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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식혁명-왜 가장 현명한 국가와 기업이 승리하는가?’라는 제목의 연말 특집기사에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을 포함한 정치, 경제, 언론, 학술 등 각계의 세계적인 지도자 40여명이 지적한 2006년의 화두가 ‘지식’으로 압축된다고 보도하였다.
이 기사에서 빌 게이츠 회장은 “앞으로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단순한 정보를 유용한 정보로 바꿔주고 정보민주주의는 새로운 단계로 올라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모든 면에서 유럽은 뒤쳐지고 있으며, 중국이 영국보다 세배나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교육’과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는 존 로스 롤스로이스 회장의 말을 인용, “앞으로는 선진국, 개도국, 후진국이라는 말 대신 지식(smart) 국가, 지식우위(smarter) 국가, 최고지식(smartest) 국가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렇다면 2006년의 한국은 과연 ‘최고지식국가’에 얼마나 근접해 가고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는 전체 가구의 70% 이상이 초고속 인터넷에 접속돼 있고, 전 국민의 70% 이상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으며, 정보기술(IT)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5%를 넘고 있다. 또한 최근(지난 달 13일)에는 삼성전자의 와이브로(휴대 인터넷)가 국제전기전자학회(IEEE)에 의해 이동 무선 인터넷 분야의 국제표준으로 공식 승인되었다는 낭보가 있었다. 와이브로는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중에도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하는 기술로 현재 이동통신 기술 중 가장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를 가지고 있다. 와이브로가 새로운 무선통신기술로 채택되면 국내 단말기나 장비생산업체가 세계시장으로 판로를 넓힐 수 있고, KT와 같은 통신 서비스업체도 세계 도처로 사업영역을 넓힐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지난달 20일에는 삼성전자가 베네수엘라 케이블TV업체 옴니비전과 와이브로 상용화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함으로서 해외 첫 상용화의 길을 열었 놓았다. 따라서 와이브로는 2006년 4월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KT가, 6월에는 SK텔레컴이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며, 해외에서는 옴니비전이 첫 상용화를 기록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사실들은 우리나라가 적어도 IT분야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최고지식국가의 대열에 이미 들어 서 있음을 말해 준다.
IT에 못지않게 새로운 미래의 지식과 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BT(생명공학 기술)분야에서도 한국은 빠른 성장을 서두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벌어진 황우석박사의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연구 성과가 조작으로 들어 나 한국사회 전체가 큰 충격을 받은 사건이 벌어진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황우석박사와 그의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복제 소 영롱이를 탄생시키고, 복제가 매우 어렵다는 복제 개 스너피를 탄생시키는가 하면,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하여 그 성과가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싸이언스(Science)에 게재됨으로서 한국은 그야말로 BT분야에서도 이제 세계의 최고지식국가로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해 내가고 있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파문을 우리나라가 IT는 물론 BT, 그리고 인문사회과학을 포함하는 모든 지식과 기술 분야에서 세계의 최고지식국가로 발 돋음 해 가는 과정에서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큰 교훈으로 받아들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국제문제 전문가인 파리드 자카리아 뉴스위크 편집장이 앞에서 소개한 뉴스위크의 연말특집 기사에서 “더 빨리 배우는 나라들이 번영하겠지만 이것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지식이 아닌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처럼, 우리는 지식의 생산과 개발, 그리고 그 지식의 산업적 이용을 통한 경제적 번영의 추구를 지향하되, 그것을 과학적인 진실성과 윤리적 기준의 충족이라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어 꾸준히 성취하고 쌓아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가 최고지식국가로 발전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교육현실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 싼 정치권의 갈등과 교육계의 분열, 그리고 교육평준화 정책을 둘러 싼 논란과 교원평가제도입을 둘러 싼 갈등 등의 문제들도 최고지식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이끌어 갈 새로운 21세기형 인재의 양성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중심으로 교육 주체들이 함께 풀어 나아가야 할 교육계의 현안들이다. 그와 같은 원대한 교육 목표를 외면하고 눈앞의 작은 이익이나 완고한 이념적 편견에 사로 잡혀서 교육현안을 두고 갈등을 일삼아서는 지식강국으로 가는 길을 교육 당사자들이 오히려 가로막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 싼 현안만 하더라도 일부 사립학교 설립자나 운영자에 대한 항간의 뿌리 깊은 불신(재단의 전회이나 비리)과 일부 이념적 경향을 지닌 교원단체에 대한 사립학교 운영자들의 불신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교육 당국과 정당들은 학부모와 학생을 포함하는 교육 주체들 간의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시키기 위한 조정자의 역할을 좀 더 성실히 수행했어야 했다. 또한 교육 당국은 한국 교육의 미래를 향한 진지한 고민을 교육주체들과 함께 나누는 가운데 새로운 교육의 비전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대한민국이 최고지식국가로 발전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언론계, 학계, 문화예술계, 교육계 간의 유기적인 협력과 지식강국을 지향하는 미래 한국에 대한 비전의 공유가 필요하며, 또한 그와 같은 비전과 협력을 이끌어 낼 현명한 정치적인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려대 명예교수, 학술원회원, 사회학>
-자유공론 신년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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