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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국민의 정치적 선택
진덕규   |  2005-11-08 08:45:44  |  조회 2388 인쇄하기
폴란드에서는 지난 10월 23일에 실시된 대통령 선거 2차 결선 투표에서 보수주의자인 레흐 카친스키(Lech Kaczynski)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가 주도하는 [법과 정의당, Law & Justice Party]은 전체 투표율 50% 중 55%를 확보했으며, 경쟁자인 [시민강령, Civic Platform]의 도널드 투스크(Donald Tusk)는 45%를 차지했다.
투스크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면서 “오늘 국민 여러분께 우리 당과 내가 승리의 소식을 전하지 못하게 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승리한 카친스키와 폴란드의 미래를 기원합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한편, 카친스키는 “이번 선거는 대결이 아니라 영광을 위한 경쟁이었으며, 패자로부터 진실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의 순간이었다.”라며 상대방에 대해 경의를 표시했다.

선거 전략의 승리

이번 선거에서 카친스키가 내건 구호는 “기독교 가치관의 확립”과 “도덕심의 부활”이었으며, 여기에 맞선 투스크는 “EU 회원국으로서 폴란드의 위대한 시대를 열자!”였다. 카친스키는 EU 가입은 정신적으로는 영광스러울지 모르지만 경제 사회적으로는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전의 공산당 간부들이 장악하고 있는 관직은 온갖 부정과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으며, 빈부 격차도 더 심화되었다고 공박했다.
그는 “가진 자는 물론이고 중산층도 부정과 부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도덕적 자기 변혁을 이루어야 하며, 가난한 사람에게도 인간적인 삶을 보장해 주는 복지 제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선거 전략은 두 마리 토끼, 즉 중산층과 빈곤층을 동시에 잡는 것이었다.
선거 기간 동안 카친스키 진영에서는 상대방의 경제 발전 공약은 “위험한 신자유주의적 실험!”에 지나지 않는다고 공박했다. 카친스키는 “선거에서는 공격이 최대의 수단”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에 투스크 진영에서는 경제 정책으로 “국가의 관여를 배제하고, 경제 성장을 위한 형평 과세와 EU 회원국으로서의 새 일자리 창출”을 내걸었는데, 이것은 어느 면에서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상당수의 유권자들, 특히 중소 도시와 농촌 주민들은 이전 체제가 더 좋았다고 생각할 만큼 신자유주의를 배격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카친스키와 투스크는 모두 폴란드를 공산주의에서 벗어나게 했던 솔리대리티(Solidarity) 자유노조에서 핵심적인 활동가였다는 점이다.

폴란드의 현실은

폴란드의 실업률은 18%로 EU 회원국 중 최고이다. 실업자들은 대부분 농촌이나 중소 도시 거주민인데,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는 이들의 생계를 국가가 책임져 주었다. 이들에게는 신자유주의나 경쟁이라는 말도 별로 설득력이 없다. 이들은 당장의 생활을 이전처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는 이들 지역에서 카친스키에 대한 지지표가 쏟아져 나왔다.
1990년대에만 해도 솔리대리티는 의회와 대통령직을 차지했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했었지만 그들이 기대했던 경제 번영과 자유 민주주의는 점점 멀어져갔다. GDP 성장률이 떨어지고 실업률은 계속 높아지자 2001년에는 선거에서도 패배하게 되었다. 결국 솔리대리티의 새 지도부는 노조의 정치 참여를 점차 줄여가겠다고 선언하고 말았다. 그 후 폴란드는 1999년에는 NATO 회원국으로, 2004년에는 EU 회원국으로 가입하게 되었다.

급진론과 보수주의의 연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카친스키는 보수-우파인 [폴란드 가정 연맹]으로부터도 지지를 받았고, 좌파 포퓰리스트(Radical Populist)로부터도 지원을 받았는데, 이것은 그의 선거 전략과 개인적인 인기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카친스키는 1949년에 바르샤바의 전문 기술자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바르샤바 대학을 거쳐 그단스크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70년대부터 그의 쌍둥이 형과 함께 폴란드 민주화 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국민의 주목받게 된 것은 2002년 바르샤바 시장에 당선된 직후부터였다. 금년 12월 23일에 시장 임기를 마치면 곧바로 대통령직에 취임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앞에는 급진 포퓰리스트들의 민중주의적 요구와 보수-우파의 기독교 문명 재강화라는 상반된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당면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그가 3류 선동적 정치가들처럼 포퓰리스트의 길을 걷게 될 것인지, 아니면 "실천적 현실주의자"가 될 것인지는 폴란드의 운명과도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그 자신이 “인기보다는 경륜과 경험”의 정치가가 필요한 시대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가 우리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2005. 10. 30일자 The Weekly Focus에서.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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