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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억~3억년 전 지구상 육지가 한덩어리였다는 가상의 대륙 '판게아'의 어느 부분이 떨어져 나와 현재의 한반도로 굳어졌나? 아프리카 동부 깊은 골짜기에서 고고학자가 발견한 380만년 전에 생존하다가 화석화된 '루시(Lucy)'가 인류의 조상 어머니라면, 한민족은 어떤 유랑의 길을 걸어 언제부터 한반도에 정착했나? 경남 고성군 바닷가 바위에 발자취를 남긴 공룡무리는 한반도에만 서식했나? 지질학 인류학 생물학 등 어느 문헌에서나 읽을 수 있는 것은 이동의 역사이지,한자리에 고착된 기록이 아니다.
'토종'이 무엇인가? 어느 한 지역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동식물의 종(種)을 말한다고 본다면 토종은 그 곳 환경에 적응해 진화한,말하자면 변이종이다. 토종이 외래종에 비해 희귀가치는 인정되지만,번식력 등 실용가치는 뒤처지는 수가 많다. 과일의 경우 야생 사과,돌배보다 외래종과 접붙인 개량종이 품질이 뛰어나다.
최근 웰빙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좋은 먹거리를 즐기게 됐다. 그래서 한때 괄시 받던 토종이 몸에 좋다고 신토불이(身土不二,이 말도 실상은 외래어)가 유행어로 회자됐다. 토종닭 토종꿀 등 '토종'자만 붙으면 인기를 끌다 보니 가짜 토종,희석 변질 토종들이 등장해 '토종'하면 일단 진위를 의심하는 습관마저 생겼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 틈 사이에 위치하면서 어렵사리 문화적 특성을 지켜온 조상들의 끈기와 슬기에 존경이 간다. 반면 '우리 것'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세계 역사의 흐름을 바로 읽지 못하고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래서 20세기 사례가 35년간의 일제 강점이 있었고,잠시 경제적 주권 상실을 초래한 97년 환란을 겪었다. 환란은 토종 방식의 관치금융이 불러온 참담한 비극이었다.
근래 토종펀드니 토종은행이니 하는 말이 나돌아 혹세무민하고 있다. 발설자들은 글로벌 경제시대에 말초적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해 반외자 운동의 촉발을 노리고 있다. 토종 먹거리가 국민 건강에 유익함을 근거로 하듯이 토종금융(그러한 것이 실재하는가?) 또한 생산 고용 등으로 국민경제에 유용함을 입증해야 한다.
최근 '토종'임을 주장하고 있는 '우리'은행의 경우 과연 건실한 '토종'은행인가? 현재 예금보험공사 보유지분 78%를 제외한 나머지 시장유통지분 22% 중 외국인 지분율이 11.6%에 이른다. 이것은 일반에 공개된 지분 중 외국인 몫이 52.6%에 이른다는 뜻이다. 요즘 우리은행이 하나은행 등 타 은행을 상대로 토종은행론을 펴는 일에 열중하는 꼴이 우스꽝스럽다.
우리은행이 할 일은 경영개선을 통해 국민혈세인 공적자금 회수가 빨리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지 다른 은행을 싸잡아 매도해 국내은행끼리 제로섬 게임에 물귀신 노릇할 일이 아니다. 외국인 지분율은 국내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평가의 지표로 볼 수 있다. 애국심은 가슴속에 품어야지 세 치 혀끝에 함부로 굴리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아젠다가 없으면 말이다.
개별회사가 사원 사기진작용으로,마케팅 전략으로 '토종'운운함을 제삼자가 굳이 시비할 까닭이 없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이 주목하는 은행이 한국에 반외자 정서가 있음을 입증해 보이는 언동을 상습화하는 것은 국익에 반하는 것이다. 내국인 지분율이 매우 낮은 포스코 삼성전자 등이 국민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버젓한 한국기업이듯이 국민ㆍ신한ㆍ하나은행도 그러하다.
우리은행은 상업ㆍ한일 두 은행의 전통을 이어 새롭게 탈바꿈한 우량은행으로 정착되길 국민은 바라고 있다. 그러한 기대가 있기에 작년 임원진 스톡옵션 논란을 납세자들은 예의 주시하며 안타까워했고,최근 빈번한 전산장애 문제에도 동업자들은 동병상련의 심정이었다. 국내은행의 경쟁상대는 외국계이다. 이제 경기장을 국내에서 해외로 넓혀가야 할 시점에 있지 아니한가?<서강대 명예교수>
-2006.1.27자 한국경제신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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