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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 대연정의 출범과 메르켈 수상의 등장
진덕규   |  2005-11-21 01:22:32  |  조회 2385 인쇄하기
독일에서 3대 정당 지도자들이 “대연정(grand coalition)”에 합의한 후 기독교민주당(CDU)의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과 기독교사회연합(CSU)의 에드문트 스퇴베(Edmund Stoiber) 그리고 사회민주당(SPD)의 마티아스 플라제크(Matthias Platzeck)가 그 문건에 서명했다.
이 협약으로 보수적인 CDU의 지도자 앙겔라 메르켈은 다음 주 화요일에 독일 의회에서 수상으로 선출되어 최초의 여자 수상이 될 것이다. 이 협약을 위해 지난 몇 주 동안 3당 지도자 사이에서는 열띈 협의가 이루어졌다. 이번 “대연정”은 지난 9월 총선의 결과물이다.
그 선거에서 CDU와 CSU의 연합 세력은 226석을, 집권당인 SPD는 222석을, 자유민주당(FDP)은 61석을, 좌파는 54석을 그리고 녹색당은 51석을 얻었다. 독일의 양대 정당으로 서로 경쟁 관계에 있었던 CDU와 SPD가 함께 참여하여 공동 정권을 창출하기로 합의한 이번 “대연정”이야말로 독일 정치의 또 다른 새로움이라고 할 수 있다.


협약을 맺기까지
이 협약에 서명한 뒤 메르켈은 CDU 의원 총희에서 “글로벌 시대를 맞아 [사회적 시장 경제, social market economy]라는 새로운 체제로 강한 국가를 재건할 것”이라면서 당원들의 협력을 당부했다. 이번 선거에서 패하고 대연정을 통해 가까스로 공동 정권을 창출하게 된 SPD는 수상에서 물러나 정계를 은퇴하는 슈뢰더(Gehard Schroeder)를 뜨거운 박수로 환송해 주었다.
슈뢰더는 고별사에서 SPD의 “대연정”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대연정으로 우리 당의 이념과 정책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SPD는 메르켈에 의해 제안된 신임 각료의 명단도 승인했다. 한편, 대연정에 참여한 CSU는 당 지도자인 에드문트 스퇴베를 비판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이 모든 것을 승인했다. 따라서 11월 22일에 의회에서 인준을 받으면 독일에서는 드디어 대연정이 정식으로 출범하게 된다. 1960년대 이후 독일의 양대 정당 사이에서 “대연정”이라는 최초의 정치적 상황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협약의 주요 내용
이번 대연정으로 출범하게 될 새 정부는 앞으로 4년간 일하게 된다. CDU 측에서는 메르켈이 수상직을 맡았기 때문에 각료직은 8개만 맡았고, 중요 정책도 상당 부분 양보할 수 밖에 없었으며, 그동안 주장해 왔던 획기적인 경제 개혁 정책도 뒤로 미루어야 했다. 그 대신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SPD는 지금까지 그들이 추진해 왔던 대부분의 정책을 그대로 지속할 수 있게 되었으며, 외무, 재무, 노동 등 8개 핵심 부처의 각료직을 맡았다. 또 CSU는 국방 등 6개의 각료직을 차지했다.
이번 협약의 주요 내용 중에는 2007년까지 재정 적자를 3%이하로 줄이고, VAT를 3% 인상하는 등 과세율을 높이고, 현재 65세인 퇴직 연령을 67세로 올리는 등 연금 제도에 대한 개혁 방안과 연방 정부의 경찰권 강화 등이 포함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CDU는 그들의 개혁적인 경제 정책을 양보했고, 사민당은 외교 정책을 양보한 셈이다. 그동안 CDU가 주장해 온 감세 정책 대신 고소득자에게는 오히려 3%를 더 징세하기로 했으나 각 사업장에서 요구하는 노-사간의 자율적인 임금 협상에 대한 주장은 실현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독일 경제계에서는 이 협약은 “독일 경제를 후진시키는 괴문서”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국제 관계에서는 반미주의를 청산하고, NATO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러시아의 민주화를 지원하고, 터키의 EU 가입을 지지하기로 하는 등 보수 우파적인 외교 정책으로 선회하기로 약속했다.


독일 정치의 또 다른 실험
이번 “대연정”은 독일적인 결실인데. 그 밑바탕에는 적어도 3가지 요소가 뿌리내려져 있다. 첫째, 상위 개념으로서의 국가와 헌법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이다. 정당은 정치 발전을 추구하는 도구임을 보여주었다. 둘째, 정치의 바탕은 약속과 신뢰라는 것을 확인시켰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불문율이 정치의 전통임을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정치에 대한 국민의 철저한 비판 의식이다. 지지 정당이나 정치가가 잘못했을 때에는 가차없이 비판하는 국민의 비판 의지가 자리잡고 있다.
헌법을 불신하고, 과거사를 비판하는 데 치중하면서 거짓말을 밥 먹듯이 내뱉는 데 익숙한 정치인들이 활개치는 나라에서는, 게다가 국민들은 출신 지역에 따라 편 가르기로 나뉘어져 자기 지역 정치인에게는 무조건 몰표를 안겨 주는 정치 사회에서는 대연정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독일이 “대연정”을 할 만큼 국가의 존재성과 정치적 신뢰 그리고 국민적 판단력을 지녔는지는 앞으로 좀 더 지켜보아야 되겠지만 그래도 “대연정”이 독일에게는 또 다른 정치 발전을 위한 시도인 게 분명한 것 같다.-www.srips.org에서
<한림대 한림과학원 특임교수, 학술원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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