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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례의 계절입니다. 폐백 때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왜 대추와 밤을 던져주는지 아십니까. 초당은 이 글에서 그 심오한 뜻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회람에 올립니다.<관리자>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는 그 나라의 전통과 풍습에 따라 결혼식을 올립니다. 결혼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신성하고 엄숙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근자 우리나라의 결혼식(예식장에서 하는 경우)은 15분 정도에서 끝나버리는 형식적인 행사가 되었고, 그 내용도 격조는커녕 장난 끼 넘치는 이벤트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결혼식이 끝날 때가 되면 신랑은 하객을 향하여 “나는 봉을 잡았다!”라고 소리치게 하는 경우는 다반사가 되었고, 심지어 만세삼창을 큰 소리로 외치게 하기도 합니다. 결혼식의 격조가 이런 식으로 무너진다면 식을 올린 지 2년 이내의 이혼율이 30%가 넘는 것은 당연하지를 않겠습니까.
우리나라의 결혼식에서 폐백(幣帛)이라는 대단히 각별한 의식이 살아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물론 폐백은 신부가 시댁의 어른께 공식적인 인사를 올리는 자립니다. 요즘은 결혼식 전에 시댁 부모님들과 서로 알고 지냅니다만, 예전에는 폐백이 공식적인 첫 만남이 됩니다. 이 때 시어머님은 사랑하는 며느리에게 대추와 밤을 던져줍니다. 왜 하필이면 주글주글 시든 대추일까요. 왜 하필이면 하얗게 껍질을 벗긴 생율(生栗)일까요. 여기에는 중요한 의미와 법도가 담겨 있습니다만, 요즘은 그걸 알고 던져주는 시어머니도 없고, 알고 받는 며느리도 없습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딱하기 한량없는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추는 한 번 꽃이 피면 반드시 열매를 맺습니다. 무의미하게 꽃만 피었다가 낙화하는 법이 없다는 뜻이지요. 가을이 되어 대추나무 밑을 지나가게 되면 얼마나 많은 대추가 달려 있는가를 쉽게 볼 수가 있습니다. 대추나무는 한 번 꽃을 피우면 열매를 맺지 않고서는 떨어지게 하지를 않습니다. 자식을 얻는 일에 실패하지 말라는 심오한 가르침이 아니겠습니까.
밤은 또 어떻습니다. 아름드리 밤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한 개의 밤이 싹을 틔워야 합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지만 싹을 틔운 밤은 나무가 자라서 아름드리가 되어도 썩질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며느리에게 밤을 던져주는 것은 근본이 변치 않는 법통을 지키라는 뜻이 됩니다.
얼마나 뜻 깊고 아름다운 교훈입니까. 백 가지, 천 가지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을 실물을 보여주면서 가르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요즘 시어머니나 며느리들은 그런 심오한 뜻이 담겨 있는 줄을 모릅니다. 그런 사람들이니까 던지기 좋고 보기가 좋은 방울도마토를 던지면 더 좋을 것을…, 하는 등의 엉뚱하고 터무니없는 망상을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폐백을 올리는 것으로 시댁어른들의 진솔한 당부를 받은 젊은 며느리들은 살아가는 법도를 익히면서 동시에 시댁살림을 익혀가게 됩니다. 살아가는 법도란 특별히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치아가 부실한 시부모님께 값비싼 불 갈비를 구어 올리는 것은 절대로 효도가 될 수 없습니다. 섬겨야 하는 어른들의 기호를 살필 줄 아는 것은 바른 삶의 근본입니다. 요즘같이 결혼과 동시에 따로 사는 젊은이 들이 이런 이치를 알 까닭이 없겠지요. 결국 그런 무지가 사회생활에서도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에 유념하여야 할 줄로 압니다.
제사를 올리게 되면 폐백 때 받았던 대추와 밤과 함께 감을 제사상에 올리게 됩니다. 조棗(대추), 율栗(밤), 시枾(감)를 삼과三果라고 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감 씨가 싹을 틔워서 나무가 되면 그건 감나무가 아니라 고욤나무일 뿐입니다. 품질이 좋은 감 나뭇가지를 고욤나무에 접을 붙이지 않고서는 감을 수확할 수가 없습니다. 감나무 가지를 접목하기 위해서는 고욤나무의 가지를 따개야 합니다. 껍질이 깨지는 아픔이 없이는 접목은 성공하지 못합니다. 이런 이치를 사람들에게 비유한다면 ‘끊임없는 개혁’이 될 줄로 압니다.
독자들이여. 옛일을 고리타분하다고 일축하는 것은 죄악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폐백에서 제사에 이르는 세 가지 과일에 담겨진 속 깊은 가르침을 함부로 버려서는 우리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가 없습니다.
21세기를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라고 합니다. 글로벌리제이션이라는 말은 세계가 똑 같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여러 나라마다의 전통과 풍속을 크게 아우르면서 보다 넓고 보편화 된 새로운 문화권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셔야 됩니다.<극작가,예술원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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