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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파워와 아로요의 비상 사태 선포
진덕규   |  2006-02-27 02:14:40  |  조회 2474 인쇄하기
비상 사태 선포
필리핀 대통령 아로요(Gloria Arroyo)는 지난 주 국가 비상 사태를 선포했다. “그 녀는 국가가 대단한 위기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으로 비상 사태를 선언한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일부 군 장성의 쿠데타 설이 파다했었는데, 이번에는 군부의 쿠데타 음모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마닐라에서는 수천 명이 아로요의 이 선언에 항의하면서 거센 가두 시위를 벌였지만 군경의 무지비한 진압으로 곧 종결되었다.

마닐라에서는 20년 전 민중들이 대규모 시위를 일으켜 마르코스 대통령을 축출했던 “피플 파워, People Power”를 기념하기 위해 민중 봉기가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지금의 아로요 대통령으로는 더 이상 필리핀의 경제도, 사회 통합도, 국가 발전도 이룩할 수 없다는 절망감이 국민들의 마음 속에 퍼져가고 있다. 약 5,000여 명에 달하는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음모설도 이러한 국민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학교도 문을 닫았으며, 수도 마닐라에는 곳곳에 검문소가 세워졌고, 대통령 궁에 대한 경비는 더욱 삼엄해졌다.

피플 파워의 전통
필리핀의 피플 파워는 하나의 전통이며, 현대판 신화이다. 대통령 자신의 개인적 이익과 장기 집권에 대한 획책은 필리핀 국민들을 고통 속에 떨어지게 했다. 그렇게 되자 국민들은 일제히 봉기해서 통치자를 하야시키게 되었는데, 이 투쟁 양식을 피플 파워라고 부른다.

최초의 피플 파워는 20년 전 마르코스(Ferdinand Marcos) 대통령을 하야시킨 것이었다. 아로요의 전임 대통령이었던 에스트라다(Joseph Estrada)도 피플 파워 때문에 하야했다. 강한 군대를 가졌고, 경찰의 삼엄한 수색이 행해졌지만 국민들의 마음 속에서 “지금의 대통령으로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확신감이 생기게 되면 민중은 곧장 “무능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며 거대한 민중 시위로 돌입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통치자는 더 이상 버틸 수 없기 때문에 하야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지난 주의 마닐라 시위대는 그 숫자나 투쟁 양식에서도 이전의 피플 파워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다.

군부 쿠데타 설의 내용
이번 군부 쿠데타 설의 핵심은 필리핀 특수 부대 지휘관인 다닐로 림(Danilo Lim) 장군으로 알려졌다. 그는 1989년에도 대통령이었던 코라존 아퀴노(Corazon Aquino)에게 맞섰다가 불발 쿠데타의 주모자로 구속된 적이 있었다. 대통령 측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주 금요일의 반정부 시위는 전적으로 그를 중심으로 한 일당의 획책이라는 것이다.

그는 시위의 촉발제와 같은 인물로서 군부와 일반 국민들로부터 상당히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를 포함해서 10여 명의 쿠데타 주모자가 체포되었는데, 그들 중에는 해병대 지휘관과 젊은 특전사 장교도 포함돼 있다. 육군 총참모장 제네로소 셍가(Generoso Senga) 장군은 “군부는 모두 아로요 대통령에게 절대적으로 충성을 다하고 있으며, 반정부 쿠데타에 대한 위협도 완전히 제거되었다.”고 발표했다. 아로요 대통령도 “이번 쿠데타 음모는 극좌 세력과 극우 세력이 연합해서 필리핀의 정통성과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반역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아로요 대통령의 한계
아료요에 대한 필리핀 국민들의 반감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그 녀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부결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민들의 지지가 회복된 것은 아니다. 지금 아로요에 대한 국민의 비판은 지난 2004년의 관권 선거 시비와 그 녀의 남편과 아들, 사위 등 그 녀 일가의 극심한 부정 부패에 집중되고 있다. 아로요는 이러한 비난을 일축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필리핀 경제가 아로요 일가에게 집중되는 한 국민들의 빈곤은 더욱 심화될 뿐”이라고 생각한다.

아로요에게 더 안 좋은 일은, 전임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아퀴노가 그 녀의 반대편에 섰다는 점이다. 아퀴노는 20년 전에 마르코스 대통령을 축출했던 피플 파워의 주도자이다. 그 녀는 아로요에게 “이번 비상 사태는 필리핀의 비상 사태가 아니라 아로요의 비상 사태일 뿐이다.--무능과 분열로는 국가를 통치할 수 없다. 오직 하야만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유일한 선택이다.”라고 공박한다.

지금 필리핀의 상황은 비상 사태를 선언하고 난국을 돌파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다. 아로요의 이번 사태는 국가 통합과 경제 발전이야말로 대통령의 기본 과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해 주고 있다.
-sirips.org에서
<한림대 한림과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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