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가지 키 컨셉
뉴욕의 어느 싱크 탱크(Think Tank)에서 세계적인 국제정치학자들에게 2006년의 국제 사회에 대한 기대감을 털어 놓게 했다. 여기서 가장 많이 나온 것은 다음 4가지 키 컨셉(Key Concepts)이었다.
● 희망이 지배하는 세상
● 평화로운 세계
● 빈곤이 사라진 사회
● 자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시대
기대감에 의한 치유
이들 컨셉들을 보면 “왜 그것 뿐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수긍되는 면도 없지 않다. “희망이 지배하는 세상”이어야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갖을 수 있다. 사실 2005년은 지난 30여 년 동안 지녀왔던 희망이 사라져 버린 “가장 힘든 해”였다. 물론 그 이전에도 9.11테러라든가 이라크 전쟁 그리고 지난 여름에는 7.7 런던 테러가 발생하여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런가 하면 수마트라에서 루이지애나로 그리고 파키스탄으로 이어지면서 자연 재앙이 되풀이 되었다. 세계 곳곳에서 울리는 총성은 우리로 하여금 “평화로운 세계”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게 한다.
총성으로 자기네 집단의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행위는 반문명적이다. “빈곤이 사라진 사회”에 대한 기대는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쉽사리 납득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굶주림이기 때문이다. “자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시대” 역시 그동안 인간이 자연을 파괴해 온 탓에 이제는 자연이 인간에게 보복(?)하는 시대가 됨으로써 더 없이 중요해졌다.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
이처럼 중요한 기본 컨셉들도 그 실현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어느 면에서는 실현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이 시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할 수도 있으므로 그것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그것 때문에 당장의 고통도 이길 수 있고, 미래의 기대감으로 오늘의 고통도 치유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2006년 한국 사회의 기본 컨셉에 대해서도 한번 쯤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의 지난 한 해는 “정상적인 흑자 시대”가 아니었다. 그것은 비단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도 마찬가지였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우리는 지난 한 해를 완전 적자로 지냈다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그것이 남겨 준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서도 2006년에 대한 기대감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수많은 컨셉들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그 중 당장 긴요한 몇 가지를 고른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
● 연대를 기본으로 하는 인간 관계
● 자율이 근간이 되는 세상
● 발전이 중시되는 시대
혼자서라도 가야 할 길
“이성”은 광기의 감성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흥분해서 미칠 듯이 달리다가 곧장 주저앉는 것이야말로 감성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들뜬 광기의 감성이기 때문에 거기서 이성을 찾는다는 것은 무리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연대”를 기본으로 하는 인간 관계도 더 없이 소중하다. “집중”이나 “선택”, “배제” 같은 대결로는 정상적인 세상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독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함께 하려는 “연대 의식”을 가져야 한다. 또한 “자율”은 부당한 간섭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의 선택에 의한 자기 실현이기 때문에 스스로 감당하겠다는 의지를 실천하는 것은 자율의 기본이 된다. 마지막으로 “발전”은 현재의 고통과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생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성, 연대, 자율, 발전의 4가지 키 컨셉은 우리 사회의 지향 과제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이 모든 것을 당장 이룩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것은 지나친 기대일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을 자기 혼자만이라도 가야 할 방향으로 여기면서 묵묵히 실천하는 것은 누구라도 지금 당장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이 광기의 시대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SRIPS.ORG에서
<한림대 한림과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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