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칼럼 ▶ 회원칼럼
독일 경제는 회복될 것인가?
진덕규   |  2005-11-10 07:33:19  |  조회 2755 인쇄하기
골치 아픈 경제 문제

독일 경제는 한 때 유럽의 번영을 견인했던 기관차와도 같았다. 그러나 지금 독일은 그 때를 단지 추억으로만 떠올리고 있다. 과연 독일 경제는 회복될 수 있을까? 사람들은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지만 그럴 것이라고 장담하지는 못한다. 년 수출액이 7,300억 유로에 이르는 세계적 수출국인 독일 경제가 최근에는 몇 가지 경제 지수에서 호전되는 기미를 보여주고 있다. 경제 성장률도 1% 내외로 올라섰고, 내년에는 1.5%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기업가들의 투자 심리도 되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낙관적인 전망은 여전히 설득력이 약하다. 지난 9월의 선거에서도 경제 회복은 최대의 이슈였다. 그 때 집권당의 공약은 “더 높은 성장, 더 많은 일자리!”였고, 야당은 “새 이념, 새 지도자, 새 일자리!”의 실현을 내걸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들이 경제의 현실을 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해에는 실업자의 수가 2차 대전 패전 직후에 버금가 무려 520만 명을 넘어섰는데, 야당은 “매일 약 1,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고 공격하고 있다. 옛 동독 지역에서는 실업자가 여전히 18.5%를 상회하고 있다.

고통을 안겨 준 15년

독일은 지금 통일의 후유증을 톡톡히 앓고 있다. 통일 이전인 15년 전만 해도 독일은 경제적으로 호황을 누렸으며, 독일의 마르크화는 세계의 기준 화폐처럼 활용되었다. 그러나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다음 헬무트 콜(Helmut Kohl) 수상의 독일 통일 정책은 “완전히 다른 2개의 사회를 억지로 하나로 만든 꼴”이 되고 말았다. “동독의 경제 부흥은 곧 독일 부강에 대한 약속”이라던 그의 주장은 채 10년도 안 되어 서독 경제마저 위기로 내몰고 말았다.

그 때를 회고하면서 베를린의 한 경제 분석가는 “독일 통일은 경제가 고려되지 않은 정치적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비판한다. 특히 서독의 도이치 마르크(Deutsche Mark)와 동독의 오스트마르크(Ostmark)를 1:1로 맞교환했던 일은 당시 “동반자 관계”라는 그럴 듯한 말로 미화되었지만 그것은 결국 독일 경제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하나의 요인이 되었다.

그렇게 되자 당장 동독 노동자들의 임금은 급상승했다. 생산성은 서독 노동자에 비해 떨어졌지만 임금은 크게 올랐기 때문에 경제성을 잃은 동독의 공장들은 문을 닫고 말았다. 결국 서독은 동독의 경제를 떠안을 수 밖에 없었다. 정부는 “동독에 대한 경제 지원을 통해 통일 독일의 번영을 이룩할 것”이라고 장담하면서 동독에다 마구 돈을 퍼부었다. 해마다 서독 국민 총생산액의 4% 이상을 동독에 쏟아 부었으며, 그곳의 연금 제도와 복지 기금 및 각종 인프라 구축에도 아낌없이 돈을 지불했다. 그렇게 하자 이번에는 서독 경제가 먹구름으로 뒤덮이게 되었다.

동독의 번영을 위하여

15년 전 동서독이 합쳐졌을 때 동독을 서독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데 소요될 금액은 약 $ 1조5,000억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지난 15년 동안 들어간 돈만 해도 그 액수보다 많다. 그 덕택에 동독은 년 평균 5.5%의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지만 동독의 경제 수준이 워낙 낮았기 때문에 그 숫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그러나 실업자의 수는 계속 늘어났고, 노동자들은 대거 서독으로 이주했다. 그 결과 15년 전에 1,670만 명이던 동독 인구가 지금은 1,53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단순 수치만으로도 약 140만 명이 서독으로 이주한 셈인데, 이들은 대부분 고등 교육을 이수한 유능한 젊은 노동자들이다.

결국 동독 지역은 “빈 지대”로 변해 버렸다. 동독의 대표적 공업 도시인 할레(Halle)만 해도 통일 전에는 315,000명이 거주했으나 지금 남아 있는 주민은 채 5분의 1도 안 된다. 그래도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근 2,000여개의 외국인 기업체가 동독 지역에 투자했는데, 여기에는 BMW, 제너럴 모터스를 비롯하여 AMD와 Motorola 같은 외국 기업체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상한 흐름

동독에서는 지금 정치적으로 이상한 흐름이 번져가고 있다. 사민당(SPD)이나 기민당(CDU)에 대한 지지도가 떨어지는 대신 다시 좌파로 기울어지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시장 경제는 우리의 긴박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 --거대 기업체들은 사회적 책임보다는 그들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다!”는 동독 예나(Jena) 지역 어느 30대의 주장은 이를 말해 준다.

독일의 시사 잡지 슈피겔(Der Spiegel)은 동독 주민의 73%가 “자본주의에 대한 맑스의 비판이 옳았다고 믿는다.”고 보도했다. 옛 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PDS(Party of Democratic Socialism)가 이 지역에서 30% 이상의 지지를 받는 것도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고 있다. 동독 거주민들은 하나의 독일로 통합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독에 대한 상대적 가치 박탈감에 쌓여 있다. “동독에 새 인프라만 구축하면 다 잘 될 것이라고 믿었던 서독 지도자들의 단견”은 결국 동서독 사이의 분열 의식만 심어준 셈이다.

통일은 돈만으로 이룩되는 것이 아니다. 단순하게 경제적 지원에만 매달리는 통일론자들의 허상이 결국에는 민족 의식마저 무너뜨리게 된다는 것을 독일 통일 15년이 말해 주는 것만 같다.<한림대 특임교수,학술원회원>
      
굿소사이어티
덧글쓰기 | 전체글 0개가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0/1200 bytes  
 
262 내 아버지는 올드 라이트 -정길홍  진덕규 05-11-15 2504
261 프랑스에서 타오르는 불은?  진덕규 05-11-14 2415
260 길은 가운데 있다  김영희 05-11-11 2384
259 풍화작용  정진홍 05-11-10 2499
258 세 가지 과일  신봉승 05-11-10 2621
257 24일 '유엔의 날'… 유엔한국협회 박수길 회장 인터뷰  박수길 05-11-09 2702
256 독일 경제는 회복될 것인가?  진덕규 05-11-10 2755
255 남북강원도 민속문화축전 참관기  유재천 05-11-10 2922
254 중국 경제의 급성장이 가져온 그림자  진덕규 05-11-10 2664
253 문제의 뿌리  김병주 05-11-10 2552
515253545556575859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