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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의 법과 현실
김형선   |  2006-02-01 08:42:54  |  조회 2557 인쇄하기
헌법 제12조제1항은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고 천명하고 있는 바, 신체의 자유는 우리 헌법의 궁극적 이념인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자유로서 모든 자유권적 기본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국민의 일반적·추상적 자유권으로서의 신체의 자유가 국가와의 관계에서 구체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국민이 형사사법 절차에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되었을 때이고 이에 헌법제12조제1항 후문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는 한편 제3항은 “(국가기관이)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구속 등 강제처분에 관하여 영장주의의 원칙을 선언함과 아울러 그 예외가 되는 경우를 명확하게 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제70조제1항은 법원은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는 때 또는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의 사유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고 다액 5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해당하는 경미한 사건에 관하여는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에만 구속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같은법제201조제1항은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구속하기 위하여 판사에게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요건으로서 위 제70조에 정한 구속사유를 요구하고 있고 한편 제2항은 구속영장의 청구에는 구속의 필요를 인정할 수 있는 자료, 즉 구속사유에 대한 소명을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법제199조제1항 단서는 “강제처분은 법률에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내에서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한편 형법제124조제1항은 “재판, 검찰, 경찰 기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가 그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국가기관의 자의적인 구속이나 불법구속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이와 같이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의하면 구속은 반드시 법관이 발부한 구속영장에 의하여야 하고 구속영장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피고인이나 피의자로서 그 혐의사실이 아무리 중하거나 비난 가능성이 크더라도 일정한 주거가 없다든지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염려가 있는 때가 아니면 발부할 수 없게 되어 있으므로 그 규정된 구속사유와 이를 인정할 수 있는 자료가 없으면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없는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기준에 의하여 이를 발부하고 구속하면 이는 위에서 본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위반한 구속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오늘날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의 현실이 과연 위와 같은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맞게 행하여지고 있는지 생각하여 보면 그것은 너무나 법과 현실이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현실적으로 구속영장 발부의 기준이 되는 것은 법이 규정하고 있는 구속사유와 이를 인정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고 혐의사실의 경중, 이에 대한 비난의 정도와 법관의 주관적 판단인 이른바 국민의 법감정이나 여론에 좌우 되는 것이 아닌지 우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것은 최근에 서울중앙법원의 인신구속위원회 판사들이 정하여 공개하였다는 구속영장 발부기준에서 엿볼 수 있는데 이는 과거부터 행하여 오던 구속영장의 발부 관행에 약간의 반성적 고려를 가미한 것으로 보여지는 바 위와 같은 영장 발부기준이 어떤 연유로 새삼스럽게 정하여지고 공개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무엇보다도 그것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구속사유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선 위와 같은 구속영장 발부 기준과 그 공개가 그 직전에 법무부장관이 어느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에 관하여 불구속 수사 지휘권의 행사와 그 후 이에 따른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역설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왜냐하면 구속영장의 발부나 그 청구 사유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형사소송법에 명정하고 있는 것인데 굳이 법무부장관이 이를 들고 나온 것은 그동안 검찰이나 법원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발부하는 기준을 법이 정한 바에 의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고 따라서 이 기회에 형사소송법이 정한 기준 즉 어떤 경우에 증거인멸 또는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볼 것인지 그 기준을 세부적으로 정하자는 취지로 본다면 이는 참으로 법원이 무안스러워 할 일이 아닌가 생각되기 때문이다. 법무부장관의 이러한 역설은 법원이 행하여야할 구속사유의 해당여부 및 이에 대한 자료의 유무에 관한 판단을 법원에 맡기기 어렵기 때문에, 즉 검사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를 발부하여 주기 때문에 구속영장 청구기준을 엄격히 정하여 불구속 원칙의 헌법정신을 검찰이 구현하지 않으면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다고 본 것일 수 있고 그렇다면 이는 법원이 하여야 할 일을 법무부장관이 거든 것이 되므로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일 법무부장관의 제언대로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기준을 정하여 그 기준에 따라 검사가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였다고 하고 법관은 그 기준에 따라 영장의 발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면 차라리 검사로 하여금 영장을 발부하게 하는 것이 간편하리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중앙법원의 인신구속위원회 판사들이 정하여 공개하였다는 구속영장 발부기준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실형기준의 원칙을 강화 한다는 점이다.
실형이냐 벌금 또는 집행유예냐 하는 것은 양형문제이고 그것은 형법제51조의 양형의 조건에 따라 정하여 지는 것으로서 어느 피고사건에 관하여 법원이 변론을 거쳐 심리를 마친 끝에 유무죄를 가리고 그 다음에 형을 선택하고 형량을 정하는 처벌의 문제이지 아직 혐의단계에 있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구속여부를 결정할 기준이 될 수 없는 것임이 명백하다. 우선 위와 같은 기준 설정은 헌법이 구별하고 있는 구속과 처벌을 혼동한 것으로서 이는 근본적으로 규문주의적 발상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본다.
구속은 혐의 사실에 대한 증거확보와 수사 또는 재판에 지장을 초래하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도망 등을 막기 위한 것이지 유죄의 증거있는 자에 대한 처벌이 아니다. 혹자는 중한 혐의사실 또는 사회적으로 심한 비난의 대상이 되는 혐의사실에 대하여 그 혐의자를 구속하는 것이 국민의 법감정에 맞는 일이라는 견해를 내세울 수 있으나 국민의 법감정이라는 것은 객관적으로 검증된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그것은 법규정보다 우위일 수 없다. 즉 법으로 승화되지 않는 법감정으로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바로 국민의 법감정이라든지 여론에 의하여 국민의 신체적자유가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장치가 영장주의임을 유념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만일 위 실형기준의 원칙이라는 것이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염려가 있는 경우에도 실형기준에 미달하면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는다는 취지라면 이 역시 형사소송법의 관계규정에 위반된다. 영장 발부단계에서 실형기준을 따지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일 뿐만 아니라 증거인멸이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는 자료가 있으면 법관은 그 혐의사실이 공소사실로 발전하여 유죄로 확정 될 경우 실형이 예상되지 않더라도 검사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해서는 안 될 것 아닌가.

둘째 형사정책적 고려에 의한 구속의 지양이라는 기준을 보면 그 내용은 처벌효과와 단속효과 등 형사정책적 관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이 (지금까지의)원칙이었지만 이후로는 이를 예외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인데 이는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염려가 없더라도 구속영장 발부가 가능함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서 그것이 형사소송법의 관계규정에 반함은 물론이다.
도대체 구속사유가 없는데 형사정책적 고려에서 구속이 가능하다는 발상자체가 잘못된 것으로 이는 음주운전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검찰이 음주운전을 근절하겠다는 정책적 고려에서 혈중 알콜농도 0.1% 이상의 주취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건에 관하여는 원칙적으로 구속영장의 청구라는 기준을 세워놓고 이에 따라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어느 법규에 근거한 것인지 의문이다. 주취운전자는 발각 당시에 대부분 현행범이므로 형사소송법제212조에 의하여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고 경찰관 직무집행법제4조에 의한 보호조치 등을 할 수 있음은 별론이나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염려가 없는 데도 형사정책적 고려에서 예외적으로라도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구속하는 것은 명백히 위법이라고 하여야 하며 만일 주취운전의 단속을 위하여 공익적 견지에서 구속이 꼭 필요하다면 법률로써 예외를 규정한 연후에 할일이지 수사기관이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 정책적으로 설정한 기준으로 구속하는 것은 헌법제12조 형사소송법제201조 위반임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법원과 검찰이 주저 없이 영장을 발부하고 구속하여 온 것은 반성하여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구속사유가 없으면 불구속 기소를 하여 법원은 엄한 형을 선고하고 검찰의 엄정한 집행으로 주취운전을 방지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셋째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도 방어권 보장을 위한 불구속 확대라는 기준 역시 납득이 가지 않는다. 혐의를 부인하는 것은 헌법제12조제2항이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 이므로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염려가 없는 한 혐의를 부인하는 것만으로는 구속할 수 없음은 당연하고 따라서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을 확대한다는 것은 부인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구속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이 역시 구속기준으로는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넷째 비례의 원칙에 의한 불구속 확대라는 기준은 그 내용을 보면 형사소송법상 규정은 없지만 피의자의 구속으로 얻을 수 있는 ‘공익’이 구속으로 인한 개인의 불이익을 능가해야 한다는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익이라는 것을 앞세워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염려가 없는데도 구속할 수 있다는 것은 형사소송법 관계 규정에 반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준을 설정한 법률적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헌법제37조제2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제한할 수 있으나 반드시 법률로써만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익을 위한 신체자유의 제한(구속)은 법률로써만 가능하고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정한 기준으로 가능한 것이 아닐 것이다.

다섯째의 기준 즉 소년범에 대한 특별배려라는 점을 보면 소년범에 대한 영장 발부의 경우에는 보호자와의 직접 전화통화 실시 등으로 심리를 강화 한다는 것인데 여기에서 말하는 심리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그것이 증거인멸이나 도망할 염려 등에 관한 것이라면 이의가 있을 수 없겠으나 만일 혐의사실이나 양형조건 등 실체적인 것에 관한 것이라면 이 또한 구속을 처벌로 오인한 데서 비롯한 것으로서 구속사유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므로 부당하다고 생각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마련·공개하였다는 위와 같은 영장 발부기준은 지금까지 행하여 오던 영장 발부의 실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 바 그것이 헌법과 법률의 관계 규정에 얼마나 동떨어진 것인지 알 수 있고 이러한 법과 현실의 괴리는 마침내 수사기관의 구속여부가 형사사법 절차의 중심을 이루는 것으로 착각하게 하는 기현상을 낳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즉 형사사법 절차에 있어서 피의자가 구속되느냐의 여부가 당사자나 관계인 또는 일반 국민에게 가장 이목을 끄는 대목이고 그 다음이 구속적부심사와 보석에서 풀려나느냐 하는 것이고 본안 판결은 마지막 단계로서 그것은 이미 뒷전으로 밀려난 마무리 절차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더욱 해괴한 것은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형사 피의사건에 관하여 언론은 검찰관계자에 따르면 당해 피의자에 대하여 사전영장을 청구 할 방침이라고 한다는 내용의 보도를 자주 한다는 것이다. 검찰관계자가 그러한 방침을 언론에 밝혔을 리는 없다고 생각 되지만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피의자에게 증거를 인멸할 것이 있으면 미리 하고 도망할 수 있으면 빨리 도망하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 될 것이므로 이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처사이고 증거인멸이나 도망할 염려가 없는 것이라면 구속영장을 청구할 사안이 아니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사건일수록 틀림없이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이렇게 볼 때 정작 마련하여야 할 기준은 법이 정한 구속의 사유 중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염려가 있는 때라는 것이 상당히 추상적인 것이어서 자의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많으므로 어떤 점에서 증거인멸 또는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판단할 것인지 그 판단의 전제가 될 수 있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그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의 세부적 기준을 세워야 옳을 것이다.

지금까지 구속영장의 청구나 발부에 있어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에 관하여 혐의사실 기재 다음에 만연히 증거인멸이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추상적으로만 기재하고 그 자료로 수사기록만 첨부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왔으나 그것만으로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어떤 점에서 어떤 이유로 증거인멸 또는 도망할 염려가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어 이유를 제대로 갖춘 것이라고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혐의사실의 경중에만 치중하여 만연히 그런 염려가 있다고 기재하고 영장을 발부함으로써 불구속 재판의 원칙이, 나아가 법치주의가 훼손된 것이 아닌지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헌법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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