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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인사개편을 앞두고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4명의 대법관 중에서 2월부터 내년 7월까지 대법원장을 포함한 11명의 대법관이 임기 만료로 물러난다. 대법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대법관은 연임이 가능하지만 관례상 연임은 없을 것 같다. 최고법원의 대폭적인 인사개편은 대법원의 위상과 기능뿐 아니라 법원 조직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아가 법률해석과 판례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국민생활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그래서 몇 가지 짚고 넘어갈 일이 있다.
첫째, 대법관의 정치적인 코드인사는 피해야 한다. 대법원은 우리 통치구조에서 3권 분립의 한 축을 이루면서 법치주의의 실현을 책임지고 있는 법질서 확립의 최후 보루다. 따라서 대법원은 결코 정치의 물결에 휩쓸리는 일이 있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고 대법원을 비롯한 사법부가 정치권력의 시녀 노릇을 하게 되면 결국 법도 정치의 도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대법관의 정치적인 코드인사는 사법의 정치화를 초래할 가능성을 크게 하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정치권이 혼란할수록 대법원이나마 중심을 잡고 법질서 확립과 국민의 기본권 실현에 힘쓰기 위해 정치색 짙은 인물은 대법관으로 부적절하다.
둘째,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개혁성향보다 권력의 압력에 굽히지 않고 법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확고한 의지와 전문성을 갖춘 중후한 인품의 소유자 중에서 골라야 한다.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원장에 어떤 사람이 발탁되는가에 따라 나머지 대법관의 인선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장의 인선이 잘못되는 경우 대법관 인선은 물론이고 사법권의 독립은 기대하기 어렵다. 대법원장 임명에 전제되는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인물 검증의 제 구실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
셋째, 대법원의 인사개편에 재야 법조계를 비롯한 시민단체의 발언권은 허용해야 하지만, 그들의 발언에 지나친 무게를 두는 것은 옳지 않다. 재야법조계나 시민단체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대법원이 구성되면 대법원은 중립적인 입장에 서서 법적인 분쟁의 공정하고 최종적인 유권해석 기관으로서 제 구실을 하기 어렵다. 대법원이 재야 법조계와 시민단체를 이끌고 가야지 거꾸로 재야 법조계와 시민단체에 대법원이 끌려다니면 안 된다. 사법의 영역까지 참여민주주의의 정치 논리로 재단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재판은 일체의 정치적인 고려를 배제하고 합법성의 기준만을 적용하는 탈 정치작용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5000개가 넘는 시민단체는 그 존립의 근거가 민주적 정당성에 뿌리를 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국정에 대한 많은 투입통로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지금처럼 정권에 편향적인 일부 목소리 큰 시민단체가 대법원 개편에 관여하는 경우 대법관 인선에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넷째, 대법원은 인사개편 전이라도 진정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는 사법부로 다시 태어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전관예우를 비롯해 구시대의 불합리한 낡은 권위주의적 관행들을 과감히 떨쳐 버리고 국민의 사법기관으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위상문제를 둘러싼 헌법재판소와의 불필요한 신경전도 중단해야 한다. 헌법재판의 본질상 불가피한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존중해 재판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그 시작이다. 국회 구성의 민주적 정당성과 불가분한 연관성이 있는 선거재판을 법이 정한 기간 내에 마무리해 준법의 모범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정치적인 사건에서 정치인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처벌을 함으로써 힘 없고 돈 없는 국민이 느끼는 좌절감도 진지하게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법의 잣대가 사람의 지위와 재산에 따라 다르다고 느끼는 국민이 있는 한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를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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