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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마조마하게 가슴 졸이며 지켜보던 베이징 6자회담에서 날아든 소식은 맑게 갠 가을 하늘처럼 시원하다.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을 둘러싼 북한과 미국, 한국과 미국 간의 입장 차이를 생각하면 6개 항의 공동성명에 실린 합의는 북핵 해결뿐 아니라 북한 문제 전체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의 긴 여정 (旅程)에 세운 큰 이정표라는 평가를 들을 만하다. 북한과의 협상이 항상 그랬듯 언제 어떤 문제가 복병으로 불거질지 모른다. 경수로 문제가 그중 하나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핵 위기, 북한 문제, 한반도 문제 해결에 비켜갈 수 없는 첫걸음이다. 공동성명에 실린 주요 합의를 보자.
제1항에서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이른 시일 안에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복귀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핵에 관한 모든 합의에 필수적인 하부구조다. 그래야 국제사회를 대신해 IAEA가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포기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핵의 평화적인 이용권을 주장했고, 나머지 5개국은 북한의 그런 뜻을 존중하고 적당한 시점에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한다고 합의해 줬다. 한국은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까지 나서서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의 정당성을 인정하자고 미국에 촉구했다. 미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직접 "북한은 '모든 핵'을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한국은 치열한 물밑 대화에서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 문제를 논의한다는 미국의 양보를 얻어냈다.
제2항은 경수로를 제외한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북한에 제공될 대가를 명시했다. 북한이 갈망하는 북.미 관계와 북.일 관계 정상화다.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면 경제제재가 해제되고,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의 이름이 사라지며, 궁극적으로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길이 열린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국제기구와 국제사회로부터 경제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북.일 관계의 정상화는 적어도 50억 달러, 많으면 100억 달러의 배상금이 들어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 없이는 핵 문제와 북한 문제, 더 크게는 한반도 문제 해결이 불가능함을 생각하면 이 부분도 중요한 선언적 합의다.
제4항에서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체제를 위해 별도의 포럼에서 평화협정을 논의하기로 한 것은 '핵 이후'를 바라보는 비전의 제시다. 핵을 포함한 북한과 한반도 문제를 동북아시아 평화체제 실현의 큰 틀 안에서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포럼 참가국은 남북한과 미국, 또는 남북한과 미국.중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동북아시아 지역 문제인 이상 러시아와 일본도 일정한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6자회담은 빈사상태에서 살아났다. 합의를 성사시키려는 중국의 진지한 노력, 한국의 대북 중대 제안, 한국에 의한 북한과 미국 설득, 그중에서도 추석날 반기문 외교부 장관에 의한 라이스 장관 설득과 '팔 비틀기'(Arm-twisting)가 결실을 본 것이다. 4차 6자회담의 합의로 남북 관계는 추동력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회담을 통한 실질적인 긴장완화 조치, 백두산.개성 관광, 상시 이산가족 상봉에서 상당한 진전이 기대된다.
지금부터 우리가 나갈 길은 두 갈래다. 하나는 베이징 합의의 바탕 위에서 북핵을 해결하고 그것을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로 확대하는 것이요, 둘째는 '동북아 평화헌장'선언을 목표로 북핵 해결-한반도 평화-동북아시아 평화체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것이다. 미국의 양보를 통한 베이징 합의의 배후에서는 북한 문제 해결을 서두르지 않으면 북한의 대중(對中) 경제 의존도가 위험수위까지 악화돼 북한이 사실상 중국의 제4성(省)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미국의 우려가 작용했다는 고위 소식통의 말은 시사하는 바 크다. 미국의 이런 인식은 2020년, 2030년의 중.미 패권 경쟁을 축으로 한 동북아시아의 불안한 힘의 구도를 걱정하는 우리에게는 활용할 가치가 있는 자산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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