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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에 샤란스키 그림자
김영희   |  2005-10-14 10:23:09  |  조회 2097 인쇄하기
나탄 샤란스키가 오늘 출범하는 조지 W 부시 2기 정부의 간판 스타로 등장한 것은 유감이다. 샤란스키는 거의 부시의 정신적인 스승 대접을 받는다. 그의 저서 '민주주의론'은 적어도 오늘 현재는 부시가 성경 다음으로 탐독하는 책일 것이다. 부통령 딕 체니가 샤란스키에게 심취했고 네오콘(신보수파)들이 그의 테러 해결방법에 공감했다. 그리고 신임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는 '민주주의론'의 부제(副題) '폭정과 테러를 극복하는 자유의 힘'에서 폭정을 빌려와 폭정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 "민주주의로 폭정.테러 이기자"

샤란스키가 누구인가. 유대인인 그는 레이건이 '악의 제국'으로 규정한 소련의 반체제 투사였다. 브레즈네프 정권은 당연히 그를 체포했다. 그가 감옥에 있는 동안 레이건 정부의 네오콘은 소련을 '별들의 전쟁(Star Wars)'을 포함한 천문학적인 예산이 드는 군비경쟁에 끌어들여 붕괴의 벼랑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샤란스키는 미국의 유대계를 포함한 전 세계 인권단체들이 고르바초프 정부에 압력을 넣은 결과 1986년 소련을 떠나 이스라엘로 이주하여 몇 번째 장관을 지내고 있다.

민주주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중동에 민주주의를 확산시켜 이슬람 테러를 소탕하자는 그의 제안은 부시와 체니와 네오콘의 마음을 흔들었다. 중동을 민주화시켜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동으로 경영하는 세력권(콘도미니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네오콘이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숨은 목적의 하나였다.

*** 북한, 라이스의 말 음미해 봐야

2002년 샤란스키에게 설득당한 부시는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의 척박한 땅에 자유의 꽃을 피우자는 연설을 하고, 그때까지의 중동정책을 뒤집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의 선행조건은 팔레스타인 민주화라고 주장했다. 현실주의자들이 민주주의는 국내정치가 진화한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어서 외부에서 강요할 수는 없다고 아무리 떠들어도 샤란스키에게 세뇌당한 부시는 테러와 폭정에 대한 최고의 해독제는 민주주의라고 믿는다. 그런 민주주의의 힘은 미국의 총구(銃口)에서 나온다는 샤란스키의 숨은 확신을 부시가 알기나 하는지. 샤란스키의 그림자를 걷어내지 않는 한 중동평화는 바랄 수 없다.

라이스가 북한을 포함한 여섯 나라를 폭정의 전초기지로 낙인찍은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라이스의 발언에는 네오콘 냄새가 많이 난다. 그리고 벨로루시를 넣고 우즈베키스탄을 뺀 것은 그녀 말의 도덕적 무게를 떨어뜨린다. 우즈베키스탄은 파키스탄과 함께 폭정에 들 자격을 갖춘 나라이지만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과 테러와의 장기전에 협력을 필요로 하는 나라들이다.

라이스는 외교와 대화를 강조했다. 부시 1기 정부의 일방주의 외교를 수정하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폭정의 전초기지에 대한 군사적인 행동은 배제했다. 그것은 2002년 악의 축 발언 이후 미국과 세계를 위협하는 국가에 대한 선제공격도 불사(不辭)한다는 부시 독트린과 다른 점이다. 그렇다면 폭정의 전초기지를 제거하는 수단으로 남는 것은 무엇인가. 군사행동을 제외한 외교.경제적 압박일 것이다.
2002년 부시의 악의 축 발언에 북한은 제2의 핵위기로 대응했다. 라이스 발언에 대한 북한의 반응에 다자간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의 장래가 달렸다. 북핵에 관한 한 라이스의 말은 대화를 통한 핵문제 해결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을 6자회담에 다시 끌어내려는 민감한 시기에, 북한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독한 발언은 하지 않은 것만 못하지만 부시 정부에 북한을 악의 집단으로 보는 정서가 남아 있고, 부시와 라이스를 감동시킨 샤란스키의 폭정 제거 수단이 민주주의라는 것이니 어쩌겠는가.

라이스는 부시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체니 부통령의 간섭에서도 자유로워 아이젠하워 정부의 덜레스, 닉슨 정부의 키신저 못지않은 강력한 국무장관이 될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북한은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싶은 유혹을 누르고 라이스의 발언을 거시적으로 음미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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