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칼럼 ▶ 회원칼럼
'외교정책 어디로' 긴급좌담
김영희   |  2005-10-14 12:27:44  |  조회 2061 인쇄하기
***좌담 참석자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김경원 고려대 석좌교수
▶장달중 서울대 교수

"온건보수파 견제로 일방주의 완화될 듯"

미국의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는 어디로 갈 것인가.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은 강해지는가, 약해지는가. 대선을 거치면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북한 핵문제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중앙일보는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의 사회로 김경원 고려대 석좌교수(전 주미대사), 장달중 서울대 교수와 좌담을 하고 2기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 방향과 우리의 과제를 짚어보았다.

▶김영희=부시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과 관련해선 두 갈래의 길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재선에 성공한 부시 대통령에게 심리적 여유가 생기면서 지난 4년 동안의 일방주의 색채가 엷어질 가능성입니다. 반면 국민이 자신의 외교 안보정책을 승인한 것으로 보고 현재의 정책기조를 이어갈 수도 있습니다.

▶장달중=2년 후의 중간선거까지는 상당히 온건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국제 정세가 나쁜 데 따른 학습효과가 아니라 미국 정치의 구조적 특징 때문이지요. 미국은 지금까지 한쪽으로 치닫다가 반동으로 다시 돌아오곤 했습니다. 특히 대도시에서 당선된 공화당 온건 보수파의 견제로 부시 행정부 초기의 일방주의적이고 이상주의적인 정책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치의 전쟁이라든지 외교정책의 이상주의 비화 가능성은 남아 있지요.

▶김경원=언제부터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공화당이 백인 다수파를 차지했습니다. 이들은 '강한 미국'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일방주의가 더 약화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외교 스타일이나 수사는 좀 달라질 것 같습니다.

▶김영희=부시 행정부 내 온건파인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이 2기 조각 때 물러나고,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톰 리지 국토안보부 장관이 파월 후임으로 간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온건파보다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에 가까운 사람이 국무장관에 임명된다고 가정한다면 네오콘에 대한 견제 파워는 거의 없어지는 것 아닙니까.

▶장달중=라이스 보좌관은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를 선도하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향으로 볼 때 파월 장관과는 다릅니다. 만약 그가 국무장관으로 가면 '악의 축'이라는 개념 아래 대북 압박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화당 우파를 대변하는 딕 체니 부통령의 역할이 향후 조각에서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에 따라 대외정책의 색깔이 결정된다고 봐야 합니다.

▶김영희=이번 대선 과정에서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북한 핵문제를 이라크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공론화를 했기 때문에 해결을 서둘러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부시 2기 행정부는 북핵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까요.

▶김경원=부시 행정부가 다뤄야 할 대외관계 문제 중에 우선 순위를 보면, 먼저 이라크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란과 중동평화 문제가 있지요. 그 다음이 북한인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북한이 현 단계에서 핵 무기화하는 단계로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부품을 비롯해 밖에서 사들여 와야 하는 것도 많은데 그 정도는 미국이 봉쇄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이 핵무기 생산을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북핵 문제는 미국에 급한 게 아닙니다. 게다가 공화당 인사들은 빌 클린턴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 너무 우선순위를 두어서 북한의 협상력을 높였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장달중=부시 행정부 인사들은 북한과 타협하지 않고 이 상태로 끌고 가도 큰 손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조야의 분위기나 여론은 북한을 이대로 뒀다가는 관리하기 어려운 상태로 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것이 어떤 형태로 정책화될지 걱정스럽습니다. 만약 국무장관에 강경파가 임명되면 이라크와 북핵 문제라는 두개 전선을 동시에 펼칠 수도 있습니다.

▶김영희=북한 입장에서 한번 보도록 합시다. 북한은 케리 후보가 당선되기를 희망하다가 당황했거나 실망했을 법도 합니다. 단기적으로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장달중=북한은 지난 6월의 3차 6자회담 과정에서 6자회담과 양자회담 병행을 통해 북핵 문제를 풀려는 의지를 보였는데 미국이 양자대화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다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당분간 벼랑 끝으로 갈 것입니다. 북한은 그렇게 해도 손해 볼 것이 없습니다. 중국이 북한을 달래기 위해 더 많은 당근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이것을 충분히 이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돌파구가 마련될 때까지 대치국면이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경원=북한이 지금 벼랑 끝 외교를 한다면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다 추방하고, 사용후 핵연료봉을 재처리해 무기화했다고 했는데 미국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돌아서서 딴소리나 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런 상태로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의 체제가 내부적으로 곪을 수 있습니다.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 이야기로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좋은 뜻으로는 개방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쁘게 이야기하면 북한 체제가 느슨해졌다는 것입니다. 이런 요소까지 판단한다면 미국은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김영희=미국은 3차 6자회담에서 크게 2단계의 북핵 해법안을 내놓았습니다. 북한은 회담 당시 이를 평가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김경원=북한이 잘못 판단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상당히 성의를 보였는데 북한이 그것을 다 받아들이지는 못하더라도 협상의 기초로 삼았어야 하는데 차버리고 규탄만 하고 있습니다.

▶장달중=미국은 북한에 3개월 시한을 주고 전향적 자세를 보이길 바랐는데 북한은 미 대선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 것 같습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도 '북한이 3개월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100% 이용해야 하는데 걱정스럽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현재는 더 어려운 상황에 봉착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김영희=북.미 양자회담을 한다고 하면 한국.일본.중국.러시아의 역할이 축소되기 때문에 이들 나라가 환영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김경원=한국 입장은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북.미 양자회담으로 핵문제를 풀라는 것입니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양자회담 주장은 '한반도의 안보와 장래문제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세력은 북한이지 남한이 아니다'는 점을 확립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봅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장달중=우리 정부는 6자회담 틀 속에서 북.미 양자대화로 핵문제가 풀리길 바라고 있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여기에서 제외되는 것입니다. 현재 일반 여론은 이를 우려하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돌파구 자체를 마련하는 게 의미가 있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간헐적으로 보여왔는데 상당히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김영희=한.미동맹 관계로 넘어가보지요.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의 경우 부시 행정부가 계속되니까 그대로 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주한미군은 동북아 전체의 안정을 위한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변함이 없겠습니까.

▶김경원=변함이 없다고 봐야 할 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승리했다고 하더라도 지속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장달중=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문제에 주한미군 문제를 연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에게 추가 파병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요. 이 요구가 현실화하면 한.미관계뿐 아니라 주한 미군, 한.미동맹 관계에 파장이 올 것입니다.

▶김영희=부시 행정부는 철저한 신자유주의 보수인데 반해 노무현 정부는 평등.분배에 치중하는 제3의 길을 가는 정부입니다. 앞으로 두 정부 간에 가치관의 충돌은 없을까요.

▶장달중=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내년 이맘때쯤 되면 열린우리당의 국회를 통제키 어려울 것입니다. 집권 여당의 외교정책이 한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실용적인 한.미관계의 조정으로 들어간 것 같은데 언제든지 도전받는 정치 흐름에 직면해 있지요.

▶김경원=미국의 보수주의는 경제 정책보다 동성애자 결혼 문제 등 생활스타일의 이슈에 따라 분류가 가능합니다. 이런 것에 따라 보수. 진보가 됩니다. 때문에 우리와의 문제에 있어서도 이데올로기적인 충돌은 없으리라고 봅니다.

▶장달중=갈등이 상당히 있으리라 봅니다. 아시아의 대미관계는 상처받은 민족주의라고 봅니다. 실제로 중국이나 한국 등은 미국으로부터 상당히 상처를 받았습니다. 이런 여론을 대변하는 정권과 일방주의적인 도덕적 가치관을 주장하는 미국과는 상당한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영희=한.미관계에서 가치의 갈등이 있다고 하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예전에는 로비를 하다가 박동선 사건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김경원=정부.국회.민간이 모두 노력해야 합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눈앞의 현안을 갖고 협상하거나 의사소통하는 차원을 넘어 한반도의 전략적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기 위한 대화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의 고위층 인사들과 한국 정부의 고위층 인사들 간에는 북한을 보는 눈, 중국을 보는 눈, 일본을 보는 눈이 맞아야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굿소사이어티
덧글쓰기 | 전체글 0개가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0/1200 bytes  
 
32 '외교정책 어디로' 긴급좌담  김영희 05-10-14 2061
31 아르빌서 끝난 'LA발언'  김영희 05-10-14 1981
30 실패해선 안 될 정상회담  김영희 05-10-14 2015
29 세상은 넓고 기회는 많다  김영희 05-10-14 2891
28 서해사건의 희생양을 찾는가  김영희 05-10-14 2095
27 북핵에 샤란스키 그림자  김영희 05-10-14 2096
26 북핵, 미국에 달렸다  김영희 05-10-14 2243
25 북핵, 다시 벼랑에 서는가  김영희 05-10-14 2025
24 부시의 자유확산 '장난' 아니네  김영희 05-10-14 2094
23 反정치 재촉하는 정치  김영희 05-10-14 2031
71727374757677787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