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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여
신봉승   |  2005-11-08 08:47:40  |  조회 2286 인쇄하기
신문이나 텔레비전의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여성들의 활동 반경이 눈부실 정도로 넓어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빨간 마후라를 목에 두르고 전투기 앞에 서서 엄지손가락을 쭉 펴든 여성 파일럿의 모습에서는 역동감이 넘쳐흐른다. 산더미 같은 파도를 헤치는 군함의 함상에서 지휘에 임한 해군 장교의 모습이 여성일 때는 외경심이 생길 때도 있다. 하늘 높이 치솟은 빌딩의 건설 현장에서 고공 크레인을 운전하는 여성도 이젠 흔한 광경이 된 지 오래다.
여성 장관, 여성 국회위원, 여성 판사, 여성 기관장 등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들의 활동이 약진을 거듭하게 되면서 여성들의 활동 범위가 엄청나게 넓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사실을 놓고 여성들이 이미 남성들보다 우위에 서 있으며, 여성의 잠재의식이 남성보다 월등하다는 등의 논리를 펴면서 남성과 여성의 성정(性情)이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뜻밖으로 많다.
여성과 남성은 음(陰)과 양(陽)이라는 가치 체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그 운명이 시작되었다. 음과 양의 체계는 꼭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우주만물의 생성과도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에 사람의 힘으로 그것이 무너진다든가 혹은 뒤바뀌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여성과 남성을 생리적으로 구별하기 위해서는 의학적인 이론이나 실험이 동원되기도 하겠지만, 그 결과는 어떠한 경우에도 의학적인 것일 뿐 애초에 생성된 자연의 가치 체계에서 한 걸음도 더 나갈 수가 없다.
<주역(周易)>에 따르면 남성의 성적 특성을 강건(剛健)이라 하였고, 여성의 성적 특성을 유순(柔順)이라고 하였다. 남성을 강건하다고 한 것은 성정이 적극적이며 능동적이어서 씩씩하다 못해 얼마간 거칠고 우락부락하며 모험적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고, 여성의 성정을 유순하다고 한 것은 소극적이며 수동적이어서 유연하고 부드럽다 못해 때로는 아름답기까지 하다는 뜻이 포함된다.
남성이 ‘강건’하고 여성이 ‘유순’하다는 것은 우열(優劣)의 개념이 아니라 평등하고 대등(對等)한 고유한 가치라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거론한 ‘음’과 ‘양’의 개념이 대립이 아니라 대등임을 전제로 했다면 여성과 남성의 성정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일은 없다는 뜻이 된다.
흔히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보듯이 여성과 남성의 성정을 현대적으로 해석한다는 구실로 본래 간직하고 있었던 가치 체계를 인위적으로 무너뜨리려는 행위를 보게 되는데 대단히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가령 혼기를 맞은 남성과 여성의 성정을 그려가면서 여성의 성정이 거칠고 난폭하고 우락부락하여 대단히 모험적으로 그려갈 수는 있겠지만 실제 상항에서의 남성들은 그런 여성들과 짝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반대로 남성의 성정이 유순하고 연약하여 의심이 많거나 모험을 싫어한다면 여성 쪽에서 쉽게 용납하지 않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젊은 남편이 앞치마를 두르고 설거지를 하고, 부인과 함께 시장에 가는 등 가정의 일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하여 그것이 곧 남성의 성정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 이치로 공직이나 군에 종사하는 아내의 계급이 남편보다 월등하게 더 상위에 있을 수도 있고, 수입의 경우도 아내 쪽이 더 높은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성과 남성의 가치 개념이 평등이 아닌 우열로 평가되어서는 곤란하다.
시대의 흐름이 아무리 변화무쌍하고 가파르다 하여도 여성과 남성을 대비하는 음과 양의 가치는 뒤바뀌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남성은 어떤 경우에도 남성다워야 하며, 마찬가지로 여성 또한 여성다워야 한다. 그래야 하는 까닭은 너무도 자명하다. 남성의 종착점은 아버지의 책무를 거치면서 할아버지가 될 수밖에 없고, 여성의 종착점은 어머니의 덕목을 두루 갖추고 나서 할머니가 되어야 하는 것이 천명이자 순리이기 때문이다.-월간에세이 11월호에서
<극작가,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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