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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의 '위헌조항' 폐지하라
유재천   |  2006-02-13 06:21:09  |  조회 2504 인쇄하기
언론 보도의 본질적인 내용이 사실 전달보다는 의견의 표명일 경우에는 반론보도의 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지난 10일 대법원 제2부(주심 김용담 대법관)는 국정홍보처가 동아일보사를 상대로 낸 반론보도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국정홍보처의 성명발표를 비판한 동아일보 기사는 언론사 입장에서 희망 내지 요청을 개진하는 의견 표명에 해당한다”며 “이를 사실적 주장이라고 판단해 반론 보도문 게재를 명한 원심판결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보도 내용 중 제3자가 실제 해당 의견을 표명했는지를 문제 삼는 것이라면 ‘사실적 주장’에 대한 반론보도 청구일 수 있으나, 제3자가 실제 그러한 의견을 표명한 것인지를 문제 삼는 취지가 아니라면 반론보도 청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적 주장’에 대한 판단도 해당 보도의 객관적 내용과 아울러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전체적인 흐름, 문구의 연결 방법뿐만 아니라 사회적 흐름 및 독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론권 내지 반론보도 청구권이란 정기 간행물이나 방송 등에서 공포된 사실적 주장에 의해 피해를 본 자가 발행인이나 방송사업자에게 서면으로 반론보도문을 게재해 주거나 반론보도를 방송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현행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제16조 1항도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 보도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경우’에 반론보도를 청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반론보도 청구 대상은 명확하다.

그럼에도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큰 의미를 지니는 까닭은 ‘사실적 주장’과 의견표명이 혼재돼 있는 보도기사의 경우 반론보도 청구권의 적용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하면서 의견 기사의 영역을 사설·칼럼은 물론 일반 해설기사로까지 폭넓게 인정했다는 데 있다.

실제로 그동안의 판례는 명확한 기준 없이 ‘사실적 주장’을 폭넓게 해석해 웬만한 반론보도 청구는 받아들였다. 문제가 된 국정홍보처 대 동아일보 사건에서도 언론중재위원회와 1,2심 재판부는 신문의 사설마저도 ‘사실적 주장’에 해당한다고 보고 반론보도문을 게재하라고 판결했다. 이같은 판례는 특히 노무현 정권에서 정부 부처로 하여금 언론사를 상대로 반론보도 청구권을 남용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 결과 비판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도구로 반론보도 청구권이 오용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이번 대법원 판결은 비판 신문을 상대로 한 국가기관의 반론권 청구 남발에 제동을 건 획기적 판례가 된다는 점에서 언론 자유의 신장에 크게 기여할 것임에 틀림없다.

이를 계기로 우리가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할 일은 언론 자유는 언론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다짐이다. 국가기관뿐만 아니라 어떤 집단이나 세력의 언론 자유 침해 시도에 대해서도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는 자세가 중요하다. 언론은 사건 하나하나에 대한 사법부의 판례가 축적됨으로써 언론 자유라는 기본권이 수호되고 신장된다는 확신을 지녀야 한다. 지난날처럼 언론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는 사건을 정치적 타협으로 얼버무리는 한 언론은 자유를 주장할 자격이 없다.

아울러 언론중재법의 위헌 소지가 있는 조항의 폐지가 관철돼야 한다. 지난 1월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5부(부장판사 김선흠)는 새 언론중재법 가운데 ‘언론사의 고의나 과실, 위법성 여부에 관계없이 정정 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거나 ‘정정보도 재판은 (가처분 절차와 같이) 신속히 진행한다’는 이 법 제14조 2항 등의 조항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헌재에 위헌 심판을 청구했다. 차제에 이들 조항뿐 아니라 언론중재법 중 위헌 소지 조항의 폐지를 강력히 요청한다.-문화일보 2월13일자에서
<한림대 한림과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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