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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의 워싱턴 방문
지난 주 독일의 신임 수상 메르켈(Angela Merkel)이 워싱턴을 공식 방문했다. 그녀의 방문은 이전 독일 수상 슈뢰더(Gerhard Schroeder)와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슈뢰더는 스스로 반미주의자임을 내 걸었으며, 그 때문에 독일내의 지지표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는 부시에 대한 비판론자로, 부시의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 강하게 반대했다. 당시 미국과 독일의 관계는 전후의 오랜 맹방에서 벗어난 것 같았다.
그러나 이번에 워싱턴을 방문한 메르켈은 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지난 11월 독일 수상에 취임한 직후 공개적으로 미국과의 정상 관계의 복원을 공언했다. 어느 면에서는 미국-독일 사이에 새로운 밀월관계가 이루어 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돌 정도다. 구체적으로 작년에 슈뢰더가 워싱턴에 왔을 때는 백악관의 붉은 카펫도 밟지 못했지만 이번 메르켈은 백악관으로부터 "따뜻한“ 영접을 받고 있다.
관타나모의 문제
그러나 메르켈은 부시와 만나기 직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관타나모(Guantanamo) 문제”를 제기했다. 관타나모는 쿠바의 미 해병대 군사 기지로, 여기에서 지난 9.11 테러 범죄자와 그 혐의자 등 약 500명을 수감하고 있다. 이들은 전쟁 포로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혹한 처우를 받고 있다. 그 때문에 엠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와 같은 국제인권단체도 심한 비판을 가할 정도다. 이 문제를 이번에 메르켈이 제기했다. 그녀는 “관타나모는 장기적으로는 존속되어서는 안 될 곳”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테러범에 대한 조치와 구금은 관타나모의 방식에서 벗어나 인권이 보장되는 새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그녀는 지금 당장 관타나모 수용소의 폐지를 주장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주장이 독일 국내의 정치 상황, 즉 그녀가 슈뢰더의 사회민주당(SPD)과 연정체제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부시의 백악관도 메르켈의 이 주장이 독일 국내용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관타나모 문제의 제기가 달가울 수는 없었다. 워싱턴 당국자들은 관타나모의 수감자들에게 고문과 같은 인권침해를 부인하면서도 메르켈만은 유달리 따뜻하게 영접했었다.
미국-독일 관계 복원의 어려움
미국에 독일은 소중한 우방이다. 아프카니스탄과 알 카에다(Al Qaeda)의 문제에서, 나토(NATO)군과의 협력, EU와 UN에서의 협조를 위해서도 미국에 독일은 절대적이다. 독일도 미국과의 우호관계가 중요하다. 메르켈의 CDU-SPD 연정체제는 대외정책이 당장은 달라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다음 문제들은 새로운 협의가 필요하다. 테러 방지를 위한 예방 전쟁, EU의 터키 회원국 가입, UN 안전보장이사회의 개혁, 국제범죄재판소의 정당성,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교토 의정서 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독일의 여론은 미국-독일의 우호관계의 복원에 압도적일 정도로 부정적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이 국제사회의 안전과 민주주의의 옹호자라기보다는 위협적”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60%를 넘어섰으며, 단지 5%만이 미국의 세계 리더십에 기대를 걸고 있다. 독일 국민의 이러한 여론을 메르켈이 얼마나 돌려놓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며, 미국과의 우방관계의 재정립도 의문으로 남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독일과 미국의 관계 개선을 염원하는 메르켈의 위치를 강화시켜주기 위해서 미국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미국은 독일의 경제회복에도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 독일의 GDP는 지난해 0.9%, 실업률 11.9%라는 어려움에 놓여 있다. 독일의 경제회복을 위한 미국의 지원이 절실하다.
여기에다 국제사회에서 독일의 주도적인 위치도 인정해주어야 한다. 더 이상 미국 외교정책에 추종하는 독일이 아니라 그 나름의 자율성을 전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에 무조건 추종했던 콜(Helmut Kohl) 수상이나 아데나워(Konrad Adenauer) 수상 시대의 독일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미국은 독일에 대해 현실적이고도 실용적인 정책으로 임해야 한다. 그것은 독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 대한 정책이어야 하고, 이점에서 부시의 미국 헤게모니 관념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점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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