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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국가의 급속한 성장
지난 9월 초순에 발표된 중국 경제에 대한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20년간 중국은 년 평균 9.5%의 고도 성장을 이룩했다고 한다. 일찍이 중국과 같은 거대 국가가 이처럼 급속하게 산업화를 이룬 경우는 없었다. 이 보고서는 중국의 성장은 지속될 것이며, 앞으로 5년 이내에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를 넘어설 것이고, 미국과 독일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성장은 지난 25년간 추진해 온 중국 공산당의 자유화 정책 때문이었다. 국가는 경제의 기본 터만 잡았고, 수백만 개인 기업체들로 하여금 그 틀 위에서 경제 기적을 일구게 했다. 그 결과 국민 총생산의 반 이상이 이들 사기업체에 의해 이룩되었고, 새 일자리도 이들에 의해 창출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매년 약 3% 이상의 국영 기업체들이 문을 닫는 것과 사뭇 대조되고 있다.
성장의 그림자
그러나 오늘날 중국 사회는 점점 성장의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더욱 심각해지는 사회의 이분화 현상이다. 지금 중국 사회는 부유층과 가난한 대중으로 나누어지고 있다. 상하이의 눈부신 경제 성장은 서북부 산간 지역 사람들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그곳 농촌 사람들의 생활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절대 빈곤층도 약 3,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벼락부자들은 대도시 근교의 성곽과 같은 대주택에서 호화롭게 살고 있다.
전체 인구의 20% 미만이 국민 총수입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데 비해 하층 20%는 불과 4.7% 정도만 차지할 뿐이다. 도시 주민들의 년 소득은 9,422 위안(yuan)이지만 농촌 주민은 그 3분지 1도 안 되는 2,936 위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격차가 해마다 더 심화된다는 데 있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간격이 더 넓어지는 비례 관계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혼율의 급증
다른 하나는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의 이완 현상이다. 중국 당국자들이 지금까지 맹비난해 왔던 “부르조아 자본주의 사회의 퇴폐적 현상”이 중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혼율의 급증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의 이혼율은 무시되다시피 했다. 직장 때문에 부부가 떨어져 살아야 하는 경우에도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2003년 말에 개정한 법률에 따라 이혼을 원하는 부부는 함께 지방 관청에 가서 우리 돈으로 1,000원 정도만 지불하면 이혼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 뿐 아니라 이혼을 부당하게 바라봤던 사람들의 시선도 많이 바뀌었으며, 이혼에 대한 사회적 관용과 이해도도 높아졌다. 사람들은 이혼은 다른 사람이 개입할 수 있거나 당국이 허가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선택에 달린 일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중국의 사회 분위기가 점점 정감적으로 바뀌어감에 따라 이제는 신문이나 잡지에서도 정치 구호나 대중 선동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대신 애정 문제나 신변 이야기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혼의 아픔을 그린 드라마가 인기를 누리고, 젊은이들의 애정 문제가 이야기꺼리가 되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기성 세대가 느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그들은 “젊은이들은 우리의 역사나 미래를 모두 잊고 있다!”고 개탄하지만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의 가치관을 우리에게 강요하지 말라!”고 외치고 있다.
젊은 세대의 민족주의
또 다른 하나는 젊은 대학생들의 민족주의적 열정이다. 지난 5월에 있었던 베이징에서의 반일 시위도 그러한 열정의 한 표현이었다. 젊은이들은 중국은 공산당의 지도력 덕분에 193,40년대의 항일 투쟁에서 “위대한 승리”를 거두었다고 배우면서 자랐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이번 일본의 교과서 왜곡 파동이 큰 충격일 수 밖에 없었으며, 특히 일본의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중국 민족의 수치”로 여겨지게 되었다. 이들은 베이징 등 대도시의 일본인 상점을 습격하는 등 반일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이들은 미국이나 서방 세계로부터 과학과 기술 등 몇 가지 영역은 배워야 하지만 그것도 “강대국 중국”의 일시적인 방편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들은 중국은 “천하의 대국”이며, 세계 문명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반일 민족주의적 열정이 국내 지도자들에 대한 반대 투쟁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이완된 사회 분위기와 함께 가진 자의 오만에 맞서는 갖지 못한 자의 분노가 연계된다면 중국은 또 다른 모습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것을 막아낼 수 있는 중국 지도부의 효과적인 대응책이야말로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안전을 담보하는 안전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급속한 경제 성장을 유지하면서 이를 막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한림대 특임교수,학술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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