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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사건의 희생양을 찾는가
김영희   |  2005-10-14 10:24:09  |  조회 2096 인쇄하기
서해사건이 필요 이상으로 확대되고 사건처리가 문제의 핵심을 크게 벗어났다. 이 사건의 본질은 무엇인가. 하나는 우리 해군이 바다 위 남북 경계선을 침범한 북한 해군함정을 교전수칙 대로, 그리고 남북한이 우발적 충돌을 방지할 목적으로 가동시킨 핫라인을 활용해 제대로 퇴각시켰는가요, 둘은 처음부터 끝까지의 작전상황이 지휘라인을 따라 지체없이 상부에 보고되었는가다. 작전은 잘 했는데 보고에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이 재조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는 사이에 사건이 엉뚱한 데로 흘러갔다. 군인들이 노무현 정부의 대북 평화정책에 불만을 갖고 일부러 사보타주 한 게 아니냐는 쪽으로 의혹이 튀었다. 여당의 어떤 국회의원은 어이없게도 별 하나와 둘짜리 장군들의 군사정권적인 체질까지 거론했다. 남북 함정 간의 교신내용이 언론에 유출된 것을 가지고 대통령에 대한 군의 조직적 저항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했다.

남북한 군사당국 간의 핫라인 가동 합의는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막는 데 필요한 중요한 진전이었다. 그런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금강산과 개성공단, 철도.육로 개통으로 상징되는 남북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부시 정부의 북한에 대한 태도가 부드러워지고, 고이즈미(小泉) 총리의 방북으로 북.일관계에 진전이 있었던 것과도 관계가 있다. 그런 핫라인을 잘못 이용했거나 제대로 이용하고도 보고에서 빠뜨렸다면 그 진상은 밝혀야 한다.

그러나 진상조사가 진행되는 한편에서 군의 대북 자세를 의심하고, 심지어는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부정하려는 것이라는 음모론적 의혹까지 제기되면 군은 사기가 떨어져 자칫 기능부전에 빠질 수도 있다. 의심은 주관적인 것이다. 특히 권력을 쥔 쪽에서 의심을 하면 의심받는 쪽은 속수무책이다.

이런 사건의 처리는 남북관계와 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 전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래서 사건처리는 가급적 확대지향이 아니라 축소지향으로, 그리고 냉철하고 실증적으로 해야 한다. 군사적인 긴장완화에 진전이 없으면 남북관계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 서해사건으로 장성급 회담이 예정대로 열리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부시 대통령 재선 전략의 일환으로 북한이 희망하는 핵의 포괄적 해결방안에 접근해 오고 있다. 북.일관계도 국교 정상화의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이 보인다. 북한이 회심의 미소로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 스스로 서해사건을 증폭시켜 청와대와 여야당과 군과 언론이 감정적인 말의 소모전을 계속하는 것은 이런 국제적인 환경변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어떤 시스템이든 처음부터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남북한 함정 간의 핫라인 시스템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개선하고 보완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서해사건 처리가 바람직스럽지 못한 방향으로 튄 결과 정작 심각하게 검토할 부분이 그냥 넘어가고 있다. 그것은 북한이 왜 북방한계선(NLL)을 계속 침범하는가다. 남북 화해에 대한 북한 군부의 저항인가, 김정일 위원장의 이중 플레이인가. 쌀이 북으로 가고, 육로로 금강산 가는 길이 열리고, 개성공단 입주가 눈 앞에 박두한 시기다. 장관급 회담과 장성급 회담도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왜 잇따른 NLL 침범이란 말인가. 우리는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져 북한의 재발 방지 약속은 고사하고 납득할 만한 해명 하나 듣지 못했다.

*** 청와대.여당 반응 너무 가벼워

남북관계가 숲이라면 서해사건은 한 그루의 나무다. 숲을 보면서 나무를 가꾸든지 자르든지 하라. 청와대와 정치판은 사태의 진행에 대한 반작용이 너무 가볍고 즉각적이다. 청와대 국방보좌관이 일부 언론보도를 국론과 국군을 분열시키고 국군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독하는 것이라고 공격한 것이 단세포적 반응의 전형이다. 또 언론 탓인가. 언론에서 희생양을 찾자는 것인가. 국민의 의식 수준을 크게 얕잡아 보지 않는다면 그런 폭언은 못할 것이다. 경제 불안, 김선일씨 참수사건, 수도이전 논쟁 등으로 모두의 신경이 날카롭다. 사건처리에서 문제는 줄이고 말은 아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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