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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문제를 다루어야-서경석
서지문   |  2006-03-06 07:19:28  |  조회 2398 인쇄하기
저는 젊은 시절에 좌파였습니다.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되어 중앙정보부에 붙들려가서 반공법,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조사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다만 제가 미국유학을 가서 6년 동안 미국에 있는 동안에 북한방문을 하고 온 재미동포들을 수없이 면담하고 나서야 북한에 대한 저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1996년에 북한동포들이 굶어죽는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을 창립해서 북한동포 돕는 일에 앞장섰었습니다. 그리고 매일 밤12시까지 일했습니다. 내가 한 시간이라도 더 일하면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살릴 것이라는 절박한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평양을 6번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평양을 갈 때마다 안내원이 개선문도 안내하고 주체사상탑도 안내하곤 했는데 나는 그때마다 맨 뒤를 따라가면서 속으로 울었습니다. 안내원은 황홀한 표정으로 안내를 했지만 내 눈에는 한심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신세가 처량했습니다.

과거 박정희 유신독재에 항거해서 감옥을 세 번이나 갔었는데 유신독재보다 백배는 더 독재인 김일성-김정일 수령독재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물자만 갖다 주어야 하는 내 처지가 너무 한심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때 제게 크게 위로가 된 것은 조총련이었습니다. 경실련 사무총장 시절에 일본 조총련사람들을 만났었습니다. 그때 조총련 사람들이 낮에 하는 말과 밤에 하는 말이 전혀 달랐습니다. 낮에는 열심히 김일성 수령님을 찬양했지만 밤에는 육두문자를 써가며 말할 수 없이 김일성에게 욕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참다못해 마구 항의를 했습니다. 당신들은 어쩌면 한국의 중앙정보부보다 더 심하게 북한을 욕하는가 내가 도저히 듣지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분들은 “남한에서 본 분들은 우리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북한을 60번, 70번 다녀왔습니다. 여러분은 북한의 실상을 모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렇다면 당신들은 조총련을 떠나 민단으로 옮겨와야 하는 것 아니오?” 하고 되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분들은 “우리는 인질 때문에 갈 수 없습니다”고 했습니다.

알고 보니 조총련사람들은 66년 니가타 항에서 북송선을 탔던 10만 명 북송교포들의 형제자매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자기의 형제를 위해 북한을 계속 다녀야 했고 먹을 것을 갖다 주어야 했습니다. 북한을 계속 왕래해야 하기 때문에 조총련을 떠날 수 없는 것입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회상하며 크게 위로받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북한동포돕기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도 북에 인질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북한 동포들이 인질이고 김정일 정권이 인질범입니다. 그래서 나는 속이 뒤집어지는 것을 참으면서도 말 한마디 불평하지 못하고 계속 인질범들에게 굽실거리며 북 돕기를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그동안 전쟁을 막기 위해 한반도에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 우선이고 북한인권문제는 평화가 실현된 다음에 제기해도 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아마 지금도 많은 한국인들이 상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북의 인권문제가 있는 줄 잘 알면서도 이 문제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젊은이들이 북의 실체도 모르고 친북 경향으로 흐르는 것을 보고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이 더 이상 북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나같이 젊은 시절에 좌파였고 지금도 북한동포 돕기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 좌파 젊은이들이 잘못 가고 있다고 야단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랬다가 62명의 탈북동포들이 북한에 강제송환되었다가 전부 처형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는 이런 상태에서도 내가 침묵하는 것은 정말 죄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북한에 들어가는 것이 영영 불가능해 지더라도 기독교인으로서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재작년 말부터 북한 인권문제를 말하기 시작했고 탈북동포를 돕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탈북동포를 돕다보면 탈북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저는 솔직히 그분들과 부딪치기 싫었습니다. 저는 지난 7년 동안 서울조선족교회를 담임하면서 조선족동포들로부터 지겨울 정도로 시달려 왔습니다. 그런데 탈북자들의 이야기는 조선족 이야기보다 열배는 더 비참한 이야기들 아닙니까? 그래서 나는 정말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어디 피할 수 있나요? 내가 기독교인이 아니면 모르되 기독교인인 이상 그들의 현실과 맞닥뜨리지 않을 수 없지요. 피할래야 피할 수가 없지요. 그렇게 되니 결국은 그들의 말을 듣게 되고 또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지난날 저의 생각이 너무도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한반도의 평화부터 실현하고 인권문제는 나중에 제기하자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아시나요? 김정일이 북한주민에게 가하는 온갖 탄압과 인권유린에 대해 눈을 감는 댓가로 전쟁방지 약속을 받아내자는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북한으로부터 전쟁위협을 받지 않는 댓가로 북한 인권문제는 외면한다는 약속입니다.

이것은 마치 일제시대의 가츠라-태프트 밀약과 같은 것입니다. 가츠라-태프트 밀약은 아시는 바와 같이 미국이 필리핀을 점령하는 것을 일본이 양해하고 대신 일본이 한반도를 지배하는 것을 미국이 양해한다는 밀약입니다. 이 밀약이 미국과 일본 사이에서는 평화실현일지 모르나 우리민족에게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의 고착화를 의미합니다. 한반도의 평화가 우선이라고 말할 때의 평화가 바로 이런 평화입니다. 북한주민의 인권을 외면하고 이에 대해 눈감는 것을 댓가로 주어지는 평화입니다.

우리만 위협받지 않고 전쟁만 없으면 된다는 그야말로 극도의 이기주의적 발상입니다. 이런 평화는 거짓평화입니다. 이런 평화는 우리가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그대로 깨지는 평화입니다.

예수님이 “내가 화평을 주러 온 줄로 생각지 말라. 검을 주러 왔다.”고 하셨습니다. 평화의 왕이신 예수님께서 왜 이런 말을 하셨겠습니까? 예수님이 가장 싫어하신 것이 바로 이 거짓평화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들 기독교인은 북한인권을 외면한 대가로 얻어지는 평화를 추구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죄악입니다. 평화는 그 안에 인권개선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그 만큼 평화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남북대화도 그 안에 인권개선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그 만큼 대화의 진전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오늘 인권을 위한 기도회를 갖는 이유도 진정한 의미의 남북대화, 진정한 의미의 평화를 실현하기 위함입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북한인권보다 인도적 지원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물론 인도적 지원이 중요하지요. 그래서 저도 그동안 열심히 인도적 지원에 몰두해 왔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짐승이 아닌 이상 빵만으로 살 수 없습니다. 빵과 인권이 함께 가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인권 없이는 빵도 없습니다. 97년에 수백만의 북한동포들이 굶어죽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당시에 김정일은 김일성의 시신이 안치된 만수산기념궁전을 수억 불을 들여 지었습니다. 만일 김정일에게 인권의식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래서 그 돈으로 식량을 구입했더라면 북한주민은 절대로 굶어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백만을 굶겨 죽인 김정일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빵과 인권은 둘 중의 하나를 택일할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권이 없으면 빵도 없습니다. 이 점을 우리가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합니다.- 3월1일 통곡기도회 메시지에서
<목사,시민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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