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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한 외국조직 직수입…새로운 관료체제 낳을 수도
참다운 Globalization은 Localization 수용하는 것
근래 외국계금융기관이 우리나라에 진출하게 됨에 따라 선진금융기법전수에 많은 기대감을 갖는 한편 금융기관 간에 건전하고 생산적인 경쟁도 유발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우리는 모두 한결같이 바라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좀 다른 것 같다. 외국경영인들의 기존 기관문화와 기존 종업원들의 정서무시는 어느 정도 예견되었고 실패한 기관의 부정위에 짜여지는 새 구도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기존문화를 전적으로 타파대상으로 삼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극심한 시행착오 과정을 거쳐 정립된 대고객문화와 종업원들의 애사심까지 완전 부정하는 측면이 엿보여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듣기에는 외국 경영인들은 마치 점령군처럼 충분한 사전교육이나 합의도출과정, 또는 준비기간도 없이, 그들의 본점조직을 그대로 이식하여 기존 직원들이 방향감각을 잃고 갈팡질팡하는 혼란을 야기 시키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우리 금융계 역사는 치욕적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이 거듭된 실패 속에서 부지중 축적된 양호한 대고객관계의 바람직한 고유문화가 부분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요즈음의 외국계 은행의 행태는 개혁의 명분과 관계없이 당초 우리가 기대했던 간결한 조직, 신속한 의사결정의 토대위에서 운영되기보다는 복잡다기한 조직, 다소 난맥상을 띄운 의사 결정의 토대위에 구축 영위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감까지 자아내고 있다.
예컨대 어느 지점의 책임자가 대고객 대출심사에 즈음하여 전결권이 박탈 내지 축소되어 상위조직의 승인을 요할 때 그 상위조직의 가시적 정책방향을 숙지하지 못함으로써 빚는 혼선이나 일선 말단직원이 특정안건을 갖고 본점의 어느 부서와 협의를 해야 할지 알기 어려운 다단(多端)한 조직구조는 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고객의 불만도 초래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외국계 금융기관의 선진적 조직은 오랜 역사의 축적의 결실이고 그런 의미에서 이상적인 조직임을 부인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새 조직에 익숙해지는 과도기적 혼란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면이 있으리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이 조직이 당장 우리 금융시장에 쉽사리 접목, 시행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 것이다.
사실 지금의 조직이 너무 세분화, 다기화 되어 필자 같은 구식 금융기관의 옛 종사자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혁신이란 그 목적이 구태파괴로서 그 자리에 들어설 간결한 조직 구축이고 이에 따른 신속한 의사결정이라고 우리는 알고 있는데 이 상식이 잘못된 것인지 심히 의아스럽다.
행여 이들 은행이 대형화됨으로써 오히려 창조적 파괴가 조직의 실패로 이어져 가지 않을까 걱정되는 면이 있는 것이다. 선진국이 극단적으로 혐오하는 조직의 경직화 나아가서는 관료화 쪽으로 부지중 치닫게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무릇 조직의 실패의 전형은 관료주의적제도의 폐해이다. 외국계 금융기관은 거대한 은행의 조직과 경영방식을 직수입하여 우리나라에서 타파해야할 관료주의체제를 오히려 알게 모르게 다른 형태의 관료체제로 이식시키는 자충수식 덫에 걸리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 권한과 책임관계나 역할 분담을 명확히 결정하고 직무수행의 절차나 규칙을 엄정하게 정해야 하는데 이런 관계를 최고도로 발전시켰다고 자찬하는 것이 이른바 관료제도인바 이 관료제도는 조직체전체의 이익보다는 부분적, 부문적 이익이 우선시되는 경향이 있어 전체적 이익보다 부문의 이익이 선호되고 부문간의 이권투쟁에 종업원의 눈이 가려지는 경향이 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새로운 관료주의가 구 관료주의에 대치되지 않나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조직의 예상되는 실패는 집단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이다. 시급히 결론을 도출해야 할 조직 속에서 제안 내용을 깊은 토의없이 찬성, 거부하는 극단의 모험적 경향이다. 이를 이른바 Group Thinking(집단사고)이라고 하는데 외국 금융기관이 그들의 선진금융기법을 우리나라 금융계에 도입해줄 수 있으리라는 희망적 낙관론이 외국본점의 제도를 일률적 내지 일방적으로 도입 채택함으로써 현지문화를 경시하게 되는 제도적 경직성, 즉 집단사고에 빠져드는 위험을 조장함으로써 물거품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위험성을 숙지하고 졸속한 기구 개편 등에 제동을 걸며 단계적 도입을 주창하는 움직임을 하극상으로 몰아 도태시키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될 것이다. 이는 또 다른 관료주의이며 소망스럽지 못한 “집단사고”의 병폐일 것이 분명하다.
또한 최근 이들 외국계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많은 직원들이 토해내는 허다한 불평불만을 모두 수용할 필요는 없으되 그 사유는 거부감 없이 소화하여 수용할 만한 것은 수용하는 관용의 태도도 필요하리라 본다. 이들 직원은 한결같이 그들이 속한 기관의 발전을 희구하고 있고 그 기관에 대한 강한 애착심과 충성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외국 경영인들이 금융기관을 접수한 점령군으로서의 도도한 아집을 갖는 한, 기존직원 나아가서는 결과적으로 이들이 확보하고 있는 고객의 맨타리티를 경시하는 한, 그 기관의 급속한 발전은 어려울 것이다. 인내심을 수반한 끈질긴 교육과 설득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믿는다.
Globalization이 진이라면 Localization이라는 역도 진이며 이 두 방향은 한 칼의 양날 같아서 참다운 Globalization은 Locali zation을 수용해야 그 효용가치가 극대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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