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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법률 인터뷰> 필생의 과업 ‘법치주의 실현’ 제시
김인섭   |  2005-11-09 05:12:00  |  조회 2629 인쇄하기
지금 법무법인 태평양의 성공적인 모습은 설립자 김인섭 변호사의 법조인생을 웅변해 준다. 그는 1980년 단순한 직업인으로서의 변호사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소명과 시대적 요청에 부응, 법조계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로펌 태평양을 설립했다. 이후 단숨에 태평양을 한국의 대표적인 로펌으로 성장 발전시키면서도 관료화·기업화된 외국의 로펌 형식을 답습하지 않고 모든 소속 변호사들이 주인의식으로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인 운영 체제를 확립해 왔다. 이런 성공의 바탕에는 다름 아닌 설립자의 올곧은 법치주의 실현의 의지가 있다. 법과 현실의 조화, 실천하지 않는 가치관은 소용이 없다는 지론으로 올바른 법치의 실현에 평생을 바쳐 온 김인섭 변호사의 삶과 법무법인 태평양의 성공은 개인의 성공에 끝나지 않고 우리나라 법조문화 창달에의 기여로 평가 받고 있다.

“사회가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갈 때 가장 먼저 바른 목소리를 내야 할 사람이 언론과 법조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제는 명예대표변호사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법무법인 태평양의 설립자인 김인섭 변호사는 요즘 그가 필생의 과업으로 여기고 있는 법치주의 실현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면서 저술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법률가라는 직업은 자신의 업적을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는 없지만, 자신이 가진 무형의 가치를 사회에 환원시키는 데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법률가들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음을 강조했다.

“은퇴 후 현직에 있으면서는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찾아나서는 일에 삶의 보람을 두고 있습니다. 직업인으로서는 이런 저런 제약과 이유 때문에 할 수 없었던 것을, 이제는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소신있는 행동을 자유스럽게 할 수 있으므로 하루하루를 활력있게 보낼 수 있어 정력과 건강도 오히려 많이 좋아졌습니다.” 김 변호사는 저술활동 이외에 최근 법치주의를 주제로 한 각종 강연과 토론회 참여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강연장은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 시골 상공회의소나 사회 각 단체 등 어디든 요청이 있으면 가리지 않고 특강을 펼치고 토론에 응한다. 특강 주제는 당초에는 ‘한국 법치주의의 현주소’였었는데, 금년부터는 ‘법치주의와 한국의 장래’로 바뀌었다고 한다. 종래에는 법치주의의 소극적 기능과 의미에 중점을 두고 강의를 했지만, 이제는 그 적극적 기능과 의의에 중점을 두고 국력의 신장과 선진국으로의 진입가능여부가 법치주의의 실현여부에 달려있다는 점을 알기 쉽게 설명하였더니, 수강하는 사람들이 아주 흥미있게 들으며 유익했다는 반응을 보여 피곤한 줄도 모르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활동에서 특히 어린 학생들과 교사에 비중을 많이 두는 김 변호사는 법치주의 실현을 위한 과제로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의 중요성을 으뜸으로 꼽았다. 잠시 김 변호사의 법 강의를 들어보면, “민주주의는 국민들이 개인주의 사상과 법치주의 원리를 체득해야 가능한 것입니다. 개인주의사상과 법치주의원리는 가정교육과 초․중등학교 과정에서 배워 체질화되고 인격적 기초를 형성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자녀들은 가정과 초등교육기관에서 이러한 기초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여 개인주의사상과 법치주의원리를 체득하기는커녕, 제대로 이해를 못한 채 학교에서 민주주의 강의를 듣고 자랍니다. 그래서 그들은 개인주의 대신 이기주의가 체질화되어있고, 법치주의사상보다는 요령과 잔재주를 통한 자기 이익추구의 소아적․근시안적 체질이 몸에 배어있습니다. 그러니 법치주의가 이 땅에 뿌리박기는커녕 아직도 법을 지키는 사람은 손해를 보거나 바보가 된다는 말이 스스럼없이 인구에 회자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이제 법치주의가 당초의 소극적 기능, 즉 약육강식을 억제하고 천부적․기본적 인권을 보호하는 기능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나아가 그 적극적 기능과 의의 즉 부의 창출, 국력의 신장과 나라의 흥망성쇠가 법치주의의 정착여하에 달려 있다고 설파하는 학자나 평론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때 아닌 populism이 판을 치고 법 경시 풍조가 위아래에 더욱 퍼지고 있으니, 참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40여년의 법률가 경험을 토대로 ‘한국 법치주의의 현주소’를 주제로 우리사회에 법치주의가 어느정도로 정착되고 있는지 6개 분야(정치․행정․사법․경제․언론․교육)로 나누어 분석연구하고 있습니다.

첫째, 법치제도는 이미 반세기 전에 만들어졌는데, 왜 현실은 그대로 운영되지 않고 따로 놀고 있는지.

둘째, 1948년 헌법제정 이후 지금까지(위의 6개분야를 중심으로) 각종의 위법, 탈법, 불법 등 반법치적 행태가 어떤 형태로 만연되어 왔는지.

셋째, 이와 같은 반법치적 행태의 만연으로 인하여 국민 개개인과 사회전체가 입어온 피해(유형,무형의 손해와 직접,간접의 손해를 모두 포함)는 어떤 것이며, 또 앞으로 입게 될 손해는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넷째, 반법치적 행태를 없애고 법치주의 사회를 이룩하기 위한 방법과 대책은 무엇인지의 4가지 각도로 나누어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일이라면 강의, 토론, 시론, 저술 등 어떤 것이든 열심히 해나가겠습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성적표는?

김 변호사는 “우리가 1948년 서구선진국의 민주헌법을 반기계적으로 이 땅에 이식했던 그 시절에 비하면 우리의 민주화의 정도는 적어도 제도나 국민의 정치의식면에서는 크게 발전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정치적으로 민주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경제발전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민주화는 계속 진전되어 나갈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민주화의 필요조건인 법치주의의 측면에서 보면, 아직 민주화는 갈 길이 멀었으며 험난한 고비를 수없이 넘어가야 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이념과 대의를 내세우더라도 법치주의가 정착되지 못하면 그것은 허구의 것이 되고 말며, 민주주의는 정치가 국민을 이용하고 속이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되고 맙니다.

법치주의의 구현은 제도개혁만으로는 안되며, 어릴 때부터 가정교육과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을 통하여 개인주의사상을 가르치면서 서로 상이한 사회주체간의 타협과 조화의 원리가 민주주의의 원리이며 그 타협(약속)의 산물이 법이므로, 법을 자기와 사회구성원 모두를 위해 지켜야 하는 것이라는 점을 몸에 체득케 해야 합니다.

우리헌법 제31조가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를 성공적으로 하려면 국민이 먼저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는 것을 헌법으로 선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현재의 민주주의에 대한 성적표는 이러한 시각에서 점검해 보아야 될 것입니다“라고 간접적으로 그의 견해를 내비추었다.

사법개혁의 방향성 제시

40년 이상을 오직 법률가로서 외길을 걸으신 김인섭 변호사는 63년부터 법관직에 몸담으면서 그때부터도 법과 현실의 조화를 숙고한 깊이 있는 판결로 주목을 받는 한편 당시 사법부의 독립과 개혁을 위해서도 직언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유신정권 하의 사법연수원 교수 시절에도 결코 관료화 되어서는 안 될 법률가의 양심과 본분을 늘 강조했다. 결국 법의 지배 실현을 통한 민주화에 좀 더 적극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스스로 법원을 떠나면서도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유혹을 의연히 뿌리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지금 ‘개혁’과 ‘진보’ 혹은 ‘보수’와 ‘안정’이라는 두 가지 큰 개념이 대립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바라보는 김 변호사의 시각은 무엇일까 궁금하다.

개혁의 대상에는 법조계도 예외가 될 수 없어 사법개혁이 핵심 화두가 되고 있고, 우선 과제로 법관의 인선제도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최근 대법원은 누구든 대법관 후보를 추천할 수 있고, 그 후보들을 심의할 대법관 제청 자문기구에 시민대표 3명까지 참여시키자는 사법개혁위원회의 건의를 수용할 방침임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8월 대법관 제청의 인사제도가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이라고 비판했던 이른바 제4차 사법파동의 결과로 나온 것이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사법개혁이 이처럼 대법관 인선 과정에 populism의 개입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은 사법개혁의 올바른 방향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더군다나 법조인끼리의 후보 추천이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것이라고 비난받아야 했던 대법관 선임 과정에 행정부와 입법부, 그리고 개혁에 대한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가진 시민단체가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한다는 것은 사법개혁의 본질을 흐리게 할 ‘개악’이라고 주장했다. 이유는 이런 방식의 사법개혁은 사법부의 독립을 원천적으로 훼손할 뿐만 아니라 populism이 사법부에까지 영향을 미치어 법치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릴 개연성이 높은 위험한 시도이기 때문이다.

“사법개혁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중요한 과업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러나 사법개혁은 정치와 행정 등 다른 분야의 개혁과 같은 차원에서 왈가왈부하고 접근해서는 안 될 근본적으로 다른 속성이 있음을 정부는 물론 국민도 인식해야 합니다. 사법 영역에는 개혁 만능이라는 시대의 물결 속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과 ‘기본’이 있기 때문입니다.”

김 변호사는 헌법이 규정한 사법부의 독립과 책무란, 헌법과 법률의 유권적 해석 적용, 즉 법치주의 실현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입법부와 행정부의 권력남용을 견제하는 기능이며, 이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바로 국민으로부터 받은 사법부의 책무임을 설명하면서, 따라서 사법개혁의 초점은 바로 사법부가 법치주의의 보루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맞추어야 하는 것에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독립된 지위와 권한이 더욱 확고해지고, 사법부가 짊어지고 있는 법치주의 실현의 책무를 다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환경을 조성·강화하는 것이 사법개혁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 관한 한 진보와 보수가 견해를 달리 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김 변호사는 현 제도의 허점은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지명하는 임명 방식에 있음을 지적한다. 이를 위해 “‘법관추천위원회’를 만들고 위원회에서 대법원장 후보를 복수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중의 한 사람을 지명해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이런 방식은 예전에 4.19 이후 개정된 헌법에 채택한 적이 있고, 6공화국 헌법초안을 만들기 위한 정당간의 협의과정에서도 초기에는 긍정적으로 논의되다가 나중에 초안에서 빠지게 된 것이라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는 대법관 임명 방식에 대해서도 “비록 대법원장이 제청권을 행사하기는 하지만,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사법권의 독립 보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마찬가지로 추천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요컨대 대법원장 임명을 지금처럼 해서는 그 다음 인사를 어떻게 하든 궁극적으로 사법부의 독립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진다는 것이다.

당위성 명확치 않은 개헌 논의에 일침

김 변호사는 헌법 개정의 문제에서도 근본적으로 헌법은 함부로 개정할 대상이 아니라는 견해를 표명했다. 그는 “무릇 개헌을 하려면 그 당위성과 방향성이 명확해야 한다”면서, 87년 개정한 제6공 헌법은 대통령 직선 및 단임제 수용, 헌법재판소의 신설 등으로 국민의 권리를 크게 신장시킨,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민주 헌법이라 설명한다. 따라서 개정해야 할 중대한 사유가 발생했거나, 명백한 결함이 드러나지 않는 한 개헌을 함부로 입에 담지 말아야 한다는 것. 국정 운영의 미숙이나 잘못으로 인한 책임을 제도 탓으로 돌리는 위정자들의 그릇된 버릇이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툭하면 헌법 개정을 들먹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운영의 묘’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을 굳이 헌법 개정으로 끌고 가는 것은 국력의 낭비요, 법치주의 이상에도 맞지 않습니다. 국민의 권익을 증진시키고 강화하는 개헌이 아니라 정부 조직과 기구를 이리저리 바꾸는 문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김 변호사는 “헌법은 국민을 구속하기보다는 정치인들을 구속하는 내용으로 국가 고위공직자와 정치인들이 자의로 국정을 농단하지 못하게 하고, 특히 국회가 함부로 법을 못 만들게 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설명하고, “따라서 모든 정치활동이 헌법의 정신에 어긋나면 그것을 무효로 만들 수 있는 장치를 우리 헌법은 마련해 두었으며, 지금 헌법재판소가 그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라 말했다.

김 변호사는 “헌법을 자주 개정한다는 것은 사회가 혼란스럽고 불안하다는 반증으로 정치인들이 개헌을 함부로 운위하는 것은 정치불안과 사회불안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도 260년 동안 수정헌법이 두 차례 존재하지만 그것은 모두 국민의 기본권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지 권력구조를 바꿀 목적이 아니었다”면서, “소위 정권놀음의 대상으로 헌법을 바꾸지 말라”는 말로 일침을 가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정부 수립 후 모두 9번의 헌법 개정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 단 두 번만이 국민을 위한 바람직한 개정이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4·19혁명 이후와 6공 헌법을 제외한 나머지 7번의 개헌은 모두가 정치인의 정권 유지와 정권 쟁취를 목적으로 한 당리당략적인 차원에서의 개정이었다. 그래서 헌법학자들은 이를 두고 ‘헌법의 개악’이다, 심지어 독설가들은 ‘헌법 파괴’라는 주장까지 펴고 있는 것이다.

정치를 안정시키기 위한 방법은 헌법 개정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을 잘 준수하면서 국정을 운영함으로써 법치주의 전통을 확립함에 있다. 김 변호사는 “지금 우리 내부에는 진보와 보수 또 민족주의 등 여러 이념이 혼란스럽게 얽혀 대립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또 통일을 생각할 때도 헌법 개정은 자칫 환란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경계해야 한다” 역설하면서, 이런 점에서 주권자로서의 국민의 바람직한 정치의식을 강조했다.

법률시장 개방에 대한 대비책

지금 법조계가 안고 있는 큰 과제 중 하나에는 법률시장 개방이 있다. 시장 개방에 대한 대비책으로 로펌의 전문화와 대형화가 많이 거론되고 있지만, 먼저 제대로 된 실체 파악을 해야 좋은 대비책도 나올 수가 있을 것이다. 김 변호사는 법률시장 개방의 문제에서 ‘문명’과 ‘문화’는 다르다는 설명을 전제로 한다. 원래 법률과 제도는 ‘문명’의 영역이 아니라 ‘문화’의 영역이고, 따라서 이는 교역의 대상이나 거래의 대상이 못 된다는 설명이다. 문화는 오랫동안 형성되는 가치로 즉, 돈으로 주고 사는 대상이 될 수 없고,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무역의 거래 대상에 문화의 영역인 법률제도를 개방하라는 것은 본질을 무시하는 장사적인 소견으로 국제 질서를 잘못 유도하는 것”이라고 김 변호사는 오래 전부터 주장해 왔다.

그리고 법률시장의 개방은 단순히 법률가들의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설명인데, 국가의 기밀에 깊숙이 관여해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 대형로펌 변호사 활동 앞에 우리의 국익과 비밀이 노출된다는 것은 분명 경계해야 될 일이다. 국민과 정부 관료들은 항상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 변호사는 “법률시장 개방이 세계화의 큰 흐름에서 거역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 개방 조건과 내용은 가능한 우리에게 유리하게 풀어야 할 것”이라면서, “1차 협상의 핵심이 ‘동업 금지’와 ‘고용 금지’에 있다”고 설명했다. 협상이 중요한 이유로 외국의 사례를 보면, 이 조건을 처음부터 고집하지 못한 독일은 현재 10대 로펌 중 국내 로펌이 2~3개에 불과할 정도로 미국에 잠식당한 경우로 꼽힌다. 한편 18년 전에 개방한 일본은 처음 이 같은 조건을 관찰시켰다가 이후 결국 미국의 압력에 못 이겨 풀어 줬다.

시장 개방의 대비책은 역시 우리 로펌들의 경쟁력 강화에 있겠지만 그것은 마치 대한민국 국력이 미국의 국력을 이겨낼 수 있는냐 하는것과 마찬가지로 비유된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그동안 꾸준하게 전문화와 경쟁력 강화에 노력해 온 만큼 대형로펌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면서, 이와 함께 “정부는 로펌에 대해 통제만 할 것이 아니라 국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로펌에 대해서는 국민적 차원에서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언급했다.

하나의 가치 지향을 직장문화로 정착

김 변호사의 변호사로서의 역할과 임무에서도 사적 이해관계를 초월해 법이 추구하는 가치 실현의 차원을 염두에 두고 다수의 의미 깊은 판결들을 이끌어 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지적재산권 영역에서의 판례 형성을 선도함으로써 관련 법질서의 올바른 정착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또 다수의 회사정리사건을 통해서 일시적인 어려움에 처한 유망한 중견기업들을 회생케 한 일은 기업법률가로서 보람 있는 일로 남아 있다. 이 밖에 사법제도개선심의회 위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종합유선방송위원회 위원 등으로 참여하며 폭넓은 식견을 펼쳐 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 변호사는 자질과 덕성을 고루 갖춘 후배 법조인을 길러 널리 사회에 기여케 하는 데 일찍부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애써 왔다.

지금 법무법인 태평양은 국내 로펌 최초로 중국에 진출한 데 이어, 일본 동경에도 거의 동시에 현지 지사를 개설했다. 법률시장 개방의 파고를 오히려 25년간 쌓아온 노하우의 수출로 넘어선 셈이다. 지난 97년부터 중국 업무를 수행해 온 태평양은 2002년 4월 일본 도쿄에 사무소를 개설했으며, 같은 해 북한팀, 2003년에는 이머징마켓팀을 연달아 신설해 해외시장 개척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 왔다. 국내 유일의 북한팀은 올 연초 개성공업지구 법규 및 제도 해설을 발간하는 등 성과를 보였다. 이머징마켓팀은 본격적인 법률서비스 수출에서 첨병의 역할을 해 낸다. 태평양은 현재 130여 명의 변호사(외국변호사 22명)와 변리사·회계사 등 167명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정훈 대표와 이종욱 대표가 현재 상임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투명 경영과 특유의 팀워크로 국내 로펌 중 이직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도 유명한 태평양은 국제적인 경쟁력과 조직의 안정성을 최고로 추구한다.

김 변호사는 변호사의 일이란 법의 유권적 해석과 적용을 통해 의뢰인을 보호하는 것으로 하는 업무는 공적인 임무이면서도 생계 수단으로서는 자기의 의뢰인으로부터 보수를 받는 직업이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가치집단’이라 정의한다.

따라서 변호사는 가치집단이라는 직업의식(직업인으로서의 법률가의 긍지)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가치집단으로서의 로펌은 그 자체로서 독자적인 생명력과 존재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회적 실체라는 점을 지적한다. 직장문화로는 ‘개체’와 ‘전체’를 조화시키는 민주적 운영 방식을 지향해 왔다는 점을 힘주어 말했다. 하나의 가치 지향을 직장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오늘의 태평양을 있게 한 셈이다. 정당한 실력으로 승부하고, 합리적이되 인간미를 잃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도 거대 로펌의 오늘이 있게 한 설립자의 가르침이다. 이런 가치관이 하나로 지향되고 실현되어 전체의 의지가 됨으로써 상상치 못할 에너지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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