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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60주년 그 도전과 기회(단 하나의 선택, 개혁)
박수길   |  2005-11-09 04:58:02  |  조회 2731 인쇄하기
기로에 선 국제연합

올해는 유엔창설 60주년이고 또 새 천년이 시작된 지 5년이 되는 해이다.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에 San Francisco에 모인 51개의 자유 국가들은 평화를 보장하고 지구적 번영을 추구하며 빈곤을 없애고 기본인권을 증진, 보호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는 전후 질서를 수립하기 위하여 유엔을 창설했다. 유엔은 반세기를 넘는 성장과정에서 경험했던 동서냉전에도 불구하고 국제연맹보다 두 배이상의 긴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새천년의 다섯번째 해를 맞이한 오늘날 국제사회에서는 유엔이 성패의 기로에 서있다는 경고와 함께 유엔개혁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져가고 있다.

유엔의 효율성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가 제기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그러나 특히 금세기에 들어와서 인류가 직면한 새로운 일련의 위협- 테러리즘, 환경훼손, 빈곤, 핵 확산, 내전 등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가간의 협력이 더욱 긴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침공을 위요한 주요국가 간의 의견 충돌과 일방주의, 또 빈곤과 환경문제에 대한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차이 등은 유엔의 역할을 크게 제약하는 결과를 갖고 왔다.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Kofi Annan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3월 유엔을 보다 효율적인 국제기구로 만들기 위하여 일련의 대담한 개혁안을 유엔총회에 제출했다. 이 개혁안은 유엔 사무총장이 임명한 16인 고위패널(16-Member High Level Panel)이 제출한 집단 안보에 관련된 보고서(A More Secure World: Our Shared Responsibility)와 Jeffrey Sachs교수 등 250인의 전문가 그룹이 2000년 유엔정상회의가 채택한 새천년 개발목표(Millenium Development Goals)를 달성하기 위하여 만든 행동 계획(investing in Development: A practical plan to achieve the Millenium Development Goals)에 기초하여, 21세기에 있어서의 지구적 협력과 집단행동의 새시대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라 하겠다.

“보다 넓은 자유 속에서” (In Larger Freedom)라는 제하의 이 보고서는 금년 9월 유엔본부에서 개최될 유엔 정상회의에 대해서 집단 안보 체제 강화, 지구적인 개발전략 수립, 모든 나라에서의 인권과 민주주의 증진, 또 이러한 목적의 달성을 위한 새로운 메커니즘의 강구 등을 권고하고 있다. 동 보고서는 국제사회가 과거 10여년 간의 노력을 통하여 경제성장과 빈곤의 경감, 환경보호, 질병퇴치 등 사회 경제적 문제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의 국제적 합의를 이루었으나 국제안보에 대한 새로운 위협에 대해서는 공동의 대처방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안보분야에 있어서도 국제적 합의를 통한 집단 안보체제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 오늘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중대한 안보 위협은 전통적 안보 분야에서부터 다양한 사회, 경제적 요인에서도 발생한다. 그러므로 21세기에 있어서 인류가 직면하는 중대한 도전은 새로운 위협에 대한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고 보다 효과적인 집단 안보체제를 수립하는데 있다. 이제 아무리 강력한 나라라 하더라도 홀로 이러한 위협에 대처할 수 없음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제안보와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하여 몇 가지의 중요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제 테러리즘과 핵을 포함하는 대량 파괴무기로부터 인류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무력사용은 어떤 조건하에 허용되며 누가 결정하는가? 소위 선제공격은 어떤 경우에 정당화 될 수 있는가? 오늘의 단극세계(Unipolar World)에서 유엔의 역할은 무엇인가? 유엔헌장 2조 7항의 국내문제 불간섭원칙에도 불구하고 주권국가 안에서 자행되는 대량적 인권침해, 집단적 학살(Genocide), 인종청소(Ethnic Cleaning)에 직면하여 국제사회가 인도적 개입(Humanitarian Intervention)을 할 책임은 없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하여Annan총장은 그의 보고에서 안보리 개혁과 정당한 무력사용의 기본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다른 한편, 250인 전문가 그룹은 2000년 유엔 새천년 정상회의가 채택한 “천년개발 목표”(Millenium Development goals)를 달성하기 위한 “천년계획”(Millenium Project)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중요한 것은 2015년까지 세계적 빈곤을 반으로 줄이고 모든 세계의 어린이들이 초등교육 등을 받도록 하기 위한 새천년 개발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개도국의 선정(Good Governance), 선,후진국간의 Partnership을 통한 극빈문제 해결의 촉진, ODA의 질적 개선과 양적 확대 등이다.

따라서 9월 유엔정상회의가 Annan총장이 제의한 일련의 개혁안에 합의할 경우 유엔 60년의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유엔 개혁이 될 것으로 예견된다.

“지옥에서 구출하기”

유엔에 대한 평가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할 수 밖에 없다. 50여년에 걸친 냉전기간 중 안보면에서의 활동은 거의 마비 상태였으나 경제사회 등 분야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인권의 증진과 보호, 평화유지, UNDP(유엔개발계획), UNICEF(유엔아동기금), UNHCR(유엔난민고등판무관)등은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1989년 냉전체제가 무너진 이래 유엔은 새로운 국제협력의 조류에 힘입어 10여년간 유엔헌장 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고, 평화유지와 지속적 개발, 인권보호 등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긍정적인 사태 발전에 힘입어 유엔은 1989년부터 10여년간 창설 이후 최초의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이 기간 동안 유엔은 전세계 국가들의 힘을 결집하여,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효과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유엔헌장이 규정하는 회원국의 “정치적 독립과 영토적 안전에 대한 무력공격 금지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물론 유엔은 소말리아, 르완다, 전 유고 연방(Former Yugoslavia Federation) 등 많은 지역에서 적지 않은 실패를 거듭했지만, 지구촌 도처에서 인종적,종교적, 민족주의적 성격의 내전을 수습하고 유엔 평화유지활동을 증강하여 오늘날 캄보디아, 모잠크, 동티몰 등 많은 나라가 민주국가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은 주권국가를 단위로 하는 국제질서의 토대 위에 서있다는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는데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유엔 헌장상 세계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권능은 유엔자체에 부여되어 있다. 그러나, 그 권능은 실제적으로 유엔 회원국을 통해서만 행사될 수 있기 때문에 유엔은 결국 협소한 국가 이익을 추구하는 강대국들의 현실주의정치(Real Politik)의 벽을 뛰어넘기 어렵다.

1999년 발생한 코소보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유엔 안보리의 사전 승인없는 나토(NATO)의 군사적 공격, 또 안보리 결의 없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은 강대국 특히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의 일방주의 경향을 그대로 반영하는 사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유엔이 지난 60년 동안 보여준 성과와 실패를 평가함에 있어서 “과도주의”나 또는 “최소주의”적 입장을 다 같이 경계해야 한다. 만약 우리가 유엔의 업적을 유엔헌장에 명시된 가장 높은 이상주의적 목적에 기준하여 평가한다면 유엔의 행적은 신랄한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유엔의 활동이 그 구성원인 주권 국가들이 원하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를 이해한다면 유엔에 대한 평가는 보다 균형을 갖게 될 것이다. 우리는 Dag Hammarskjold 전 유엔 사무총장이 남긴 잠언의 의미를 통찰해 볼 필요가 있다. 결국 그가 지적했듯이, “유엔의 목표는 우리를 천당으로 인도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지옥으로부터 구출하는데 있다.”(The purpose of the UN is not to get us to heaven but to save us from hell.) 는 사실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역할을 강화해야 할 이유

냉전체제의 붕괴와 함께 시장 경제와 민주주의 이념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어가는 가운데 유엔이 해결해야 할 범세계적 과제들은 더욱 늘어만 가고있다. 빈.부국 간의 격차는 오히려 확대되고 20억이 넘는 빈곤층의 고통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또한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한 9.11테러사태와 그 후 이라크 등에서 계속되고있는 테러리즘, 북한, 이란에까지 번지고 있는 핵확산 등은 유엔으로 하여금 21세기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보다 강화된 역할을 수행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냉전종식 이후 대부분의 안보위협은 국경선 밖으로부터 오는 군사적 침략에 의한 것이기보다 인구의 팽창, 빈곤과 경제적 불평등 그리고 대규모 난민의 발생, 환경파괴 등 새로운 형태의 위협에 의해 국경 내부로부터 발생하는데 특징이 있다. 불행히도 이러한 위협은 인종간, 종족간, 문명간의 충돌에 의해 악화되어 가고 있고, 세계화와 정보화로 인해 급격하게 좁아진 국제사회가 그 파급효과를 더욱 크게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 세계의 어떠한 지역도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없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정치 지도자들은 국경을 의식하고 국가 이익의 극대화를 최상의 가치로 믿으며 배타적으로 행동하는데 익숙하다.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도전은 한나라의 힘으로는 해결 될 수 없고 국제협력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으므로 국제 협력은 국제사회로부터 정통성과 보편성을 인정받고 있는 유엔이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때만 가장 효과적일 수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냉전의 종식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국제사회의 기대 속에서 유엔은 평화유지, 인도적 개입, 민주국가 건설로부터 빈곤퇴치, 난민보호, 인신매매 금지, 지구 환경 보호, 질병 퇴치 등에 이르기까지 지속적 노력을 경주함으로써, 활동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그러나 유엔의 이러한 역할 확대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많은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냉전 붕괴이후 유엔에서 동서간 이데올로기 대립은 사라졌으나 빈국과 부국 간의 남북갈등, 강대국의 힘의 정치와 일방주의 등이 제기하는 여러 문제들은 21세기에 있어서의 유엔의 주도적 역할에 커다란 제약요인이 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현재 유엔은 두 갈래의 갈림길에 서 있다.

첫째는 국제사회가 유엔에 대해 더욱 커져가는 기대와 요구를 외면하고 현재의 여건과 재원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제한적인 기능만을 수행케 하는 것이고, 둘째는 증가하는 국제적 수요에 부응하여 유엔의 권능과 역할을 확대하고 재정적 기반을 확충해 주는 길이라 하겠다.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인간안보(Human Security)에 대한 위협이 군사적 성격을 넘어, 사회 경제 분야 등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되고 있으며, 또한 세계화 현상이 국가간의 상호 의존과 협력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의 선택은 유엔의 기능을 확대, 강화하는 방향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유엔에 보다 확대된 권능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주권문제에 대한 회원국들의 전향적 입장이 전제되어야 한다. 유엔은 주권국가를 구성원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회원국들의 주권문제에 대한 예민성은 유엔 창설 당시나 지금이나 결코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범세계적 문제가 양산되고 있고, 21세기에는 이러한 추세가 더욱 심화되어 국제사회의 공동대처가 불가피해질 것이므로 공동선(Common Goods)을 추구하기 위해 수반되는 주권 제약은 오히려 주권의 확대 행사라는 인식의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초읽기, 안보리 개혁

유엔은 과거 10여년 이상에 걸쳐 많은 개혁을 해왔으나 안보리 개편문제에서는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 비동맹그룹, 상임이사국 희망국, 중진국 그룹 등의 첨예한 이해 대립으로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국제 정세는 안보리 개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긴급한 시대적 과제로 만들고 있다. 국제 테러리즘과 지역분쟁, 핵확산 등 날로 증대되는 위협에도 불구하고 거부권을 가진 5대 상임이사국은 코소보, 이라크 사태가 입증하듯이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개입 여부를 결정하는 등 안보리의 국제평화 유지 기능에 심각한 장애요인을 만들고 있다. 또 이사국의 의석수는 1945년 유엔창설 당시 총 회원국이 51개국이었을때의 11개국이 1968년 15개국으로 증가한 바 있으나 그 후 회원국이 191개국이 된 오늘에도 여전히 15개국이고 상임이사국의 구성도 선진국 위주로 되어 있어 제3세계 국가로서는 오직 중국만이 상임이사국이다. 안보리 개혁문제는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갖는 정부 대 정부의 협상(Intergovermental Process)대상으로서 Butros-Butros Ghali 전 사무총장 등은 협상에의 개입을 자제했다. 그러나 Annan 사무총장은 잔여 임기 1년 반을 남겨놓고 고위 패널 보고를 근거로 일부 국가들의 비난을 각오하고서도 개입을 위한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

Annan 사무총장 보고서는 유엔총회의 심의 및 정책수립기관으로서의 중심적 역할 강화, 인권분야에서의 인권이사회(Human Rights Council)신설, 평화유지 분야에서 내전(內戰) 후 국가 건설을 관리하는 평화건설 위원회( Peace Building Commission)설립 등 많은 개혁안을 제의하고 있으나 안보리의 개혁 없이는 유엔개혁이 완성 될 수 없다는 사무총장의 신념이 보고서를 일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안보리는 유엔헌장 제 24조에 의하여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에 주된 책임을 지며 헌장 7장에 입각한 강제조치를 취할 권능을 갖는 유엔 기구 중 가장 중요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번 보고서는 안보리 개편에 관련하여 A,B 두가지 안을 제시하면서도 의석의 규모와 균형면에서A,B안을 절충한 제안들도 회원국이 고려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A안은 거부권 없는 6개 상임이사국 의석과 2년 임기의 3개 비상임 이사국 의석을 증설하되 증설될 의석은 주요 지역별로 배분된다. B안은 상임이사국 증가 없이 연임 가능한 4년 임기의 8개 비상임 이사국 의석과 2년 임기의 1개 비상임 이사국 의석을 증설하며 증설될 의석은 역시 주요 지역별로 배분된다.

Model A와 B로 알려진 두 안은 다같이 중진국들의 유엔 민주화 요청과 상임이사국 희망국의 입장을 절충하고 있으나, 특이한 점은 A 안이 새상임이사국에 거부권을 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안보리 개혁문제 토의에서 상이이사국 희망국인 일본, 독일, 인도, 브라질 등은 일관되게 거부권 없는 상임이사국 증가는 유엔회원국을 다시 차등화하므로 강력히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입장

이러한 입장에 따라 인도, 일본, 독일, 브라질 등 4개국 그룹(G4)은 지난 7월 초에 거부권 있는 상임이사국 6개국과 비상임이사국 4개국을 증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결의안을 총회에 제출, (그 후 제출된 수정안은 15년간 거부권 행사를 자제토록 함), 현재 유사한 결의안을 제출한 아프리카 연합(African Union)과 공동 전선 구축을 시도하면서 결의안 채택을 위한 총력 외교를 전개하고 있다. 아프리카 연합 결의안은 기존 상임이사국과 동일한 거부권을 갖는 상임이사국 6개국과 비상임이사국 4개국 증설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으므로 거부권과 의석의 지역적 배분 여하에 따라 양자의 타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한편 상임이사국 증설안에 강력히 반대하면서 B안을 지지해온 중진국 그룹은 지난 4월 “합의를 위한 단결” (Uniting for Consensus) 모임을 뉴욕에서 개최한 이래 많은 나라에 특사 파견, 로비활동을 전개하면서 연임 가능한 2년 임기의 10개 비상임 이사국 증설만을 내용으로 하는 12개국 결의안(한국, 캐나다, 파키스탄 등 참가)을 최근 총회에 제출했다. 안보리 개편을 위요한 중진국 그룹과 G4그룹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안보리개혁 성패 여부에 중요한 관건을 쥐고 있는 5대 상임이사국의 태도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 그 이유는 G4 결의안이 총회에서 결의안 채택에 필요 정족수인191개 유엔회원국의 2/3인 128개국의 지지를 얻어 채택되더라도 동결의안이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유엔헌장이 정하는 국내 비준절차에 따라 미국, 중국 등 5개 상임이사국의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블란서, 영국 등은 G4 결의안을 지지하고 있으나 중국은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고 미국도 일본, 인도의 상임이사국 진출은 찬성하나 독일, 브라질 등에 대해서는 극히 부정적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반대 이외에도 미국과 중국은 G4그룹이 그들의 결의안을 채택하기 위하여 8월까지의 인위적인 시한을 설정하고 투표를 강행하려는 기도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어느 결의안의 채택여부도 그 전망이 불투명하며 투표강행의 경우에는 그것이 9월 정상회의에 미칠 역작용이 적지않을 것 같다. 안보리 개혁에 대한 중진국으로서의 한국의 입장은 국제관계에서 또 유엔내에서 이루어져야 할 민주화의 필요성 등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한국의 국익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 하겠다.

첫째, 중진국으로서 한국의 보다 빈번한 안보리 진출기회 둘째, 유엔의 민주화 촉진과 다자주의 원칙 제고 셋째, 거부권을 갖는 한반도 주변 4강국이 동북아 안보정세 및 한반도 통일에 미칠 부정적 영향 넷째, 유엔과 같은 다자무대에서 중진국으로서의 한국의 이상적인 외교활동 공간 확보 등. 이러한 한국의 입장은 상임이사국 희망국인 일본, 독일, 인도 등과의 양자관계에 다소의 긴장을 초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양자 관계를 넘어서 유엔의 민주화와 대표성, 효율성의 향상은 유엔의 정통성을 강화하고 우리의 중장기적 국익에 더욱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사실 많은 회원국들은 힘의 정치 현실(Real Politik)은 인정하면서도 민주화의 보편화 추세 속에서 또 다시 특정 국가들에게 영구적인 특권을 부여하는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입장은 결코 특정 국가를 반대해서가 아니고 우리나라의 중장기적 이익과 국제사회의 보편적 이익을 증진시킨다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하겠다.

다시 세계의 중심으로

한국은 1945년 독립 정부수립과정에서부터 한국전쟁, 전후 복구, 경제 건설에 이르기까지 유엔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냉전이 종식된 지 2년 후인 1991년에 비로소 유엔에 가입했다.

그러나 때 늦은 유엔가입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유엔에서의 활동은 괄목할 만하다. 한국은 1996년부터 1997년까지 2년 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으로 피선되어 권력정치의 현장에서 세계평화유지에 유용하게 기여하면서 의미있는 경험을 축적하였다. 또, 소말리아, 앙골라, 동티모르, 그루지야 등 분쟁 지역에 유엔 평화유지군을 파견, 평화건설에 참여함으로써 국제적으로 한국의 평화애호국가로서의 이미지도 크게 높였다.

한국은 또한 2001~2002년 제56차 유엔총회의 의장직을 수행하면서 반테러리즘 전쟁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일련의 결의를 채택하는데 지도적 역할을 함으로써 유엔의 위상을 높이는데도 기여했다.

세계 12위권의 경제력과 모범적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받고 있는 한국은 유엔에 대한 재정 기여도에 있어서도 회원국 중 11번째에 이르고 평화 유지,개발협력 등 분야에서도 타국의 모범이 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앞으로 개혁을 통한 유엔의 권능 강화와 유엔을 통한 세계 평화와 번영을 증진하는데 더욱 중요한 기여를 지속적 목표로 추진해가야 할 것이다.

유엔은 금세기에 들어와서 지난 세기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복잡한 안보의제(Security Agenda)에 직면하고 있다. 유엔을 구성하는 주권 국가들이 공동의 책임으로 함께 유엔을 통하여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실패할 경우에는 유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살아질 수 밖에 없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Annan 사무총장은 우리 앞에 야심적인 유엔 개혁의제를 내놓고 있다. 새천년의 시발점에 서있는 현재의 세계는 유엔창설 당시의 세계와는 크게 달라졌다. 지금으로부터 50여년 후의 미래세계는 오늘날의 과학기술의 발전속도와 정보혁명, 세계인구의 증가, 지구환경의 변화등 추세에 비추어 볼 때 혁명적인 변화를 갖고 올 것이 명백하다. 이러한 가속적 변화는 범세계적 이슈를 양산시키고 평화와 번영 등 공공재(Public Goods)에 대한 수요를 필연적으로 증가 시켜 지구촌 시대의 공공재 공급자로서의 유엔의 역할은 더욱 커져 갈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앞에는 하나의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유엔 비판론자들은 유엔의 실패를 과장, 매도하고 성공을 축소하면서 범세계적 문제 해결에 대한 유엔의 능력을 회의적으로 평가하고 폄하한다. 그러나 우리의 올바른 선택은 60주년을 맞이하는 유엔을 더욱 강화하기 위하여 금년 9월로 예정된 유엔 정상회의를 역사적 기회로 활용하여 유엔체제의 실질적 개혁을 성취하는 일이라 하겠다. 유엔은 냉소주의자들이 비판하는 것처럼 무능하고 비효율적이며 강대국의 일방주의적 태도가 그 기능을 무실화 할 수 있는 국제기구가 아니다. 강대국들도 종국적으로는 유엔을 그들의 국가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유엔이 실패하기를 결코 바라지 않는다. 초강국인 미국도 2002년 「신국가 안보전략」에서 “어떠한 국가도 보다 안전하고 보다 좋은 세계를 혼자 건설 할 수 없다”고 선언함으로써 유엔의 다자주의 원칙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개혁없는 유엔은 그 자체의 존재 가치를 잃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엔 사무차장으로서 유엔에서 최초의 노벨평화상을 받은Ralph Bunche의 말은 우리는 잊을 수 없다. “유엔은 오직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존재할 뿐 아니라 또한 변화를 -급진적인 변화까지도-폭력없이 이룩하기 위하여 존재한다”

Kofi Annan총장이 경고한 바와 같이 유엔은 이제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우리가 직면한 도전은 유엔을 다시 세계 문제해결의 중심에 서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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