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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70이 넘어 생각하는 것들
홍세표   |  2006-03-20 02:40:00  |  조회 2661 인쇄하기
늙는다는 것은 남의 일이고 내게는 좀처럼 해당되지 않는다고 느끼던 시절이 어제 같은데 어느덧 벌써 머리는 백발이 되고 나이도 70이 넘어섰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난 채 무언가 잘못된 것 같기만 해서 괴로웠던 한 때가 있었다.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면 젊은이들이 앉은 자리를 양보해 준다. 지하철도 공짜로 타는 “지공도사”가 되었고 동회에서는 교통비 보조금도 나온다. 얼마 전까지는 지하철 공짜표를 달라고 손을 내밀면 창피했고 내가 쓰러질 것 같은 양이면 팔을 잡아 지탱해 주던 젊은이가 거슬려 반감까지 느끼곤 했다. 스스로 늙기를 거부하는 늙음에 대한 반항심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늘 마음의 갈등을 겪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예전에 읽은 기억이 있는 노년에 관한 여러 동서 현인들의 문헌이나 경구가 많이 떠올려졌다. 그리고 그들의 말들을 나에게 대위해 보는 버릇이 생겼다..

“노년의 비극은 그가 늙어서가 아니라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데 있다.”는 아일랜드 문인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 나의 불만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
“노년은 죽음보다 공포의 대상이다.” 라는 옛 로마의 풍자시인 유베나리스의 말 또는 “노년의 세월과 관련된 인생은 비극의 제5막과 흡사하다. 인간은 비극적 최후가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알지만 그것이 정체에 대해서는 아직 모른다.”고 한 독일 철학가 쇼펜하우어의 말이 함께 떠올라와 언짢았다.
또 노년을 악평한 다음의 경구들은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즉, “노인이 빠지기 쉬운 병은 탐욕이다.” – 영국시인 밀톤, 세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중 주인인 고리대금업자 샤이럭의 탐욕, 프랑스의 풍자가 붜 브날그의 “노년에 있어서는 두 가지 것, 종전의 재능과 쾌락이 명성과 부富로 대체代替 될 수 있다”는 말, 심지어 청교도적 정치가인 미국의 B. 프랑크린이 스스로 노년을 맞아 “신뢰할 수 있는 세 친구로서 오직 늙은 아내, 늙어빠진 개, 그리고 저금貯金의 세가지를 들고 있는 것”, 위의 말들이 나를 슬프게 만든다.

특히, 프랑크린의 말 중의 개와 저축이 없는 나는 더 허탈감을 통감한다. 그런데도 왜 내가 늙어가고 있고 또 늙어야 하나? 적어도 명예와 돈이라도 벌어 놓고 늙을 수 없었나? 이런 회한悔恨에도 불구하고 사실 늙었으니 어쩌랴?
한편 이런 말들도 있다. 프랑스 작가 빅똘 위고는 그의 <레 미제라블>에서 “주름살과 같이 품위가 갖추어져 간다면 존경 받는다. 행복한 노년에 더할 나위 없이 예명이 비칠 것이다.”고 했고 스탕달은 “정신의 가장 아름다운 특권의 하나는 늙어서 존경받는 것이다.”라고 그의 <연애론>에서 말하고 있다.
옛 그리스의 비극작가 아이스큐로스는 ‘늙어가는 시간은 모든 것을 구제한다”또 같은시기의 그리스 칠현七賢으로 지칭되는’소론’은 “나는 많은 것을 배우며 끊임없이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고 늙어가는 과정을 찬양하고 있다. 그렇다면 늙는다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지 않은가? 다만 본인이 노력을 하느냐 여부가 중요한 것 같다.
가령 석가의 말이 담겼다는 원시 불전성전 법구경法句經에는 “머리가 희였다는 것만 갖고 장로長老라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으니 백발은 연령의 표시일 뿐 지혜의 표시가 아닌 것 같다.

“어떻게 노년으로 진입하는가? 지각하는 것은 영지英智의 주요한 요소이며 위대한 생활 영위를 위한 기술에서의 어려운 장章의 하나다. 어떻게 현명하게 나이를 먹어 가느냐? 그 방법을 안다는 것은 최고의 지혜를 필요로 하고 또한 가장 어려운 일에 속한다.”고 말한 스위스 철학가 아미에르 또는 “스스로 노인이 되는 것을 지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고 한 프랑스의 라 로슈후꼬의 말은 피상적으로 늙어 가는 나를 숙연케 한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늦기 전에 제대로 늙는 방법을 배우고 지혜를 닦아야 하겠다.

영국의 의학자 T. 브라운의 “노인으로 더 잘 살 방법을 생각하라, 노인은 모름지기 오래 사는 것보다 끝을 잘 마무리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교훈을 깊이 삭여야 하겠다.

나를 노인으로 대하는 젊은이들에게 밝게 웃으며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관대한 노인이 되어야 하겠다. 오래 산 나를 없이 여기고 내 말에 귀 기울이려고 하지 않는 젊은이들에게는 그저 미소만 지어주자. “노인의 충고는 겨울 햇빛에 불과하다. 빛은 있지만 따뜻함이 없다.” 는 프랑스 비평가 붜 브날그의 말이나 “노인은 청년을 바보라고 생각하지만 청년또한 노인을 잔소리 많은 바보로 단정한다.” 는 미국 시인 채프맨의 말을 기억하기 때문이다.-월간 문학공간 3월호에서
<혜원학원이사장/전 한미은행 외환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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