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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려면 서로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려면 정직해야 하고요. 그런데 정직이란 소박하게 말하면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 것'인데, 그러한 태도가 언제 어디서나 덕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땅히 정직해야 하는데도 그럴 수 없는 현실 사이에서 고민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부정직이 무엇인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편견을 가지고 사물을 대하는 것, 충분히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하는 것, 자기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고치거나 바꾸는 것 등이 그러합니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부정직은 자신을 속이는 일 입니다. 남을 속일 수는 있죠. 그러나 자기를 속이는 일은 끝내 감출 수 없습니다. 자기가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기 기만은 결국 자기 파멸에 이릅니다.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싸고 일어난 소용돌이가 이제는 점차 가라앉는 듯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일을 통하여 새삼 우리의 도덕적 감성에 대한 성찰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근원적인 덕목인 정직이 간과된 채 윤리가 논의되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지적한다면, 윤리적으로 정당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고발하는 역설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이보다 더 심각한 자기 기만, 더 두려운 부정직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이 사건을 우리 모두 한층 도덕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개개인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 전체가, 자기가 살아가면서, 자기의 일을 하면서, 참으로 정직한가 하는 근원적인 물음을 물어야 합니다.
자기를 속이는 일에서 저도, 여러분도, 그 누구도, 결코 자유롭지 않기 때문입니다.<한림대 특임교수,서울대 명예교수,대한민국 학술원 회원>
-2005. 12. 9일 SBS 8시뉴스 TV칼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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