은 무엇에 쓰려고 버는가에 대한 신념과 결단을 보여 주었습니다.
지식인이란 말은 ‘행동을 수반했을 때’만 성립됩니다. 아무리 많이 아는 석학도 행동을 수반하지 못하면 지식인의 대열에 들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말을 잘하는 정치인이라고 하더라도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딴 짓을 한다면 지식인이 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조선시대에도 배우고 익힌 바를 실천으로 옮기는 ‘지행知行’을 주자학의 제일 덕목으로 삼았습니다.
우리 사는 주변에는 학식이 많은 사람들이 넘쳐나게 많습니다만 우리의 귀감이 되고 감동을 전해주는 지식인은 흔치를 않습니다. 정치계나 경제계뿐만이 아니라 사회 개혁을 주도하는 수많은 여성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분들이 우리에게 준 감동은 넉넉하지가 못합니다. 그러나 돈이 없어 학교에 다니지 못했고, 큰 회사를 운영하여 번 돈이 아니라 김밥을 말아서 판 전 재산을 공부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쾌척한 김밥 할머니 이복순 여사의 실천력은 상찬만으로는 보답이 되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경험한 가장 아름다운이 여성은 김밥 할머니 이복순 여사이며, 그 분의 아름다운 실천이 있으므로 우리 사는 사회가 아직은 아름답다는 제 말에 많은 박수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났습니다. 충남대는 지난해 7월 개관한 국제문화회관을 `정심화 국제문화회관'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그 건물의 대강당을 `정심화홀'로 정했다는 소식입니다. ‘정심화’는 김밥 할머니 이복순 여사의 법명입니다.
아르답질 않습니까, 우리 사는 세상이* <극작가 ․ 예술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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