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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통령 푸틴(Vladimir Putin)이 지난 3월 21일 중국을 방문했다. 푸틴과 동행한 90명의 수행원 중에는 러시아 산업 에너지 장관과 석유공사 책임자 등 많은 경제인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이 중국을 공식 방문했던 이틀 동안 중국은 이들을 뜨겁게 환대했다. 중국 신문은 연일 “중국과 러시아의 우호 관계야말로 국제 사회의 평화를 위해 가장 절실한 명제”라면서 이들을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러시아 신문에서도 푸틴의 이번 중국 방문은 “가장 절실한 선택”이라면서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를 완전히 복원하는 일이야말로 “지구촌 시대의 중요한 정치적 과제”라고 추켜 세웠다. 분명한 사실은 푸틴의 이번 중국 방문은 “푸틴과 후진타오가 외교 역량을 과시하면서 미국 주도의 국제 정치에 대해 그들 나름대로 활동 발판을 굳히려는 또 다른 의도가 숨어 있다"는 점이다.
석유 공급과 경제 협력
러시아와 중국은 시베리아에서 중국으로 대량의 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가스관 건립에 합의했다. 이를 통해 러시아의 가스가 중국에 공급될 예정인데, 이 일은 앞으로 5년 이내에 이루어질 것이며, 그 양은 매년 800억 입방미터로 추산된다. 푸틴은 서부 시베리아와 러시아의 극동 유전에 두 개의 가스관을 건설하여 거대 규모의 가스를 중국에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영 가스 공사 사장인 알렉세이 밀러(Alexei Miller)와 중국 국영 가스 회사 책임자 사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재정 문제에 대해서는 협의의 여지를 남겨 두었다.
그 밖에도 양측은 15 건의 통상 협정에 서명했는데, 특히 중국이 희망한 것은 시베리아로부터 중국까지의 원활한 석유 공급을 위해 송유관을 건설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앞으로 더 의논하자는 식으로 미루어 놓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가장 바라는 것은, 시베리아에서 중국에 이르는 송유관을 건설한 후 러시아의 원유를 공급받는 일이다.
그러나 푸틴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합의의 여지를 남겨 둔 채 러시아와 중국이 텔레커뮤니케이션과 교통 분야에서도 협조하자는 제의를 내놓았다.그래도 중국 측은 러시아의 호의에 응답해서 러시아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신무기를 구입하기로 약속했으며, 앞으로도 두 차례 더 합동 군사 훈련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국제 정치에서의 영향력 행사
푸틴과 후진타오는 국제 정치의 현실 문제에 대해서도 서로 의견을 나누었는데, 그 중에는 이란의 핵 개발 문제와 국제 테러 문제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이란에서 더 이상 핵 개발이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면서 이 문제는 오직 “정치적 외교적 수단”에 의해 해결되어야 한다고 못 박았는데, 여기에는 이라크에서의 미국의 무력 행사에 대한 강한 반대 의견이 내포되어 있다.
또한 북한의 핵 문제도 6자 회담을 통해 평화적 협력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언급하였다. 그러면서 미국 주도의 군사 행동이 국제 사회에서 다시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몇 차례나 강조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국제 평화와 공동의 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앞으로도 서로 긴밀하게 협조할 것을 선언했다. 특히 이들은 “지난날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함께 투쟁했던 역사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두 나라는 국제 사회에서 계속 우호적인 동반자 관계로 협력할 것임을 강하게 암시했다.
쉽지 않은 동반자 관계
러시아와 중국이 “협력적 동반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들 앞을 가로막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역사를 보면 이들 두 나라가 동반적인 협력 관계를 이룩했던 적은 없다. 중국에게는 러시아의 시베리아 개척사가 영토 침탈의 굴욕사였으며, 냉전 체제 속에서도 중소 분쟁은 끊이지 않았었다.
다만 미국 헤게모니의 위협이 강한 현 시점에서 두 나라는 서로 협력하지 않을 수 없는 여건 때문에 합동 군사 훈련도 하고, 경제 협력도 다짐하고 있다. 더구나 지금 중국이 필요로 하는 것은 석유이다. 러시아로부터 석유를 확보하는 일은 중국 경제를 위해 더 없이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과의 교역을 통해 년 8% 이상의 경제 성장을 이룩하고 있다. 지난 해 러시아와의 교역은 약 $30억으로 미국과의 교역에 비하면 10분의1도 되지 않는다. 한편, 러시아에게는 중국에 석유를 공급해 줄 송유관을 건설하는 것보다는 그것을 시베리아를 거쳐 극동으로, 그리고 일본으로 곧장 연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처럼 서로 다른 이해 관계로 인해 비록 “동반자적 협력”을 강조하기는 해도 그것은 한 때의 필요성에서 빚어진 수사학적 표현에 불과할 뿐이다. 국제 사회는 여전히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이 오직 자기 국가의 이익이 지배” 하는 현실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srips.org에서
<한림대 한림과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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