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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첨술´
진덕규   |  2005-11-07 06:06:55  |  조회 2519 인쇄하기
청나라 건륭제는 학문을 좋아했다. 역사와 문학을 특별히 좋아했다. 그래서 책을 간행할 때 직접 교정을 맡기도 했다. 잘못된 글자를 찾아내면 마치 큰일이라도 해낸 것처럼 즐거워했다고 한다.

재빠른 신하들이 임금의 즐거움을 놓칠 리 없었다. 임금에게 교정할 원고를 바쳤다. 원고에는 눈에 잘 보일 만한 자리에 틀린 글자가 들어 있었다. 임금은 잘 보이도록 꾸며놓은 틀린 글자를 어김없이 적발했다. 그리고는 즐거워했다. 임금의 학식이 높다고 침을 튀기며 칭찬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있었다.

청나라 말 서태후의 환갑잔치는 요란했다. 잔치비용이 1,000만 냥이나 들었다. 국가예산의 6분의 1에 달했다. 잔치의 하이라이트로 ´방생의식´이 거행되었다. 새장 속에 가둬두었던 새를 한꺼번에 풀어주는 행사였다. 이연영(李蓮英)이라는 환관이 기획하고 주관한 행사였다. 새를 날려보낸 서태후는 흐뭇해했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날려보낸 새 가운데 몇 마리가 되돌아온 것이다. 서태후의 덕을 사모해서 되돌아온 것이라고 침들을 모아서 튀겼다. 손바닥들을 비벼대는 바람에 지문이 닳아 없어지고, 실핏줄까지 드러날 정도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되돌아오도록 오랫동안 훈련시킨 새였다고 한다. 기발한 아첨이었다.

아첨에도 방법이 있다. 이를테면 ´아첨술´이다. 다음과 같은 아첨은 어떨까.

초나라 때 장왕(莊王)은 말 한 마리를 애지중지했다. 비단이불을 덮어주고, 침대에서 재웠다. 먹이도 달콤한 대추만 먹였다. 그 결과 살이 너무 쪄서 죽고 말았다. 비대증에 걸렸던 것이다. 장왕은 슬픔에 빠졌다. ´대부의 예´에 따라 장례를 치르라고 지시했다.

소식을 들은 우맹(優孟)이라는 신하가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왔다. 대성통곡부터 했다. 그러면서 주장했다. "이 말은 임금의 애마다. 장례를 더욱 후하게 해야 한다. ´대부의 예´로는 안 된다. ´국왕의 예´로 장례를 치러야 한다."

장왕은 우맹의 이야기를 듣고 좋아했을까. 우맹은 계속해서 주장했다.

"관은 옥으로 만들고, 꽃으로 장식해야 한다. 각국 대표를 초청해서 조문하도록 해야 한다. 1만 호쯤 되는 큰 마을에 사당을 지어 매년 제사를 지내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임금이 사람보다 말을 더 중시한다는 사실을 천하가 알게될 것이다."

우맹은 아첨을 하는 듯하면서 오히려 장왕을 꾸짖었던 것이다. 우맹의 ´아첨술´이었다. 장왕은 우맹의 뜻을 금방 알아차렸다. 즉시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이런 식의 아첨이라면 아무리 해도 괜찮은 아첨이 될 것이다.

신하에게는 유형이 있다고 했다. 임금의 명령을 따르면서, 임금에게 이익이 되게 하는 것을 순(順)이라고 했다. 임금의 명령을 따르되, 임금에게 이익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을 첨(諂)이라고 했다. 아첨을 하는 신하다. 임금의 명령을 거스르면서, 이익이 되게 하는 것을 충(忠)이라고 했다. 명령도 거스르고, 이익도 되지 않게 하는 것을 찬(纂)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신하는 충(忠)이다. 또는 순(順)이라도 되어야 할 것이다. 첨(諂)이나, 찬(纂)이 넘치면 나라꼴이 어떻게 굴러갈까.

맹자가 말했다. "몸을 굽실거리고, 억지로 웃으면서 아첨하는 것은 여름날 땡볕에서 밭일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 아첨이란 이처럼 하기 힘든 것이다. 그런데도 요즘 신문을 보면 아첨에 능한 사람들이 제법 나오고 있다. 대체로 ´벼락출세´했다는 유사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벼락출세´를 했으니 꽤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높은 자리에서는 높은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소크라테스도 말했다. "아첨꾼에게 쫓기느니, 차라리 까마귀밥이 되겠다. 까마귀는 시체를 쪼아먹지만, 아첨꾼은 살아 있는 사람을 그대로 먹어치우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아첨을 즐기고 받아들이다보면 그 아첨꾼에게 당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아닐까. [김영인 논설위원]
-인터넷 뉴스 데일리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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