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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주둔 미군, 내년에 철수 시작될 것"
김영희   |  2005-12-05 05:05:02  |  조회 2446 인쇄하기
미국의 이라크 점령의 종말이 시작되는가. 이라크 주둔 미군의 감축이나 전면 철수가 임박했는가. 미 의회 일각에서는 미국의 '이라크에서 손떼기' 일정이 흘러나오고 부시 대통령은 '완전한 승리 없는 이라크 철수는 있을 수 없다'는 결의를 다지는 연설을 했다. 한국의 이라크 파병과 직결된 이 문제에 권위 있는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전 국무부 부장관을 역임한 스트로브 탤벗(59) 브루킹스 연구소 소장이다. 중앙일보와 브루킹스 연구소, 서울국제포럼, 한.미협회가 공동 주최한 '한.미 안보세미나'가 열린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가 그를 만났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해군사관학교 연설에서 "미국은 이라크에서 완전한 승리 외에는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같은 날 백악관은 이라크 전략보고서라는 것도 공개하고요. 그러나 지금 워싱턴에서는 미군 감축론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어요. 부시 정부가 16만 명의 미군을 이라크에 유지할 수 있을까요.

"뉴욕 타임스는 부시 연설을 듣고 '부시, 또 철군 시간표 거부'라는 제목을 뽑았습니다. 미국 언론은 핵심을 놓치고 있어요. 문제의 핵심은 부시 연설보다 백악관이 발표한 35쪽짜리 이라크 전략에 담겨 있습니다. 부시는 린든 존슨 대통령의 베트남 탈출 전략을 따라하고 있어요. 1960년대 존슨 대통령은 베트남전의 수렁에 빠져 지지도가 곤두박질치자 참모들에게 아이디어를 구했지요. 참모들은 존슨에게 '이기고 빠지자(Win and get out)'라고 조언했습니다. 이라크 사태와 백악관 참모들의 스캔들로 지지율이 40% 이하로 떨어진 부시도 존슨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어요. 미국인들은 정서적으로 '중도 포기'나 '실패'같은 단어를 싫어합니다. 게다가 부시와 공화당은 11개월 뒤 의회선거를 치러야 해요. 부시로서는 '이라크 전략이 실패했다. 철수하겠다'고 하는 것보다 '지금까지 잘 해왔다. 좀 더 열심히 해서 승리를 거두자'고 말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현명한 셈이죠. 미군 철수는 내년에 시작될 겁니다. 물론 미군이 모두 철수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요."

-이라크에 자이툰부대 3600명을 파병한 한국은 최근 병력을 1000명 감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만일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를 시작하면 한국을 비롯한 다른 파병국들 사이에도 철군 연쇄반응이 일어날 텐데, 그럴 경우 이라크가 다시 혼란에 빠지지 않을까요.

"한국 하기 나름이라고 봅니다. 노무현 정부가 이 문제를 한.미 동맹관계, 미 국내 정치와 이라크 상황 등을 충분히 감안해 외교적으로 매끄럽게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용산 미군사령부 후방 이전과 관련해 한.미 간에 다소 불협화음이 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불협화음이 자이툰부대 철수를 둘러싸고 불거져서는 안 됩니다. 한국은 한국군의 이라크 철군 뉴스가 한.미 간에 긍정적인 맥락에서 다뤄지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봐요.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을 상대로 이 문제를 기습적으로 처리해서는 안 됩니다."

-이라크 사회는 시아파.수니파.쿠르드로 분열돼 있습니다. 과연 이라크가 미국이 희망하는 대로 세속적인 민주국가를 건설할 수 있을까요.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를 이라크(Iraq)라고 단수로 호칭하는데 그건 이라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예요. 이라크는 복수 취급을 해야 합니다. 이라크는 시아.수니.쿠르드로 구성된 한 지붕 세 가족 사회예요. 특히 수니파는 소수파이긴 하지만 후세인 시절을 포함해 지난 수십 년간 이라크를 지배했어요. 수니파가 주도권을 놓으려 하지 않을 겁니다. 그들을 민주국가로 통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아주 느슨한 형태의 연방국가를 수립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봐요."

-아태경제협력체(APEC) 참석차 아시아 순방에 나선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일본 교토(京都)에서 주요 연설을 했습니다. 연설문을 읽어 보니 자유(freedom.free.liberty)라는 말을 79번이나 했더군요. 베이징(北京)에 가서는 교회의 일요예배로 첫 공식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부시 대통령만 자유.민주주의.인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닙니다. 200년간 미국의 모든 대통령이 한결같이 십자군 대통령을 자처했어요. 심지어 건국의 아버지인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미국을 '자유의 제국(Empire of liberty)'이라고 부르기도 했어요. 목사 아들이었던 우드로 윌슨을 비롯해 18~20세기 미국의 모든 대통령이 입에 '하나님(God)'이라는 단어를 달고 다녔어요. 외관상 세속정치처럼 보이는 미국 정치도 그 표면을 살짝 긁어내면 그 밑에 '전 인류를 구원해야 한다'는 기독교 특유의 종교관이 흐르고 있다는 얘기지요. 부시 대통령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한 것은 사실이에요."

-자유와 민주주의 선교사를 자처하는 부시는 북한과 중국을 겨냥해 인권을 개선하라, 자유를 신장하라는 메시지를 띄운 겁니까.

"아마도 그럴 겁니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인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이 부시 행정부를 떠나 세계은행 총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미국 언론이 '어둠의 왕자'라고 부른 네오콘 리처드 펄도 물러났습니다. 딕 체니 부통령의 비서실장 루이스 리비는 리크게이트에 휘말려 기소된 상태입니다. 이런 일련의 사태는 워싱턴에서 네오콘의 퇴장 내지는 영향력 약화를 의미합니까.

"네오콘이 쇠퇴기에 들어선 것은 틀림없어요. 왜냐하면 이라크 공격은 네오콘의 작품인데 지금 그들의 이라크 전략.정책과 패러다임이 하나도 먹혀들지 않는 상황이에요. 부시 대통령 입장에서도 네오콘은 이제 별 효용가치가 없어진 셈이지요. 그래서 공화당과 네오콘 사이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네오콘의 대변지인 위클리 스탠더드가 최근 부시 행정부를 자주 비판하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북한, 제2 이라크 안 되려 핵 개발 나선 듯"

-국무부 정책실장 출신으로 지금은 외교평의회(CFR) 회장인 리처드 하스는 '기회'라는 책에서 '후세인의 이라크는 핵무기를 갖지 않았기 때문에 10년간 두 차례나 미국의 침공을 받았다'고 지적합니다. 만일 북한이 후세인의 운명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핵개발을 오히려 서두를 가능성은 없습니까.

"미국은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확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다만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할 미사일 등 운반수단을 아직 개발하지 못한 상태라고 봅니다. 북한 핵문제는 상당히 아이로니컬한 측면이 있어요. 부시가 2001년 이라크를 공격하면서 북한 같은 불량 국가에 던진 메시지는 '핵개발을 할 경우 제2의 이라크가 될 수 있다'는 경고였어요. 그러나 김정일이 이라크 사태에서 읽은 것은 '제2의 후세인이 되지 않으려면 빨리 핵을 개발해야겠다'는 180도 다른 교훈이었죠."

-1998년 인도가 핵실험을 하자 미국은 인도에 대해 경제제재를 취했는데 올해 부시 대통령은 인도와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으면서 슬그머니 제재를 풀었습니다. 북한도 제2의 인도가 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인도에 대한 미국의 접근을 보면서 가장 걱정되는 대목이 바로 그 문제입니다. 인도의 핵문제는 북한에 아주 나쁜 선례가 될 수 있어요. 왜냐하면 북한으로서는 '몇 년 버티면 미국도 결국 우리를 핵 국가로 인정할 것'이라고 오판할 가능성이 있거든요. 이분법을 좋아하는 부시 대통령은 전 세계 국가를 '좋은 국가'와 '나쁜 국가'로 분류해 좋은 국가가 저지르는 나쁜 행위를 눈감아 주는 경향이 있어요. 부시의 이런 이중잣대는 나중에 큰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습니다."


"라이스는 역대 가장 강력한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이념적 좌표는 어디입니까.

"개인적으로 80년대부터 라이스와 잘 아는 사이인데, 그는 현실주의적 국제주의자죠. 같은 현실주의자지만 헨리 키신저보다는 국제정치학의 현실주의 학파 거두인 한스 모겐스(1904~80)에 가깝죠. 아주 지적인 여성이에요. 또 라이스가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무장관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전임자인 콜린 파월은 미국 사회에서 존경받는 인물이었지만 국무장관으로서는 별로 힘이 없었습니다. 특히 라이스를 칭찬해 주고 싶은 것은 그의 인사정책이에요. 니컬러스 번스를 국무부 정무차관으로, 크리스토퍼 힐을 동아태 차관보로 임명한 것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라고 봐요. 나는 발칸사태 때 힐 차관보와 함께 일을 해 봤는데 그만큼 창의적이고 노련한 데다 유머감각까지 갖춘 인물을 본 적이 없습니다. 한반도 문제에 밝은 힐이 동아태 차관보로 있는 것은 한.미 동맹은 물론 한국으로서도 커다란 외교적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최원기 기자


*** 스트로브 탤벗은 누구인가

시사 주간지'타임'에 21년간 몸담은 칼럼니스트 출신 외교관으로 냉전 종식 후 미국의 러시아 정책을 설계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영국 옥스퍼드대에 유학할 당시 룸메이트다. 타임의 해외특파원 시절 외교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안목을 인정받아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특별자문관(1993~94).부장관(94~2001)으로 발탁돼 미국의 러시아.인도 정책을 총괄했다. 70년 '흐루시초프 회고록'을 펴낸 것을 비롯해 아홉 권의 외교.군축 분야 책을 저술했다. -중앙일보 12월4일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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