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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으로 골치거리가 되고 있는 문제들 중 과반수 이상이 중동에서 발생되는데, 그 대부분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비롯된다. 지난 수요일에 있었던 팔레스타인 총선거에서 무장 투쟁 단체인 하마스는 132석 중 74석을 차지했고, 집권당인 파타(Fatah)는 45석을 얻었다. 이 선거는 현재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평화 회담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의미한다.
파타의 지도자이며 팔레스타인 수반인 마무드 아바스(Mahmoud Abbas)는 “우리의 목표는 이스라엘 점령군을 퇴각시키고, 팔레스타인을 완전 독립 국가로 만드는 것”인데, 이 점은 하마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마스와 파타가 서로 같은 목표를 지니기는 했어도 하마스는 무장 투쟁을, 파타는 평화 협정을 강조하기 때문에 그들이 선택한 수단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피만이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가져온다.”고 믿고 있다.
하마스의 존재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하마스야말로 이스라엘에 맞설 수 있는 “합법적인 투쟁 기구”라고 생각한다. 하마스는 1987년에 팔레스타인의 웨스트 뱅크(West Bank)와 가자(Gaza) 지구를 강점한 이스라엘에 맞서기 위해 조직된 무장 단체인데, 이들의 목표는 이스라엘을 1948년 건국 이전의 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 즉 중동에서 이스라엘을 소멸시키는 것이다.
하마스의 조직원이 얼마나 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지난 2002년 하마스 창립 15주년 기념식 때에는 지도자였던 고(故) 아마드 야신(Sheikh Ahmad Yassin)의 연설을 듣기 위해 무려 4만 여명이 참집했었는데, 이 날 야신은 2025년이 되면 이스라엘은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하마스는 두 가지 활동 영역에 치중하고 있다. 하나는 병원이나 학교 같은 사회 활동을 통해 팔레스타인 주민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하는 것이다. 가령 1996년 2월과 3월에는 이스라엘 버스에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하여 무려 60여명의 이스라엘인을 폭사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하마스의 자살 폭탄 테러를 순교로 여기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도 이들의 테러에 맞서 하마스 지도자들을 암살하고 있다.
두 사람의 지도자
하마스는 이스마일 하니야(Ismail Haniya)와 마무드 자르(Mahmoud Zahhar)가 주도하고 있는데, 온건론자로 알려진 하니야는 이번 선거에서 하마스 대표로 활동했다. 그는 1962년생으로 가자의 이슬람 대학생 시절부터 반 이스라엘 시위에 참여했으며, 한때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되기도 했다. 석방된 후에는 하마스 당원 400명과 함께 레바논에서 테러 활동에도 참여했으나 1993년에는 가자로 돌아와 그곳 대학의 학장으로서 야신의 최측근 보좌관 일을 맡기도 했다. 지난 2003년에는 이스라엘로부터 저격 공습을 받았으나 용케 피할 수 있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압승한 후 “아바스 수반을 만나 제반 문제를 협의할 것이며, 충실한 협력자로서 새 정부를 이끌어 가겠다.”고 선언했다.
또 한 사람의 지도자인 마무드 자르는 1945년에 팔레스타인인 아버지와 이집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카이로의 한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한 후 외과 의사로 일했으며, 가자의 이슬람 대학에서 강의하기도 했다. 이 곳에서 하마스 창립에 참여했던 그는 한때 레바논으로 추방되기도 했지만 팔레스타인으로 돌아온 후에는 적극적으로 테러 활동을 지도했다. 하마스의 초기 지도자인 야신과 아지즈 란티시(Rantissi) 등이 이스라엘의 포격으로 사망하자 그는 그들의 뒤를 잇는 실질적인 지도자가 되었다. 그는 테러만이 팔레스타인에게 독립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부시의 중동 정책 실패
이번 선거 직후 이스라엘 내각은 3시간 가량 비상 회의를 거쳐 “팔레스타인 정부에 테러 단체가 참여하는 한 어떤 협상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부시도 “게릴라 단체가 참여하는 팔레스타인 정부에 대해서는 어떤 형식의 경제 원조도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하마스를 국제 테러 단체로 규정한 미국과 캐나다, EU 같은 서방 국가들에게는 팔레스타인의 급진 테러 단체인 하마스가 정부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곧 평화에 대한 일종의 위협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하마스는 “우리는 무장 게릴라가 아니라 주권을 지키기 위해 외세에 맞서 민족 투쟁을 전개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팔레스타인의 평화는 이스라엘이 퇴각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결국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의 [중동평화협상]은 암초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제도권으로 들어선 하마스가 이제는 다소 온건론으로 나아갈지도 모른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하마스가 요구하는 다음 사항들, 즉 1) 동예루살렘과 서안에 대한 완전 수복 2)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사람 8천명에 대한 석방 조치 3) 분리 장벽 폐지 등이 관철되지 않는 한 무익한 추측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므로 하마스의 등장은 부시의 중동 정책이 실패했음을 드러내는 또 다른 사례라고 할 수 있다.<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특임교수>-SRIPS.ORG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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