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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생들은 얼굴 잘 생긴 사람, 돈 많은 사람, 말 잘하는 사람 중에서 어떤 사람을 제일 부러워하는지 모르겠다. 아마 인생의 이치를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말 잘하는 사람을 제일 부러워 할 것이다. 말은 사람이 만든 것이지만 말이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 사람은 말을 통해서 자기가 어떤 사람인가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상대를 파악하고, 유대를 구축한다. ‘이심전심’이라는 상태가 있지만 그것은 오랫동안 대화를 통해서 서로를 충분히 이해한 후에 이를 수 있는 상태이고, 그대로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 상태도 아니다.
얼굴만 보고 고상한 지성인이라고 상상했던 사람의 입에서 유치하거나 험악하거나 비굴한 말이 튀어 나왔을 때의 환멸감을 기억하는가? 면접고사를 보러 갔을 때, 또는 우정이나 애정의 대상에게 자신의 애절한 마음을 전해야하는데 적절한 단어 하나가 생각나지 않아서 안타깝고 속상했던 일을 기억하는가? 우리는 누구나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 잘 못 나와서 오해를 받고, 일을 그르치고, 두고두고 미안하고 후회스런 일을 겪어 보았다. 개인 사이에는 말 한마디 때문에 평생 원수가 되기도 하고 나라 사이에는 말 한마디 때문에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흔히들 말을 잘 하는 것을 타고난 재주라고 생각해서 자신은 말 잘하기는 글렀다고 단념해버리는 사람이 많다. 사실 말을 구수하게, 재미있게, 재치 있게 하는 재주는 다분히 선천적이다. 그러나 자기 인생을 안정적이고 현명하게 경영할 언어능력은 지식과 식견, 그리고 성의의 자산에서 얻어진다. 양쪽 언어에 완벽하게 능통한 동시통역사도 중요한 국제회의의 통역을 맡으면 보름, 또는 한 달씩 그 방면의 서적과 기사를 읽으면서 그 분야의 용어를 익히고 중요 이슈와 현황을 파악하면서 준비를 한다고 한다. 통역도 그러한데, 외교나 국제교역 협상에 임하는 당사자가 철저한 지식, 그리고 오랜 경험과 경륜 없이 협상테이블에 나간다면 국제적 망신을 하고 국가에 손해를 끼치게 될 것이다. 개인의 인생 경영도 꼭 같다.
우리가 진정한 교양인으로 즐겁고 유익한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널리 소양을 쌓아야 할뿐 아니라 말을 바르고 정확하게 쓰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런데 요즈음은 너무나 바른 말과 품위 있는 말이 무시되고, 언어의 무법천지가 되고 말았다. 말의 올바른 규범을 보여주어야 할 대중언론매체조차 솔선해서(!) 틀린 말을 퍼뜨리고 있다. 방송 도중 무슨 차질이 생겼을 때나 오보를 했을 때 ‘양해의 말씀을 구합니다’라고 한다. 양해를 구해야지, 양해의 말씀을 구한다니, 적절한 양해의 표현을 공모라도 한다는 말인가. ‘생명 유지에는 지장이 없다’ 또는 ‘생존에는 지장이 없다’라고 해야 할 것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라고 하기도 한다. ‘민간인을 계속 공격하겠다고 주장했다’는 ‘민간인을 계속 공격하겠다고 선언했다’라고 해야 한다. ‘주장’은 어떤 증명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자기의 생각을 강력히 피력하는 것이지, 자기의 계획을 천명하는 것이 아니다. ‘경보시스템은 강도에게 무용지물이었다’면 강도가 경보시스템을 이용해서 강도짓을 하려고 했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라돈은 오랜 기간 인체에 노출될 경우 암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면 인체가 라돈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인체를 오래 쏘이면 라돈에 암이 생긴다는 말이 된다. ‘밝혔다’는 어떤 감추고 있던 사실을 공개하거나, 잘 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 알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힘차게 달려가자고 밝혔다’는 논리가 안 맞는다.
오늘의 젊은이들의 존대어 구사는 너무 터무니없어서 실소가 터져 나온다. 자기 아내를 ‘제 부인’, 자기 집을 ‘저희 댁’, 자기 이름을 ‘제 성함’이라고 한다. 상대편을 높이고 자신을 낮춘다는 것이 “나한테 여쭈어보세요”하는 식으로 자기를 높이고 상대편을 낮추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젊은이들은 거칠고 무례한 말을 쓰면 친밀감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제는 한글날이었다. 일제 강점기, 우리의 말을 쓸 수 없었을 때 얼마나 원통하고 슬펐는가. 우리에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과학적인 한글을 선물해 주신 세종대왕을 생각하며 우리말을 바르게 쓰고 가꾸겠다는 각오를 다시 하자. 그래서 우리의 내면을 풍성하게 하고 대인관계를 아름답게 하고 나라의 품격을 높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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