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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덕목
신봉승   |  2005-11-10 07:46:44  |  조회 2976 인쇄하기
남자는 세상없이 귀하게 여겨서 존대하고, 여자를 홀대하고 천시하는 이른바 ‘남존여비’라는 말이 마치 조선조 시대를 상징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므로 여성에게 이름을 지어주질 않았다든가, 여성에게는 글을 가르치지 않았다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무지를 마치 자랑처럼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대부분 여성이고, 게다가 여성지도자가 될수록 더 심하게 떠벌리고 다닌다는 사실은 정말로 우리를 비참하게 합니다. 바로 그런 짓거리가 누어서 침을 뱉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누어서 뱉은 침은 반드시 제 얼굴로 떨어질 것인데 얼마나 불결하고 딱한 일이겠습니까.

조선조시대의 여성 중에서 가장 학문이 높고, 성정이 깊었으며 여성교육에 헌신한 분을 한사람만 들라면 연산군의 할머니였던 소혜왕후를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덕종(추존)비 소혜왕후는 ‘인수대비’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더 친근하게 알려져 있습니다. 친손자 연산군이 던진 밥상에 가슴을 맞아서 병석에 누었다가 그대로 세상을 떠나게 되는 그분의 불행한 최후는 많은 역사드라마를 통해 잘 알려져 있습니다.

바로 그 인수대비가 조선조의 여성들을 바로 가르치기 위해 몸소 [내훈(內訓)]이라는 책을 쓰고 그 서문에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한 나라의 정치의 치란(治亂)과 흥망은 비록 남자 대장부의 어질고 우매함에 달려 있다고는 하지만, 역시 부인의 선악에도 달려 있는 것이다. 그러니 부인도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내의 덕목이 어질고 착하면 그 남편이 또한 어질고 착해 지는 까닭으로 여성을 바로 가르쳐서 내조를 튼튼히 해야 나라의 기강이 바로 서게 될 것이며, 그로인해 나라의 흥망이 좌우될 것이라는 인수대비의 비범한 생각은 지금 이 시대에 적용한다 해도 아무 하자가 없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조선조 시대를 대표할만한 석학이었던 보한재 신숙주도 훌륭한 아내(여성)의 내조가 있고서야 양식 있는 지아비(사대부)가 존재한다면서 여성의 교육을 강도 높게 주장하였습니다. 이렇게 여성교육을 장려한 결과가 산스크리트어로 된 불경을 읽고, 사대부를 능가하는 한학의 조예를 쌓았던 인수대비의 높은 학문을 실재하게 하였고, 그로 인해 아드님 성종임금의 시대를 세종 조 다음가는 태평성대로 열어가게 하였습니다.

또 난설헌 허초희의 시문은 어떻습니까. 동양 삼국에서 으뜸가는 시인의 명성을 얻은 난설헌의 시문은 하늘이 내린 재주에 비견되기도 합니다만, 실제로는 그 집안에 허성, 허봉과 같은 대문장의 오라버니가 있었고, 또 그런 가정교육의 분위기가 홍길동전을 쓴 허균과 같은 아우를 태어나게 하지를 않았겠습니까. 이 엄연한 사실은 자식을 바로 가르치려는 아버지 허엽(許燁)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선시대의 여성교육은 학문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학문보다 더 소중하게 여겼던 것이 성정을 다듬는 일이었습니다. 먼저 사람이 되게 한 연후에 학문에 임하게 하였습니다. 쓸모없는 사람에게는 학문이 이로움보다 방해되기가 십상입니다. 우리가 옛 것을 소중히 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여성이 반드시 바람직한 아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바람직하지 못한 아내는 훌륭한 어머니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바람직한 여성의 성정을 몸에 익히고서야 학문의 본뜻을 알게 됩니다.

밖에 나가 있는 남성들의 실패는 성정이 잘못된 아내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잘못된 성정으로 남편들의 실패를 자초하는 아내는 대개 학력이 높습니다. 실명을 들어서 설명하면 보다 확실해 질 것이지만, 그게 개인을 비방하게 되는 일이어서 쉽질 않습니다.

조선조 여성교육의 핵심은 여성이 지녀야 할 네 가지 명예를 강조하면서 아름다운 품성을 간직하게 하였습니다. 여성이 갖추어야할 명예는 첫째가 부덕(婦德)이요, 둘째가 부용(婦容)이며, 세 째는 부언(婦言)이고, 마지막이 부공(婦工)이라고 하였습니다.

부덕은 행동거지를 가지런히 하는 것이며, 부용은 얼굴의 미모보다 정결함을 소중히 하는 것이며, 부언은 구변에 능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뜻이며, 부공은 솜씨보다 부지런함을 중히 여긴다는 뜻입니다.

독자들이여. 저는 지금 옛날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내의 덕목을 갖추게 하는 것은 아름다운 성정을 간직하게 하는 일입니다. 아내의 성정이 아름다우면 지아비의 행실을 가지런하게 합니다. 지아비의 행실이 타인의 귀감이 되고서야 그 자녀들의 행실이 아름다워 집니다. 현대의 지식인 여성들은 위에 적은 여성의 네 가지 명예가 정말로 고리타분하고 쓸모없는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기를 간곡히 권합니다.
<극작가, 예술원회원>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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