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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文化라고 적으면 마치 예술적인 행위이거나, 거기에 버금하는 특수한 것이어서 우리의 가정사와 무관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단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우리 삶의 터전인 가정이 곧 문화이듯이 그 가정에서 가장 소중히 하는 가풍이 바로 문화가 되고, 가정의 구성원들을 에워싸고 있는 문화적인 것들이 환경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들은 문화의 영향을 받게 되며 환경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돈이 많고 생활이 풍족한 가정이 꼭 문화적인 환경이 될 수 없듯이 재물이 없이 가난하게 살면서도 가치의 기준을 세울 줄 아는 가정이 문화적인 환경이 됩니다. 권력과 재물을 모든 가치의 우위에 두고, 위선과 개인의 이득에 만 몰두한다면 그 가정은 곧 몰락하게 될 것입니다. 요즘 우리 주위에 팽배한 사치와 낭비와 거짓말, 위선 등은 대부분 가정에서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그 가정의 주체가 되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고학력의 지식인들입니다. 지식인들의 가치가 무너진 가정에서 자라나는 어린 아이들은 천박하고 보잘것없는 문화 환경에서 자라나게 됩니다.
소나 말은 태어나면 곧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완성된 생명으로 태어나지만, 사람은 태어나서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겨우 걸음을 뗄 수가 있을 정도로 불완전하게 태어납니다. 그러나 소나 말은 문화 환경을 향유하지 못하는 까닭으로 동물로 존재하는 것이며, 사람은 문화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살게 됨으로써 ‘만물의 영장’이 됩니다. 그러므로 문화는 환경 그 자체인 것이지 예술행위와 같은 고급문화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령, 한국에서 태어난 아기와 아프리카의 원주민의 아기를 서로 바꾸어서 키웠다고 가장해 봅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면 두 아이가 문화적인 환경에 의해 성장하고 지배되고 있음을 선명하게 알게 됩니다. 아프리카 원주민의 품안에서 자란 한국 아이는 국부만 가린 나체와 같은 몸으로 들판을 달리게 될 것이며, 그쪽에서 쓰는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아프리카 원주민의 성정을 완벽하게 몸에 익히게 됩니다. 반대로 한국에서 자란 아프리카 원주민의 아이는 한국어를 사용하여 의사소통을 하고, 한국 사람의 사고방식을 갖게 됩니다.
이 같은 문화 환경이 아이들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람의 문화 환경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더욱 선명하게 알게 됩니다. 아프리카 원주민의 아이라도 한국의 어떤 가정에서 자랐느냐에 따라서 서로 판이한 습관을 몸에 익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정치가의 집에서 자라게 되면 그 아이 또한 거짓말을 밥 먹듯 하게 될 것이며, 사치와 낭비를 일삼는 가정에서 자라면 역시 사치와 낭비를 몸에 익힐 것이며, 외국인 종업원(산업연수생)들에게 급료도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폭력을 휘두르는 중소기업의 사장 집에서 자라면 마침내 동족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평생을 김밥을 팔아서 마련한 전 재산을 지방 대학에 기증한 할머니의 집에 자랐다면 사회에 대한 봉사와 기여가 무엇인지를 배우게 될 것이 아니겠습니까. 또 부모를 공경하고 형제간의 우애가 돈독하며, 도덕적 가치를 소중히 하는 가정에서 자랐다면 가장 바람직한 한국인의 성정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문화가 곧 환경이라는 사실을 이보다 더 선명하게 설명할 수는 없을 것으로 압니다. 그러므로 문화는 사람을 에워싸고 있는 환경 그 자체이지 꼭 예술적인 것을 필두로 하는 형이상학적인 것이 아닙니다.
자, 그렇다면 독자들께서는 어떤 문화 환경에서 살고 계십니까.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가정에서는 아프리카 원주민의 아이를 맡아서 기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들의 핏줄을 이어받은 아이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 가정이 바로 문화이며 문화 환경이면 거기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그 문화 환경의 영향과 지배를 받으면서 자라나게 된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합니다.
요즘 한국 가정의 문화 환경은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면이 훨씬 더 많습니다. 집안에 텔레비전이 있고, 컴퓨터가 있다하여 문화 환경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재력이 넉넉하다하여 문화 환경이 되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옳은 것임을 알면서도 멀리하는 지식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고방식이 가정과 사회의 문화 환경을 극단적인 이기주의로 몰아가는 것이 문제입니다.
독자들이여, 공익에 이바지 할 줄 아는 가정이, 남을 배려할 줄 알게 가르치는 가정이 바람직한 문화 환경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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