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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이 경제 개혁을 단행한 지 벌써 20년이 지났다. 국부(國父) 호치민(Ho Chi Minh)이 염원했던 자주 독립과 경제 번영을 이룩하려 했던 그 베트남이 이제 WTO 참여를 모색하고 있으며, 자본주의를 비난했던 이전의 태도에서 벗어나 자본주의를 포용하는 새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리제이션도, 외국 투자도 받아야 하는 “일대 전환”을 꾀하고 있다.
베트남의 계획대로라면 베트남은 홍콩의 WTO 각료 회의를 계기로 하여 2006년 중반까지는 WTO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미 오래 전에 베트남은 미국, 오스트렐리아 등 서방 국가와도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 베트남의 WTO 참여는 1986년 이래 그들이 추구해 온 개혁 정책, 즉 [도이 모이,doi moi] 의 결실이며, 중앙집권적 계획 경제로부터 시장 경제로의 전환을 모색하면서 무역 자유화와 해외 자본을 유치해온 결과이기도 하다.
역사적 경험을 통하여
작년 한 해만 해도 무역액이 $300억을 넘었다. 1988년부터 행해진 대외 무역고를 기준으로 하면 무려 30배나 증가한 셈이다. 미국도 베트남에 대한 무역 제제를 2000년 무역 협정을 체결하면서 해제했다. 지금 미국은 베트남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인데, 베트남의 주요 수출품으로는 섬유, 해산물, 신발, 목제 등으로 되어 있다.
한때 그들은 자본주의 국가와의 교역은 제국주의를 불러오며, 외국 자본의 투자와 교역은 식민지로의 전락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식민지를 경험한 동남아에서는 자본주의적 경제 성장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사회주의만이 유일한 선택이라고 확신해 왔다. 그러나 미군을 몰아내고 사회주의를 이룩했는데도 경제적 번영은 이룩할 수 없었으며, 그들에게는 늘 빈곤만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처럼 지난날의 고달픈 역사 자체가 그들에게 새로운 전환을 강요하게 되었다. 그런 그들에게 남겨졌던 유일한 선택은 오직 시장 경제로의 전환 뿐이었다.
베트남의 대선회
베트남은 한국, 타이완, 홍콩, 싱가포르 등 이른바 동아시아의 “4마리 작은 용”의 기적적인 경제 성장에 경탄해왔다. 동아시아 경제 성장의 제2급 국가인 태국과 말레이시아의 성장도 경이로웠지만 그들에게 가장 큰 놀라움은 중국의 대선회였다. 덩샤오핑의 자본주의적 경제 정책은 “사회주의 시장 경제(socialist market system)”가 베트남과도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물론 베트남의 공산당 관료와 군부 지도자들 일부는 사적 소유의 경제 체제는 공산당을 약화시킬 것이라면서 반대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공산당의 통치를 유지하면서도 시장 경제 체제를 이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중국으로부터 배울 수 있었다. “사회주의 시장 경제”가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번영을 동시에 이룩해 준다는 믿음을 그들도 갖게 되었다. 이를 위해 국가 경제에서 사적 영역의 기여와 그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사기업을 권장하기 위한 법적 조치도 만들어졌다. 물론 초기에는 공산당 고위 간부들, 가령 판 반 카이(Phan Van Khai) 수상조차도 “사기업체는 단지 소규모 가족 단위의 자영업체만을 의미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대세는 시장 체제로의 대전환으로 굳어지고 있었다.
베트남이 말해 주는 것은
베트남 경제의 핵심부는 여전히 국가 영역으로 되어 있다. 그렇지만 각종 보조금이나 정부의 특혜를 받는 공기업 체제만으로는 경제적인 실적을 이룩할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정부가 앞장서서 시장 체제로 달려가고 있다. 그 결과 베트남은 년 평균 7% 이상의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룩하고 있다. 호치민 시로 알려진 사이공은 동남아에서 가장 활기있는 도시가 되었다. 해외 수출도 급증했으며, 자동차와 전기 제품에 대한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의 성장세라면 베트남은 한국이 이룩한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으로 예측된다. 값싼 임금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외국 투자가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어려움은 있다. 급속한 성장 속에는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갈등”과 관리들과 기업인의 유착에 빚어지는 부패도 만연하고 있다. 그 속에서도 베트남 경제는 달리고 있다. 이데올로기의 도그마를 던져버리고 족벌주의의 폭군을 타도해야 경제 성장이 이룩될 수 있음을 베트남은 가르쳐 주고 있다. 경직된 폭군 체제로는 그 어떤 방책도 억압과 빈곤을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지금 베트남이 말해 주고 있다.-SRIPS.ORG에서
<한림대 한림과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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